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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금호 품 떠나 누구에게?
아시아나, 금호 품 떠나 누구에게?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4.15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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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한화 등 인수자 후보 거론…막대한 자금동원능력이 변수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품을 떠난다. 감사보고서 한정 파문 이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하는 등 배수진을 쳤지만 매각 수순을 피하지 못했다. 이로써 한때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기업으로 밀려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는 SK, 한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본사 앞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앞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스1

금호산업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 33.47%을 매각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금호산업은 "회사의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함"이라고 처분 목적을 밝혔다. 

그룹 측에서도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해왔다"며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시장이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매각 결정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3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발전과 아시아나항공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1만여 임직원의 미래도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에서도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침을 확인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 전 회장과 그의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오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면담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산업은행에 제출된 금호 측 자구계획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즉시 추진 △계열주 가계 등 보유지분 담보 제공 △박 전 회장 경영복귀 없음 △수익성 개선 위한 기재 축소·비수익 노선 정리 및 인력 생산성 제고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5000억 규모 자금 지원 요청 등이다. 

지난 9일의 자구계획안에서 3년 간 경영정상화 기간을 갖겠다고 했던 부분이 '즉시 매각'으로 변경됐다. 금호 측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M&A를 진행키로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에어부산 등 자회사의 별도 매각도 인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M&A가 종결될 때까지 아시아나항공 경영은 한창수 대표이사 사장이 맡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성공적인 오픈뱅킹 도입을 위한 향후 과제'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결단"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금호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누구 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은 SK, 한화, 애경그룹 등이다. 

SK의 경우 지난해부터 인수설이 흘러나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 제안했고 조대식 의장이 위원장을 맡은 전략위원회에서 이를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는 것. 그에 앞서 SK그룹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협의회 내 신설부서인 글로벌 사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점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됐다. 당시 SK 측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가 향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한화는 국내 유일의 항공엔진 제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다가 항공운송사업 면허 반려로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애경은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론된다. 

이 외에 롯데, 신세계, CJ 등 유통 대기업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과 물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아직까지 인수 의향을 밝힌 그룹은 없다.  

인수 여건은 만만치 않다. 우선은 대규모 자금력이 동원돼야 한다. 인수자는 금호산업의 보유 지분 33.47%(약 3563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자금을 1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최소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700억원도 해결해야한다. 

항공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 필요하다. 여행수요 증가로 항공산업의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참여자들도 많아져 차별화 포인트를 잡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자는) 현재의 아시아나항공의 포지셔닝을 극복해 궁극적인 경쟁력 회복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호아시아나, 재계 순위 급락 불가피

한편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서열이 60위권 밖으로 밀려나 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는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별도기준 매출액은 9조7329억원이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이 기록한 별도기준 매출액은 6조2012억원으로 63.7%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이 기록한 매출액은 각각 1조3767억원, 4232억원이었다. 

자산 규모도 축소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 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이 3분의1 규모로 쪼그라드는 셈. 이는 재계 60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이 당시 그룹 자산규모는 26조원으로 재계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은 독이 됐다. 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직면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룹 전체를 휘청이게 했다. 2009년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2015년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하며 그룹 재건에 나섰으나 금호타이어 인수가 자금 압박으로 무산되면서 그의 꿈 역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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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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