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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승부수, 이건희 '메모리 신화' 이어가나
이재용의 승부수, 이건희 '메모리 신화' 이어가나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4.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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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시스템 메모리 1위 달성"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청사진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대 업적이 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린 것과 비견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 24일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각각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극자외선(EUV) 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와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비메모리' 통 큰 투자

업계에서는 '반도체 비전 2030'이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키우기 위한 이 부회장의 승부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압도적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올 들어 시스템 반도체 육성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화성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는 항상 있지만 이유를 밖에서 찾기보다 지속적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나가겠다"며 "반도체 투자를 지속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려이 나온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비전은 지난 2009년 이 회장이 '초일류 기업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담은 '비전 2020,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를 발표한 지 9년 만에 나온 것으로 더욱 주목받는다. 당시 비전에서는 2020년까지 한 해 매출 4000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로 전 세계 IT 업계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서는 동시에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체적 목표가 제시됐다. 내년 매출 전망치는 240조원 수준으로 목표 도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TV, 휴대폰 등 주요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비전 2030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초격차를 이뤄낼 경우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의 입지를 보다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87년 삼성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신경영 선언으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했다. 그 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했고, 이후 세계 최초 256M D램, 1Gb D램 등 개발에 연이어 성공하며 압도적 경쟁력을 지속 유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35조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이 부회장 경영 보폭 커질 듯

비전 2030과 함께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도 보다 적극적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 회장의 와병 이후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섰다. 하지만 이듬해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이재용 시대'의 개막은 늦춰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러난 이후 해외 일정을 중심으로 경영 복귀에 나섰다. 중국, 유럽, 북미 등을 돌며 미래 먹거리 모색에 집중했다. 지난해 7월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후에는 국내에서의 경영 보폭도 점차 확대됐다. 9월에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고, 올 들어서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방한 때에도 경제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상고심도 순조롭게 마무리 되면 활동 반경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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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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