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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총리실 산하로 가야"
"국민연금 총리실 산하로 가야"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4.22 18: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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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독립성' 확보 공감..."장기적 관점 주주권 행사해야"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분 보유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향후 자본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엿봤지만 국민연금의 역할에는 아쉬움이 많았다는 의견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갖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22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올해의 정기 주주총회 기간 중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22일 국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진양 기자
22일 국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진양 기자

참석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처음 열린 올해의 주주총회에 대해 "자본 시장의 새로운 변화의 전조를 봤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채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뿐 아니라 엘리엇, KCGI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활동할 수 있게끔 자본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에 기업들은 두 가지의 대응 양상을 보인다"며 "시장의 변화에 저항하는 기업과 시장의 변화를 인정하고 현명하게 대응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의 대표 사례는 한진그룹으로, 저항 끝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맞서 더 좋은 이사 후보를 찾으려 했고, 이 같은 노력이 인정받아 회사 측이 제안한 이사들이 선임되는 결과를 얻었다. 채 의원은 "앞으로는 더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기업들은 보다 현명하게 의사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참석자들은 국민연금의 행동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방향을 결정했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 운영 과정의 미흡한 점이 지적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애초 수탁위는 주요 상장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내역을 사전 공시하기로 했고, 수탁위가 결론을 내리지못한 의결권 행사 관련 사안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검토해야 함에도 해당 기업 주주총회 이틀 전에야 관련 수탁위가 개최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자체 결정한 국민연금이 현대엘리베이터와 대한항공의 이사연임 안건 등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일부 안건에 대해서만 수탁위 자문을 구한 것은 의결권 행사 결정의 책임을 미룬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도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도 "(국민연금의 행동은) 가능성은 보였지만 진정한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며 "국민연금 자체가 자기 점검을 하고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가 머지 않아 사문화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의 일련의 결정들에 대해 경실련이 감사원에 청구한 감사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원종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 역시 "올해의 주총을 겪으면서 배운 점들이 적지 않았다"며 "여러 문제점들을 인지했고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었다"고 한계점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며 "여러 부분에서 갈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조율하고 피하려다보니 더디고 천천히 가는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그게 국민연금"이라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진정한 의미의 주주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주주총회 최소 1주일 전 관련 수탁위 개최 △국민연금 내부 결정 안건과 수탁위 자문 요청 안건 구분 기준 필요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및 사외이사 추천 인력풀 마련 등을 국민연금의 향후 과제로 제안했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위해 총리실 산하로 가는 조직개편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제시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 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적 투자를 전제로 ESG 분석과 주주권 행사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어떻게 주주권 행사를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말하는 주주권 행사와 전통적 의미의 주주행동주의는 다른 개념"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우호적인 대화를 이끌어 가는 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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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