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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가맹수수료 너무 의존 말아야"
"카드업계, 가맹수수료 너무 의존 말아야"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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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카드사 CEO 간담회..."신사업 진출로 변화를"
규제 일부는 완화...레버리지 비율 확대는 '추후 논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뉴스1

"카드업계가 예전과 같이 마케팅 경쟁에 의존해 회원을 유인하고, 가맹점 수수료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태에 머무른다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도태되는 비극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당국은 9일 카드업계가 근본적인 수익 모델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와 같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서 주요 수익원을 찾는 것은 근본적인 돌파구가 될 수 없다는 경고다. 앞서 카드사 노조들은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를 낮춘 대신 그 구멍을 메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날 내놓은 대책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아닌 '신사업 진출'에 방점이 찍혔다.

신사업 규제 완화하고 마케팅 구조 손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카드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했다. 정부와 업계, 학계는 지난해 말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차례 논의를 지속해왔는데, 이날 간담회를 통해 그 결과가 공유됐다. 

최 위원장은 "입법노력을 통해 카드사의 신산업 진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영업행위 관련 규제합리화를 통해 카드사의 비용절감을 유도해 나가겠다"며 "카드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원을 다원화하고 비용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카드 산업은 의무수납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 등에 힘입어 민간 소비 지출의 70%를 상회하는 지배적인 지급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며 "그러나 최근 핀테크 혁신 기업의 모바일 직불결제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이 속속 출현함에 따라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망을 통한 렌트추구에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카드사가 갖고 있는 카드 가입자의 소비 행태와 결제 정보, 가맹점 매출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해법이다. 이에 금융위는 카드사가 신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여러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우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 사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빅데이터 컨설팅 업무를 허용해, 카드사들이 다양한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간 규제로 인해 길이 막혔던 신용관리 시장에도 카드사가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카드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소비자 동의 아래 분석해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카드사의 신사업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렌탈 사업 규제도 합리화한다. 사업자 대상 렌탈, 즉 'B2B'에 대해서는 대상 물건의 제한을 없애고, 리스 자산 잔액 범위 내에서 취급을 허용한다. 그동안 카드사도 부수업무로 렌탈 사업은 할 수 있었지만, 취급 물건에 제한이 걸린 탓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진 못하는 상황이었다. 

카드사의 고질적인 마케팅 구조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카드사 마케팅 비용은 6조7000억원으로, 가맹점 수수료 이익의 54.5%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45%)에 비하면 10%포인트 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대형가맹점은 수수료 수익 대비 마케팅비용 지출 비중이 60~1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과도한 부가서비스까지 더해지면 카드 수수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게 TF의 결론이다.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수정해,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못박기로 했다. 카드사들이 법인회원을 모으기 위해 카드 매출액의 1% 내외를 캐시백으로 지급하는 등 이면계약을 맺는 관행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인회원의 가입 첫해 연회비 면제 관행도 법인카드 표준약관을 제정해 금지한다. 금융위는 법을 넘어선 경제적 이익을 주고 받을 경우 양쪽 모두 처벌받는 법안도 추가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카드사들이 새롭게 내놓는 상품의 수익성 분석도 더욱 엄밀하게 한다. 금융위는 신상품에 대한 카드사의 내부 분석이 엄밀하지 않아 상품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상품 설계 과정을 더욱 깐깐하게 따져,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추후 출시될 카드 상품의 소비자 혜택은 지금 수준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각종 영업 규제도 완화한다.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제는 폐지하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 규제가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데 드는 비용을 높이고 소비자 불판을 유발한다고 지적해왔다. 그동안은 1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휴면카드는 가입자가 계약 유지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정지되고, 여기서 9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지됐다. 아울러 비자와 같은 국제 카드브랜드사의 수수료 인상분도 고객이 나눠 부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존에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카드사가 인상분을 부담해왔다. 

레버리지 비율 확대 등은 추후 논의키로

이날 금융당국이 내놓은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신사업과 사업 규제 철폐 쪽에 무게가 실린 만큼, 카드업계의 불만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카드업계는 △레버리지 비율 완화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하한제 △부가 서비스 의무 유지기간 축소 등을 핵심 사안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자기자본에서 총자산이 차지하는 한도를 뜻하는 '레버리지 비율'의 규제 완화는 카드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부분이었다. 현재 여신전문회사는 이 비율이 10배까지 허용되지만, 카드업은 예외적으로 6배까지로 규제받고 있다. 금융위는 빅데이터 신사업 자산과 중금리대출 자산은 레버리지에서 제외해주기로 했지만, 그 외의 자산은 원칙적으로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대출 자산을 제외하면 레버리지 비율에서 제외하면, (각 카드사별로) 신사업 발굴에 쏟을 수 있는 금액이 500억~2400억원 정도 늘어난다"며 "신사업을 강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만족스러운 수익성 개선 방안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간담회 직후 "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등 여러가지 제안을 했는데 (당국이) 많이 들어줬다"면서도 "부가서비스 축소나 레버리지 비율 확대가 핵심인데 이에 대한 결정이 미뤄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카드사 노조들도 총파업을 결의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날 카드사 노조협의회는 정부가 카드수수료의 역진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노조협의회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제와 차등수수료 제도를 대표적인 수익성 보전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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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