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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칼럼] 재벌총수의 보수 납득할 수 있나
[차기태의 경제칼럼] 재벌총수의 보수 납득할 수 있나
  • 차기태
  • 승인 2019.04.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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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와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작년 연봉이 공개됐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는 것일까 묻게 된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퇴직금을 포함해 45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를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등에게도 100억원 이상의 보수가 지급됐다. 이웅열 전 회장의 경우 퇴직금을 더한 금액이기는 하지만, 하루 1억원을 훨씬 넘는 금액을 받은 셈이다. 김택진 대표와 이재현 회장도 하루 4000만원에 가깝다.

 

 

 

이들과 일반직원의 연봉격차를 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지난 6일자 신문에 게재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연봉 비교표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의 연봉은 직원 평균급여의 154배나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사장은 59.8배를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에서 받은 금액도 직원 평균급여의 59.6배에 이른다. 이웅열 전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현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 재벌총수들은 여러 계열사에서 거액의 급여를 따로따로 받았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적자를 냈는데도 총수의 연봉이 늘어난 경우다. 이를테면 두산은 34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박정원 회장이 받은 연봉은 499600만원으로 전년보다 56.2% 늘었다. KCC도 지난해 2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정몽진 회장과 정몽익 사장 형제의 연봉은 187000만원과 14억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각각 35% 넘게 증가했다.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회사를 사랑하기나 하는지 의심스럽다.

 

 

 

우리 사회에는 고액의 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업인들이 더러 있다. 프로스포츠 선수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예술인과 연예인 등이 그렇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아 한 해 수십억원의 소득을 올린다. 자동차나 보험상품을 많이 팔아서 높은 소득을 누리는 판매왕도 이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사실 자영 사업자와 비슷하다. 특정 기업 등과 일정한 계약을 맺어서 보수를 받는다. 실력이 입증되면 보수가 유지되거나 늘어나지만, 미달되면 깎인다. 고액 보수가 보장되는 기간이나 연령도 대체로 제한돼 있다.

 

 

 

이들과 달리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자는 기업이라는 조직의 일원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거의 모든 일을 조직 구성원과 함께 한다.

 

 

 

물론 직위에 따라 맡고 있는 역할과 책임에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수만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경우 그 책임이 더욱 무겁다. 특히 전문경영인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평생을 바쳤던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상응하는 대우와 존경을 받을 자격은 충분히 있다. 그렇더라도 그 역할과 책임은 결코 혼자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사를 홀로 떠맡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경제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 그러니 보수의 수준과 격차를 일률적으로 규제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일반 시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이나 한솥밥을 먹는 직원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공감대는 있어야 한다. 공감대가 없으면 심리적 균열이 생기고 화합이 깨질 수도 있다. 노사간의 분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 차원을 넘어서 일반 시민의 시각에서 보면 그 위화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인 플라톤은 생애 최후의 대작 <법률> 5권에서 한 나라의 최고소득자가 얻는 소득이 최저소득자에 비해 4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초과분은 국가가 환수하거나 신에게 바쳐야 한다고 했다. 플라톤의 주장은 다분히 당시 도시국가 수준에 어울리는 것이다. 2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비할 바 없이 복잡해졌으니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과도한 격차는 국가의 가장 큰 질환인 불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플라톤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로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심각한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국가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그 격차를 해소하거나 줄이는 것이 한국사회의 안정과 건실한 경제발전을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면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의 보수 수준이 과연 납득할 만한 것인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니 정부가 나설 수는 없다. 기업과 재계 그리고 주주들이 스스로 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 주주들의 견제를 기대해 본다.

 

 

 

차기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장(eramus414@ilemonde.com)

* 이 칼럼은 417일자 뉴스토마토 '차기태의 경제편편'에도 실린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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