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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티브로드 합병 신청…유료방송 지형도 바뀌나
SKB-티브로드 합병 신청…유료방송 지형도 바뀌나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5.0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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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케이블TV 인수 추진…정부 불허에 '좌초' 전력
SKT "과거와는 다른 상황"…업계 빅3 재편 가능성
사진/뉴스1
사진/뉴스1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의 합병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과거 CJ헬로(옛 CJ헬로비전)를 인수하려다가 정부의 인가를 못받고 좌초된 이후 3년 만에 케이블TV 업체 인수·합병(M&A)에 재도전한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티브로드 계열법인은 정부에 인수·합병 관련 변경허가·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회사는 관련 서류를 11개 캐비닛에 담아 정부과천정사 과기정통부 사무실에 전달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26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산업의 자회사 티브로드의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 인수에 고배를 마셨던 3년 전과 유료방송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이번에는 인수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가 합병할 경우, CJ가 사업권을 보유한 23개 권역 중 21개를 독과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합병 승인을 거부했었다. 당시 합병 불허 결론이 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7개월에 달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M&A 시도 이후 안됐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며 "바뀐 환경과 저희의 생각을 잘 전달하면 정부도 잘 헤아려 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장근배 태광산업 상무도 유료방송 인수·합병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회사의 윈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계법령과 고시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SK브로드밴드는 심사에 속도를 내는 차원에서 지난 3월 공정위에 티브로드와의 합병 관련 임의적 사전심사를 요청했다. 임의적 사전심사는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기 전에 공정위의 판단을 미리 받아보는 제도다. 추후 정식 합병을 위한 심사 과정은 다시 거쳐야 하지만, 임의적 사전심사 때와 동일한 내용일 경우 처리 시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에 나선 티브로드는 케이블 업계 2위 사업자로, CJ헬로 다음으로 많은 가입자(315만명)를 보유하고 있다. 티브로드가 SK브로드밴드와 짝을 맺을 경우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14.3%로, 티브로드(9.6%)와 결합하면 단순 점유율은 23.9‬%까지 올라간다. 이는 시장 1위인 KT(21.1%)를 뛰어넘는 수치다.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은 "(방송과 통신의) 이종 결합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LG유플러스도 CJ헬로 인수 절차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와 관련 "분명히 3년 전과는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방통위가 2016년과 달리 전국 시장상황을 거의 같은 정도로 판단하는 관점의 변화가 있었다. 전국적인 시장상황을 강조하는 방통위 관점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78개 방송사업 권역별로 합병 심사를 진행했던 과거와는 심사 기준이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유료방송시장의 지형도가 이동통신 3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TV(IPTV)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케이블TV 매출 성장은 둔화되는 추세다. 2017년 기준 케이블TV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 줄어든 2조1307억원이었지만, IPTV의 매출액은 20.5% 상승한 2조9251억원으로 유료방송의 절반을 넘어섰다. 

유료방송시장이 이동통신사 중심의 빅3 경쟁으로 탈바꿈하면, 통신사들의 사업 방식도 이동전화 매출을 중심에 뒀던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IPTV와 5G를 활용한 미디어·콘텐츠 경쟁은 이미 이동통신업계의 대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올 1분기 이동통신 3사의 실적만 봐도 IPTV 매출이 견인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동전화 사업은 정체기"라며 "이제 무선전화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콘텐츠 등 질좋은 서비스를 어떻게 기존 사업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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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