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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그림자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신의 그림자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 성지훈
  • 승인 2019.03.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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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내든 불러내지 않든 신이 함께하리라.”  

경희대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신은희 교수가 그의 저서 『신의 그림자, 무의식의 신학』의 프롤로그 말미에 강조한 유비쿼터스적인 신의 존재성은, 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아우른다. 저자는 무의식에 대한 그의 각별한 관심은, 욕망하는 세상을 향한 권태로움이 깊어지는 지점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낮에는 현실의 삶을 살았고, 밤에는 초월명상을 했다. 그리고 여러 해, 고독과 침묵의 삶을 선택했다. 무의식의 세계는 더욱 강렬한 상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달의 상징으로, 바다의 상징으로, 설산의 상징으로, 천상의 상징으로, 그리고 신의 그림자로. 

지난 몇 해 동안 그는 신과 신성에 관해 묵상하며 세상을 주유하며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마음의 ‘동시성’을 탐구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먼저 1장에서는 분석 심리학자 융의 무의식 세계를 간략히 밝히고, 인간의 몸과 정신과 영혼이 비로소 하나의 전체정신이 되는 자기실현으로서 무의식의 신학을 논한다. 2장에서는 옷토의 누미노제 개념과 함께 공감신학의 한국적 모티브를 기층 종교문화인 샤머니즘과의 대화를 통해 살펴보고, 3장에서는 서구 기독교의 범재신론에 입각한 성령론과 동학의 지기론의 만남을 통해 지기의 프뉴마톨로지의 신학적 가능성을 가늠한다. 4장에서는 치유와 통합을 위한 미래 종교적 인간상을 자아와 세계 속에서 원초적 공감을 회복한 네오샤먼인 호모 엠파티쿠스의 인간학에서 찾아본다. 

5장에서는 최초로 바이칼을 배경으로 창작된 네오샤먼적 통찰을 담은 몽골 문인 게 아요르잔의 ‘샤먼의 전설’을 소개하고, 6장에서는 미국 원주민의 대표적인 전통으로 알려진 태양춤 축제에 나타난 원주민의 무의식 영성을 살펴보며, 기독교와 원주민의 종교적 만남을 통해 토착화된 생태 영성 신학의 사례를 제시한다. 7장에서는 우리나라도 돌아와서 동학 경전인 ‘용담유사’에 나타난 수운의 무의식 경험을 ‘공공기복’의 개념으로 재해석한다. 마지막 8장에서는 타나토스 신학을 강조한 슬라보예 지젝의 개념 체계를 바탕으로 정통 신학과 유물론적 신학을 병렬해 새로운 신관과 죽음 해석을 시도하는 ‘신학화’ 과정을 살펴보고 지젝의 유물론적 신학을 ‘타나토스 신학’ 혹은 ‘신죽음’ 신학과 대화함으로써 신학적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무의식과 호모 엠파티쿠스 개념이 가장 인상적이고 또 핵심인 듯하다. 저자는 인간의 무의식을 ‘신적 경험의 원형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보며 인간은 명상, 기도, 꿈, 비전 등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며 더욱 고양된 정신의 전일성을 회복하는데, 이는 ‘전체정신’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의식의 꿈은 신성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우주심’으로 우리를 초대한다는 것이다. 

즉, 무의식은 존재의 사고, 감정, 직관과 연결돼 인격, 성격, 영성 등을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는 주장이다. 세상과 일상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잠시나마 이 책을 통해 사랑의 신, 지혜의 신을 품은 신성한 인간의 삶을 잠시 명상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일 듯하다.  
 

 

글·성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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