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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증권, 금융위도 봐줄까
한투증권, 금융위도 봐줄까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04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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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징계수위 '기관경고'로 낮아져
IB 발행어음 사업 '첫 제재' 특수성 감안
사진/한국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을 받는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경징계인 '기관경고'를 줬다. 당초 금감원 내에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시각이 컸지만, 금융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첫 제재라는 점을 감안해 징계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안건에 대해 '기관경고'를 의결하고, 금융위원회에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추가 건의하기로 했다. 해당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부터 감봉 등의 경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제재심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어, 추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제재를 최종 확정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금감원 검사국이 한국투자증권 종합검사 이후 통보한 제재 수위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과거 금감원은 기관 영업정지, 임원 해임 등의 내용이 담긴 조치안을 회사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종합검사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발견된 데 따른 사전 통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SK실트론 지분 19.4% 매입자금 1673억원을 대출해줬는데, 결과적으로 이 자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의 지분 매입을 위해 쓰였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사실상 '법인대출'이 아닌 '개인대출'에 가까운 거래였다는 해석이다. 자본시장법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개인대출을 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제재심 위원들은 이 거래가 최 회장에 대한 개인대출에 가깝다는 데 합의해 징계를 결정했지만, 제재 수위는 금감원의 처음 판단보다 하향 조정했다. 제재심 내부에서도 여러 시각이 엇갈렸던 데다, 업계와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사안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융위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마저 이번 사안을 두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무엇보다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초대형 IB에 대한 첫 번째 제재라는 점이 제재 수위를 낮추게 된 가장 큰 요인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사업에 대한 최초의 제재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과 실질적인 투자 손실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모두 고려해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안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향후 발행어음 시장의 '영업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레드카드(중징계)보다 옐로카드(경징계)를 건네는 쪽으로 절충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징계 수위가 높지 않다는 데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지만, 사안의 위법성은 인정된 만큼 다소 혼란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여론의 반응과 시장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조정한 것 같은데, 다소 애매한 결정으로 보인다"며 "한국투자증권의 SPC 거래 건이 징계받을 사안은 맞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재심은 금감원의 자문기구라, 이번 심의 결과에는 법적 효력이 없다. 결국 최종 결정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의 판단에 달린 셈이라, 결과가 다시 한 번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아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운 시점"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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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