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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경영권 '위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경영권 '위기'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3.21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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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컨소시엄 '풋옵션 갈등' 중재 신청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뉴스1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뉴스1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의 갈등이 결국 소송전으로 가게 됐다. 교보생명 오너이자 대주주인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교보생명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이행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FI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전날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컨소시엄은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교보생명 지분율 9.05%), IMM(5.23%), 베어링(5.23%) 등 프라이빗에퀴티(PE) 3곳과 싱가포르투자청(4.50%)으로 구성돼 있다. 

상사중재원이 중재 결과를 내놓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교보생명이 올해 계획했던 기업공개(IPO)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중재 결과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효력이 같은 데다 단심제로 진행되는 탓에 불복이나 항소가 불가능하다.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로 불리는 이번 갈등은 2012년 9월의 투자 유치가 발단이 됐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던 포스코가 교보생명 지분(24%)을 팔기로 하자, 신 회장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우호적 지분 확보 목적으로 FI를 끌어들였다. FI는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1조2054억원(주당 24만5000원)에 사들이는 대신 조건을 걸었다.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 IPO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SHA(주주 간 계약)이다. 

이후 FI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IPO를 서둘러 진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교보생명의 상장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2022년 도입되는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시장 여건을 챙겨야 한다는 이유가 컸다. 이같은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그간 '신중'과 '인내'로 해석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의 단초로 작용했다. 

결국 약속한 IPO 기한을 넘겨 지난해까지도 이렇다할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FI는 10월 신 회장을 대상으로 주당 40만9000원(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FI의 강수에 교보생명 이사회는 뒤늦게 IPO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오래 기다린 FI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아졌다. 

최근 신 회장이 FI를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새 협상안도 큰 효과가 없었다. 신 회장 측은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 제3자 매각, IPO 이후 차익보전 등 3가지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주주 간 협약이 일방적이고 복잡하다. 모순되고 주체를 혼동한 하자 등 억울한 점도 없지 않다"면서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60년 민족기업 교보를 지키고 제2창사인 IPO의 성공을 위한 고육책으로써 최선을 다해 ABS발행 등 새 협상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양측은 주가와 풋옵션 계약의 효력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FI는 주당 40만9000원을 제시했지만, 신 회장 측은 이렇게 책정한 주가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SHA를 맺을 당시 지분을 되사는 조건은 규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계약이 FI에 유리하게 맺어졌다고 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PO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안건인 만큼, 신 회장이 FI와 약속한 IPO 관련 조항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한편, 신 회장의 경영권 위기가 불거지자 교보생명 소속 설계사와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날 교보생명 설계사 조용신씨는 '60년 민족기업 교보생명이 투기자본에 넘어가지 않도록 지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날 현재 청원 참여인원은 2647명으로,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보생명보험노동조합도 "교보생명을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아넣고 그 대가로 얼토당토 않게 뻥튀기한 가격으로 되사라는 것은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투기자본의 탐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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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