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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발당한 KT…불투명해진 케이뱅크 미래
검찰 고발당한 KT…불투명해진 케이뱅크 미래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4.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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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재판 결과 나올 때까지 대주주 심사 중단"
케이뱅크, 대안 찾기 나섰지만…영업 안정화 미지수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려던 KT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케이뱅크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그간 케이뱅크는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영업에 차질을 빚어왔던 만큼, KT의 대주주 승격에 따른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은행권의 '메기'가 되겠다던 당초 지향과 달리,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고발당한 KT…케이뱅크 대주주 '난망'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에서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 회사를 정해 계약을 따내는 방식으로 담합한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33억800만원을 부과했다. 특히 KT에 대해서는 적발된 4개사 중 최대 규모인 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번 담합에서 KT가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고발로 인해 KT의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적격성 심사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앞서 KT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난 12일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공정위가 KT의 담합 혐의를 포함한 여러 사안을 조사 중이라는 내용을 접하고 심사를 잠정 중단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보면 최근 5년 이내에 금융관련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벌금형 이상의 이력을 가진 주주는 인터넷은행 최대주주 자격을 가질 수 없다. 

법 위반 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가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한다면 대주주 자격을 가지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KT는 지난 2016년 3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한 차례 확정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이번 사안 또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금융위가 참작해줄 여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검찰 기소가 확정되면 최대 2년은 법정 공방에 발이 묶이게 된다. 금융위 측은 "KT에 대한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심사는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른 양형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중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금융당국이 심사를 멈춘 기간 동안은 대주주 자격을 얻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이번 담합 건 외에도 공정위가 KT와 관련해 추가로 들여다보는 사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렸다. 

대안 찾는 케이뱅크…불투명한 미래

하루라도 빨리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KT의 대주주 승격만을 바라보고 있기 힘든 상황이 됐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자본 부족으로 정상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수차례 대출상품을 판매 중단해왔다. 최근 들어서도 케이뱅크의 주력 대출상품 가운데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가 중단됐다. 상품 리뉴얼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업계에서는 자본이 부족해 상품을 유지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5억원으로, 같은 시기 금융위로부터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 1조3000억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케이뱅크가 정상적으로 은행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000억원 가량의 자본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특례법 통과 직후인 올해 초,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KT를 대주주로 맞을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KT의 대주주 승격이 요원해지면서 이런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케이뱅크 측이 마련한 대안은 기존 주주사의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고, 신규 투자자를 찾는 방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보통주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환 신주 발행을 통해 일정 규모의 증자를 브리지 형태로 시행할 것"이라며 "업계 리딩 기업이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로 새롭게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한 최상의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주주 간 협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은 케이뱅크 증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신규 투자자를 통해 케이뱅크를 안정화시킬 정도의 자본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케이뱅크는 전환주 발행 이후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규모 증자를 다시 추진하는 '유상증자 분할 시행'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심사를 언제 재개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크게 유효한 방법은 아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수시로 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자본금 여력이 없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탓에 이미 거래 중인 금융소비자의 불안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무조건 KT를 대주주로 상정하고 해법을 찾는 것보다는 은행이 정상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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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