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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층의 계급투쟁에 당하다
엘리트층의 계급투쟁에 당하다
  • 노엘 뷔르기
  • 승인 2010.11.05 19: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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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죽은 사람 수를 세고 있을 때>
요즘 독일은 경제 강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모범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번영 뒤에 숨겨진 이면은 이웃 국가, 그중에서도 프랑스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조사와 연구의 기준이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더구나 선진국 가운데 유독 프랑스는 노사관계가 가장 적대적이다.

최근 프랑스 텔레콤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난 자살 사건(1)은 프랑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보여준다.(2) 그렇다고 이것이 프랑스만의 현상은 아니다. 저널리스트 군터 발라프(3)의 표현에 따르면 고용 불안정, 노동조건 악화, 비인간적 대우는 ‘엘리트층에 의한 진정한 계급투쟁 전략’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 <노동에 마음이 있다>
발라프는 자신이 직접 조사 대상의 노사 그룹에 가입해 독일 전역에서 8건의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일상에서 독일인이 저지르는 인종차별을 경험했고, 정부의 지나친 통제를 받으며 쥐구멍에 몰린 노숙자를 보았으며, 산업재해에 희생된 전직 간부 혹은 직원을 만났다. 또한 베이커리, 고급 식당, 스타벅스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에 대한 증언을 모았다. 직접 콜센터에 취직해 ‘사기의 악순환’이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마피아 같은 기업 문화의 현실과, 독일 철도 민영화를 비판한 도이치 반의 간부들이 당한 괴롭힘에 대해서도 알렸다. 발라프는 불가능해 보이는 구조조정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공포의 변호사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불법 해고를 ‘합법적인 전략’을 통해 가능하게 하는 달인이었다. 독일의 ‘경제 기적’ 이면은 다소 충격적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어쩌다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일상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 <최고 세상의 패배자들 가운데>
노동자가 불법적으로 대우를 받는 현실에서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불안한 사지로 내몬다. 여기에 정책·구조·과정이 상황을 악화하고 있다. 세바스티앵 쇼뱅(4)이 시카고 일용직 알선센터를 민족지학적 방식으로 연구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일용직 알선센터를 통해 불법 노동자 고용,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흔한 일이 되면서 기업들은 ‘불법적인 행동’을 마음껏 하고 노동자를 하층 시민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반면, 일용직 노동자들은 불안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단순노동에만 종사하게 된다.

글•노엘 뷔르기 Noëlle Burgi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 <불안정의 센터>
(1) 프랑스 텔레콤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시 단체 사이트(www.observatoiredustressft.org)와 본 단체의 회원인 마랭 르댕과 브리지트 퐁 르브레가 최근에 출간한 <죽은 사람 수를 세고 있을 때: 전 프랑스 텔레콤 직원과 정신과 의사의 면담>(Pendant qu’ils comptent les morts: Entretien entre un ancien de France Télécom), La Tengo, Paris, 2010 참조.
(2) 이브 클로, <노동에 마음이 있다: 사회심리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Le Travail a un coeur: Pour en finir avec les risques psychosociaux), La Decouverte, Paris, 2010.
(3) 군터 발라프, <최고 세상의 패배자들 가운데>(Parmi les perdants du meilleur des mondes), La Decouverte, 2010.
(4) 세바스티앵 쇼뱅, <불안정의 센터: 시카고 일용직 노동자들>(Les Agences de la précarité: Journaliers à Chicago), Seuil, Pari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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