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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 제재 될까
한투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 제재 될까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01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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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발행어음 거래 좌우할 '선례' 되나 '촉각'
중징계 확정되면 최태원 SK 회장에도 '불똥' 가능성
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오는 3일로 예정된 가운데, 제재 수위를 놓고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결과가 향후 특수목적회사(SPC)나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좌우할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당초 예고대로 한국투자증권의 중징계가 현실화되면, 이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첫 번째 제재 사례가 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3일 제재심을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혐의 안건을 재상정한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안건을 심의했지만 최종 결론까지는 내리지 못했다. 지난 2월 제재심에서는 심의 안건으로 다뤄지지도 않아, 통상적인 제재심 안건과 달리 넉달째 결론이 나오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이 제재심에서 다룰 한국투자증권 관련 안건으로는 '대주주 계열사 신용공여 위반'을 비롯한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발행어음 개인대출 혐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1673억원을 조달해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는데,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의 지분 19.4%를 인수했다. 문제는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으면서, 최 회장이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의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TRS는 주가 변동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손실 등을 나누는 파생거래다. 

금감원은 지난해 종합검사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의 TRS 거래를 발견했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이 결국 최 회장 개인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근거 아래 '개인거래'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IB)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로 활용하는 것은 금지돼있다. 특히 금감원은 이 SPC를 최 회장과 분리되지 않은 '동일체'로 해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임원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막상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의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일부 제재심 위원들은 이 안건을 두고 '시장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안을 개인대출로 해석한다면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SPC와 TRS 신용공여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검사국은 개인신용(대출)이라는 입장이고, 제재심에선 양쪽 의견이 모두 제시돼 논의가 이어져왔다"며 "업계 최초 사안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도 이 안건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금융당국 내부에서 한 가지 사안을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도 금감원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투자증권 제재심과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을 최소화하며 좀 더 나은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간 한국투자증권도 "SPC라는 법인에 대출해준 것일 뿐 최 회장 개인에게 자금을 대출해준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소명해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제재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로선 입장이나 계획을 말씀드리기 힘들다"며 "당국을 통해 성실히 소명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제재심 위원들의 시각이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은 추후 결과를 둘러싸고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치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 결론이 확정되면 SK그룹의 최 회장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이번 사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재벌 총수의 사익 편취 논란으로 한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 회장이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은 사익 편취에 해당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최 회장은 SK 사내이사였던 덕에 SK실트론 인수의 내용, 가격, 가치 평가 등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기 유리한 위치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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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