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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해명하라" 고성으로 뒤덮인 KT 주주총회
"의혹 해명하라" 고성으로 뒤덮인 KT 주주총회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3.29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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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경호인력 호위 속 정기주총 40여분만에 종료

"KT가 5G 광고를 내보내면 뭐합니까? 매일 뉴스에서는 KT 채용비리, 황창규 회장의 로비 의혹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KT 주주)

"주주들의 말씀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들어 글로벌 1등 KT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황창규 KT 회장)

29일 KT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각종 단체들이 시위하고 있다. 사진/정초원 기자
29일 KT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각종 단체들이 시위하고 있다. 사진/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9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정기주주총회는 고성과 야유가 오가는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언론의 주총장 입장을 허용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취재기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KT연구개발센터 1층에 마련한 임시 기자실에서 카메라 생중계를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른 아침부터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도 정문에서부터 확인 과정을 거쳐야 건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일찌감치 파견된 대규모 경호인력이 주총장 안팎을 둘러쌌고, 혹시 모를 몸싸움 사태를 대비해 경찰인력 수십여명이 경찰버스와 함께 대기했다. 매년 KT 주총이 열리는 날이면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이날 주총장 부근에는 오전 7시께부터 황 회장에 반발하는 각종 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KT 사내 직원 모임인 전국민주동지회는 이날 주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회장은 임기 5년 동안 KT를 사유화하는데 급급했다"며 "CEO 리스크로 인한 KT의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리를 보전하려는 의지만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정당 미래당은 KT의 채용비리 의혹을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지적했다. 미래당은 "KT가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줘야 한다"며 "2012년 이후 KT 채용 과정을 전수조사하고, 국회는 KT를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포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회장의 반대세력으로 보이는 일부 주주들은 주총장 내부로 입장조차 하지 못한 채 저지당하기도 했다. KT 새노조는 황 회장이 주재하는 주총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주총 참석을 거부했다. 새노조는 주총에 앞서 성명을 내고 "온갖 비리 혐의로 황창규 회장이 고발돼 있고 4월17일 국회 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사회는 너무도 평온하게 후임 이사 선출과 이사 보수 산정 등의 작업만 했다"며 "오늘 주총을 통해 자신들의 모든 무책임함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9일 오전 KT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주주들이 퇴장하는 모습. 사진/정초원 기자
29일 KT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주주들이 퇴장하는 모습. 사진/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불과 40여분만에 끝났다. 속전속결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된 진행됐지만, 황 회장이 발언하는 내내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주총장에 포진한 주주들은 "황 회장을 감옥으로", "황 회장은 퇴진하라", "범죄자"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고, 일부 주주는 직접 발언권을 얻어 최근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을 비판했다. 한 주주는 "지금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KT가 5G 광고를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광고를 하면 뭐하나. 매일 뉴스에서는 KT 채용비리와 황 회장이 20억원을 들여 불법성 로비 군단을 운영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우려의 말을 쏟아냈다. 이어 "작년에는 아현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 보도가 12월 내내 이어졌다"며 "황 회장이 2014년 취임한 이후 계속되는 경영 비리에 책임 지고 물러나야 주가도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노조 소속으로 소개한 또 다른 주주는 황 회장와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고 발언했다. 그는 "두분과 (KT) 이사들이 우리 KT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 모든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성실히 대응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주주들의 질타 섞인 발언이 이어지자 황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 답변을 내놨다. 우선 아현 화재 사태에 대해서는 "피해를 보신 분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전 임직원이 힘을 모아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속한 보완과 예방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주주대표소송에 대해서는 "당사 감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다만 채용비리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라 이 자리에서 논의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29일 KT 주총을 진행하는 황창규 KT 회장의 모습이 KT연구개발센터 기자 대기실에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정초원 기자
29일 KT 주총을 진행하는 황창규 KT 회장의 모습이 KT연구개발센터 기자 대기실에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황 회장이 직접 추천한 사내이사를 바탕으로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계 구도가 거론되는 것을 비판하며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 주주는 "황 회장이 연임 기간을 마무리하고 후계 구도를 양성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경찰 출석 요구도 받은 바 있다. 국민기업 KT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황 회장이 스스로 정리하고 용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KT 주총에서는 김인회 경영기획부문 사장과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 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황 회장의 남은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그 스스로 "올해 5G와 함께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준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총 종료 이후에도 주총장 안팎의 소란은 이어졌다. 주주들은 주총장을 떠나는 와중에도 '멋대로 20억 경영고문 위촉 황창규 퇴진', '낙하산 KT 회장' 등의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든 채 황 회장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KT연구개발센터 정문 앞에서는 수십여명의 경호인력과 반대 세력이 대치하며 미약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29일 KT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각종 단체들과 경호인력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정초원 기자
29일 KT 주총이 열린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단체들과 경호인력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편, 이날 KT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은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신임 사외이사에는 성태윤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와 유희열 부산대 석좌교수가 선임됐으며,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김대유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보다 10% 낮아진 58억원, 배당금은 100원 오른 주당 1100원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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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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