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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4대금융 M&A 열기
뜨거워지는 4대금융 M&A 열기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24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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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유력 후보 떠올라
우리금융도 M&A 신호탄..."은행에만 매달릴 수 없다"

4대 금융지주의 비은행 계열 금융사 인수합병(M&A) 열기가 뜨겁다. 그간 은행 수익에 주로 의존해왔던 국내 금융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계를 지니고 있는 만큼,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지주사의 공격적인 M&A가 이어지면서 카드, 보험 등 각 업권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연이어 비은행 계열 금융사 M&A에 나서고 있다. 수년 전부터 은행산업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터라, 가계대출과 같은 이자수익을 먹거리로 삼는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금융그룹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숙제였다. 

우선 하나금융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주 마감한 롯데카드 본입찰 참여자는 하나금융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3곳으로, 당초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한화그룹은 본입찰에 불참했다. 표면적으로는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2곳의 '3파전'이지만, 자금력이 충분한 데다 인수 의지도 강한 하나금융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승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이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나금융의 이같은 M&A 행보는 올 초부터 이미 예고된 내용이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제시한 올해 주요 경영과제에는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가 포함됐었다.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을 그룹 전체의 30%로 늘리겠다는 게 지주 차원의 장기 목표이기도 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 이익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다.  

이번 인수전에서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거머쥐면 기존 자회사인 하나카드와 만나 카드업계 3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총 20조6347억원으로, 신한카드(29조3500억원), 삼성카드(23조47억원)에 이어 업계 3위 규모다. 이미 합병 수순을 밟은 외환카드는 하나카드와 비슷한 은행계 카드였지만, 롯데카드는 유통업을 배경으로 성장해온 카드사인 만큼 가입자 성향이 달라 합병 시너지를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우리금융도 자산운용사 두 곳을 인수하며 M&A 시장에 신호탄을 쐈다. 올해 1월 지주사 출범 이후 불과 3개월여만에 이뤄진 딜이다. 우리금융이 인수한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옛 알리안츠자산운용)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각각 994억원, 351억원으로 중소형사에 해당한다. 두 회사를 묶으면 업계 8위권까지는 발돋움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금융지주를 해체한 이후 4년만에 다시 지주사 체제를 회복한 상황이라, 다른 경쟁 금융그룹보다 계열사 확대에 대한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앞으로 1년 내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등부터 인수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2~3년 내에 1등 금융그룹으로 올라서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할 때 기존의 '내부등급법'보다 불리한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게 돼, 당장 생명보험사나 증권사 같은 굵직한 매물을 손에 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으로 계산하는데,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M&A 과정에서 투입할 자금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앞서 중소형 규모의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것처럼 작은 매물을 위주로 M&A를 검토하고, 큰 금융사는 시간을 두고 끌어올 전망이다. 

금융그룹 선두를 다투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M&A 행보도 주목된다. KB금융은 올해 롯데캐피탈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롯데 측이 매각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탓에 인수전 참여도 미뤄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략적 M&A를 추진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견고하게 다지겠다"며 M&A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아시아신탁과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은행 이익에만 의지한다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공통된 의견"이라며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M&A 효과로 올해 이익 성장세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나 성장 모멘텀을 고려했을 때 금융지주가 M&A를 통한 외연 확장을 고민하는 것은 예정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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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