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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CEO 동향)조양호 박삼구 조남호 불명예 퇴진
(주간 CEO 동향)조양호 박삼구 조남호 불명예 퇴진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3.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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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항공사, 총수 부재 상황 직면
최태원, '사회적 가치' 전도사 행보

조양호,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박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지 20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에서 시작된 총수 일가의 비리와 전횡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의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 약 2.5% 지분 차이로 경영권에 제한을 받은 것. 

 

수백억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은 기존에 조사한 범죄 혐의 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가 고발한 사건과 새롭게 포착된 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조 회장을 추가 소환했다. 조 회장이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에 출석하는 것은 올 들어서 네 번째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권고하고 국민연금도 주총 하루 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개해 조 회장의 연임 불발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조 회장의 재임 실패로 대한항공은 조원태, 우기홍 등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한편 이틀 후인 29일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을 겨냥했던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안건이 찬성 48.66%, 반대 49.29%, 기권 2.04%로 부결됐다.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안은 찬성 65.46%, 반대 34.54%로 승인됐다. 

조 회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한진칼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이 또 한번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삼구, 경영 일선 전격 퇴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 부실 회계 파문의 모든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을 포함, 갖고 있던 모든 직함을 내려놓으며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박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기내식 파동'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기내식 파동'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 부터 '한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22~25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거래는 정지됐고, 모기업인 금호산업으로도 그 여파가 미쳤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사태 발생 나흘 만인 지난 26일 '적정' 의견으로 수정된 감사보고서를 재제출했다. 다만 감사보고서 수정으로 영업이익은 기존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부채비율도 649%로 대폭 증가했다. 국내 주요신용평가사들은 감사보고서 파문 직후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 상환 압박에 직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박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퇴진에 앞서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조기 시장 신뢰 회복의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 그룹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해 경영 정상화를 꾀할 방침이다. 

한편 박 회장의 퇴진 선언으로 이튿날 열린 금호산업의 주총에서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철회됐다. 같은날 개최된 아시아나항공의 주총에서는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가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 감사인의 의견과 관련해 주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조남호 한진홀딩스 회장 퇴진

29일 열린 한진중공업의 제1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남호 한진홀딩스 회장이 사내이사 임기 만료로 퇴진했다. 조 회장은 1989년 국영기업인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30년간 한진중공업의 사주였다. 한진중공업 최대주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그는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한진중공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해 왔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필리핀 채권단과 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이 6874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출자 전환키로 하면서 조 회장의 퇴진 등 경영권의 큰 변화가 예고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후임으로 이병모 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후 40여년간 조선업종에 근무해 온 대표 '조선통'이다. 조선소의 관리, 생산, 기술부문을 총괄 운영할 수 있는 통합형 최고경영자(CEO)로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보아오포럼서 '사회적가치' 역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아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서 전방위 활동을 펼쳤다. 

 

최태원 SK 회장이 28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한국 경제인 중 유일한 연사로 참석,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SK 제공) 2019.3.28/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한국 경제인 중 유일한 연사로 참석했다. 사진/SK

최 회장은 지난 28일 중국 하이난에서 막을 올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사로 참석해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가치 측정과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두 가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의 신경영전략으로 제시한 '사회적 가치'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 글로벌 재계 인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것. 

그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적 성과를 키우기 위해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에는 SK그룹이 보아오포럼 공식 세션의 하나로 주최한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역할' 세션에도 참석해 기관 투자가들도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1월 SK그룹 주요 4개 관계사 50명의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에 대한 5점 척도 조사를 한 결과, 평균 4.18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SK㈜ 제2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연임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순조롭게 통과됐다. 동시에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에서는 물러나기로 결정, 경영과 감시의 분리를 꾀했다. 신임 이사회 의장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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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