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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칼럼] 한국경제 주홍글씨 지우기 서두를 때
[차기태의 경제칼럼] 한국경제 주홍글씨 지우기 서두를 때
  • 차기태
  • 승인 2019.05.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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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에서 4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한 가장 후진적인 나라로 꼽힌다. 지난 25일 열린 CFA한국협회(CFA Society Korea)에서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아시아 12개 나라 가운데 9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는 지적은 지금까지 무수히 제기돼 왔다. 그러니 한국에는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붙는 것이다.

 

 

 

한국에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낙인이 찍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가 확실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큰 요인이다. 분단 한국에 숙명처럼 붙어있는 기본상수나 다름없다. 이런 기본상수 외에도 불투명한 기업회계, 주주에 대한 부당한 대우, 그리고 재벌총수 일가가 흔히 일으키는 오너리스크등 경제적 요인도 다양하다. 모두가 주홍글씨 같은 것들이다. 이런 주홍글씨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성장세가 그나마 유지된 것은 아마도 막대한 규모의 자본투입에 의한 원가경쟁력과 수출 덕분이다. 그런 체질이 최근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70%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맴도는 공장가동률이나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고용부진 등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한국경제에 절실히 요구되는 이런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여러 가지 있지만, 코리아디스카운트라고 하는 주홍글씨를 지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한반도 정세안정이야 한국 정부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그렇지만 다른 과제들은 정부와 기업이 조금만 노력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올해 열린 주주총회를 돌아보면 나름대로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인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도입한 것을 계기로 기관투자사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혜성처럼 등장한 강성부펀드라고 하는 사모펀드는 주주행동주의라는 새바람을 몰고 왔다.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코드와 사모펀드의 주주행동주의가 지향하는 목표와 방법은 다소 다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이 합리적인 경영체제와 경영정신을 갖추도록 재촉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막은 것은 주주행동주의와 국민연금의 뜻이 일치됐기 때문이었다.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크고작은 일들을 해냈다.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기업 쪽이 내놓은 안건에 반대투표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주주제안이 상정된 코스피 상장사는 17개사로 지난해의 2배애 육박했다. 안건은 57건으로 3배 가까웠다.

 

 

 

또다른 관건인 배당도 근래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이 한 포럼에서 밝힌 바에 따르며 코스피 기업들의 2018 사업연도 배당 총액은 308000억원으로 5년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배당수익률도 2.5% 내외로 채권금리(10년 만기 국채수익률 1.9%)를 상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일부 재벌에서 단행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감사위원회 설치 등 유익한 소식이 적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분식회계가 회계법인에 의해 사전에 노출되고 총수인 박삼구 회장이 퇴진한 것도 획기적인 진전이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개선조치가 요구된다. 이를테면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를 기관투자가에 관한 한 없애거나 완화할 필요가 있다.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가 6개월 내에 주식거래상 차익을 낸 경우 반환해야 한다는 '10%'은 이제 없애야 한다.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1%포인트 이상 변동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5%도 마찬가지이다. 기관투자가의 활동을 불필요하게 제약하는 규제들이다.

 

 

 

근본적으로는 대기업의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그런 원론을 당장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장 재벌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규제만이라도 제거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것은 우선 수출 감소 등 경제지표 부진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한국시장을 괴롭혀온 코리아디스카운트 역시 한 몫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한국 경제의 체질혁신을 서두를 때이다.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장(eramus414@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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