경제위기 책임론으로 한때 의기소침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세계경제의 위기를 촉발시킨 자유방임자들이 반성은 커녕 금융규제와 정부의 철학부재를 비난하면서 이데올로기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의 궤변과 허구를 진단한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발 부동산 대출 위기는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 맥과 패니 메이의 '정부관리체제' 편입이라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비정상적인 규모의 금융을 상징하는 이들 두 업체는 미국 부동산 대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월 초, 미국 재무부는 침몰 직전의 배를 구하듯, 두 업체에 2천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시대의 전환을 의미하는 충격적인 '국유화' 조치였던 셈이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최근호는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란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싣고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금융 분야에 국유화 바람이 다시 불면 어떡하나"하고 우려했다. 창간호부터 줄기차게 국유화에 반대해온 는 이 같은 자신들의 고집이야말로 자사의 존재 이유라는 논조의 글을 실었다. 이 잡지는 이례적인 장문의 사설에서 "금융권을 위기에서 구한다는 그럴 듯한 논리로 이루어지는 국유화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불편한 심기를 피력하였다. 　이와 동시에 는 자유주의라는 명분을 지키고, 국유화라는 포퓰리즘적 논리를 경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지적인 투쟁이 필요하다며 초조한 어조를 보이기도 했다. 　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령 보건 및 교육 시장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국유화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으며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며 지지를 호소했다. 사실 이 같은 의 주장은 나름대로 현실적이다. 　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주가지수 연동형 연금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듣기 힘들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시스템 위기를 보면 민간 분야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게 이 잡지의 지적이다. 그러나 의 주장과 달리, 이제는 공공 분야, 즉 비경제적인 활동 분야의 확대는 신중하게 다뤄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장-마리 아리베는 존 메이나드 케인즈와 칼 마르크스처럼 우회적인 어법을 구사하며 '비경제적인 활동 분야를 먹여 살리는 것이 경제적인 활동 분야다', '가치를 창출하는 당사자는 소비자다'라는 등의 보편적인 자유주의 사상을 깨부수려 한다. 이처럼 장-마리 아리베는 자유주의의 보편적인 사상에 정면으로 맞서며 "비경제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서비스를 창출하고 그 서비스를 통해 보수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경제는 A분야가 B분야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먹고 산다는 공식이 통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 그처럼 공공 분야의 부 역시 민간 분야의 부 못지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다.

"이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싸움 혹은 전투 행위의 존재 유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이란 '시간'에 관한 개념으로서…… (중략) 전쟁 상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만인이 만인에 대해 적인 상태, 즉 자기 자신의 힘과 노력 이외에는 어떠한 안전 대책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 1)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2008년 9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화교계의 모기지 전문기업인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을 파산시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중국 당국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미국 재무성 채권을 더 이상 사주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뒷 이야기가 은행권에서 금융 기관 전체로, 다시 언론사 편집국으로 전해졌다.

세계를 진동시키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처방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G7정상회담, G20경제장관회담, 유럽 27개국 정상회담, '유로존' 15개국 정상회담이 미국발 위기에 응급 처방을 가했다. 그러나 위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0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미대통령과 회담,

　월가(街)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매일 수천 억 달러가 전 세계에서 그 곳으로 모여든다. 런던과 뉴욕의 금융 중심가인 시티와 월가는 경쟁자이면서도 쌍둥이 자매로 거의 150년 전부터 세계 금융계의 주역으로 군림해왔다. 두 지역은 산업혁명 때부터 세계화의 도래까지 큰 사건과 격변을 함께 겪었다. 월가와 시티는 정치 권력에 맞서 경제계를 독점하려 안간힘을 썼고, 기업과 국가에 필수적인 자금 공급원을 자임했다. 또한 중소 기업은 물론이고 다국적 기업까지 파산시킬 수 있고, 심지어 아르헨티나, 멕시코, 터키 등과 같은 신흥 산업국의 목을 죄며 몰락시킬 수 있는 '판사'의 역할까지 맡았다. 이런 와중에 투기 거품이 터질 때마다 많은 소액 예금자와 소액 투자자는 빈털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오만한 신자유주의자들, 공권력 치마폭에 피신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이상한 자본주의' 안타깝게도 도덕은 분석을 호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그렇다고 도덕적 기준에서 비롯된 분노가 불합리하다는 뜻은 아니며, 훗날에 엄격하게 따질 정치적 무기를 마련하기 위해 분노를 자본화시켜야 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어찌됐든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