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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롯데 알짜매물' 뺏긴 대형 금융사들
사모펀드에 '롯데 알짜매물' 뺏긴 대형 금융사들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5.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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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는 '한앤컴퍼니'·손보는 'JKL파트너스'에 우선협상권
하나금융 탈락…우리은행과 손잡은 MBK파트너스도 '고배'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두 금융사 모두 사모펀드(PEF)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점쳐졌던 하나금융지주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또 우리은행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도 이번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협상자에 사모펀드가 선택된 이유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를 각각 선정했다. 시장에서는 두 매물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가 선정된 것을 두고 "예상을 뒤집는 결과"라는 평이 잇따른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전략적투자자(SI)인 하나금융의 인수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진 데다,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린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두 대형 금융사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시장의 전망을 뒤엎고 승기를 잡은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 80%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입찰가 1조44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로 환산하면 롯데카드의 가치를 1조8000억원으로 쳐준 셈이다. 현재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은 98.7%로, 한앤컴퍼니와의 딜이 성사되면 나머지 20%에 가까운 지분은 롯데 몫으로 남는다. 대형 금융사에 롯데카드를 곧바로 넘기는 것보다는, 회사의 지분을 일부라도 보유한 채 당분간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입찰가도 사모펀드 쪽이 소폭 높게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지주 측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입찰가격 뿐 아니라 다양한 비가격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특히 임직원 고용보장,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임직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롯데그룹이 두 금융사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때문이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적용받아 금융계열사를 소유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롯데 측은 지주사를 설립한지 2년째가 되는 오는 10월 전까지는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해야 했다. 현행법상 매각을 결정하긴 했지만, 그룹 입장에선 알짜 계열사나 다름없는 금융사를 떠나보내는 게 달갑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유통과 숙박으로 투자 종목을 넓히고 있는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와의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주 측은 "롯데카드의 경우 경영권 지분 매각 이후에도 20% 소수지분 투자자로 남아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와의 다양한 제휴 관계를 유지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지분 58.5%를 보유하는 조건으로 4270억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데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에도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롯데지주 측은 "롯데손보에는 별도의 소수지분을 남기지 않았지만, 매각 이후에도 협업 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 지각변동, 당분간 없던 일로

인수전에 참여했던 대형 금융지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 그간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손에 넣으면 하나카드와의 합병을 통해 업계 상위권 카드사가 탄생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 점유율은 롯데카드가 11.04%(5위), 하나카드가 8.25%(7위)로, 두 회사를 합치면 업계 2위까지 넘볼 수 있는 성적이다. 유통과 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두 회사의 시너지도 만만치 않아,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최근에는 MBK파트너스가 우리은행의 손을 잡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하나금융을 제치고 우선협상권을 따낼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올해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우리금융은 올해까지 자본출자에 한계가 있어, 인수전의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지분 일부를 나눠 가지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컨소시엄이 제시한 안은 MBK파트너스가 60%, 우리은행이 20%의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였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과 우리은행 모두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업계의 지각변동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다만 사모펀드들이 롯데 금융계열사를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M&A 시장에 다시 내놓을 수 있어, 향후 매물로 재등장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 특성상 재매각을 통한 차익을 노릴 것"이라며 "두 사모펀드 모두 단기 차익에만 급급한 극단적인 방식은 지양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장 등을 통해 기업 몸값을 키운 뒤 금융사에 재매각하는 것이 일반론"이라고 했다. 

롯데지주는 우선협상대상자들과 세부 논의 과정을 거쳐 오는 13일까지 두 금융계열사에 대한 주식매매 계약체결(SPA)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롯데 측은 이르면 7월께 매각 과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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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