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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확산을 위한 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하여
윤리적 소비확산을 위한 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하여
  • 사회책임네트워크
  • 승인 2019.05.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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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위해 7시간 30분을 기다린 손님이 있다. 지난 3일 한국 1호점을 오픈 한 ‘커피업계의 애플’인 블루보틀 이야기다. 블루보틀 1호점 첫 손님은 전 날밤 자정인 0시 25분부터 무려 7시간 30분을 기다려 첫 잔을 구매했다. 블루보틀 영업 첫 날 오전에는 문이 열리기 전부터 수백 명이 매장 앞에 줄을 섰고, 하루 종일 매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블루보틀의 소비현상은 우리사회의 소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단순히 돈을 쓰는 게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됐다. 소비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 거다. 어떤 차를 타고, 어디에 살고, 무엇을 사느냐는 내가 누구인지를 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되었다. 미시건 대학교의 정치과학자인 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elheart)는 이를 경제적, 물질적 안정을 추구하는 물질주의의 시대적 가치에서, 자기표현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후기 물질주의의 시대적 가치로 이동하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삶에서는 의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소비에서는 가치를 추구하는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윤리적 소비 역시 이 사회현상에서 출발한 소비패턴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필요를 충족하기 보다는 소비를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삶의 질 향상 등의 의미를 찾는다. 실제로 현대의 소비환경은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윤리를 고려하도록 한다. 소비사회에서는 소비 역시 많은 위험과 문제를 만들기에 소비자들의 선택과 결과는 중요하고, 소비자체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이미 윤리적 소비자들의 힘이 막강하다. 아동노동반대운동이나, 동물실험반대운동, 불공정무역 등 기업의 비윤리적인 면을 지적하는 불매 운동 등은 모두 윤리적 소비운동의 가시화다.

윤리적 소비 트렌드는 마케팅과 기업환경에서도 중요한 논제가 되어가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의 파워를 실감한 기업들의 대처도 기민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윤리적 소비의 필요성과 관심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2008년 삼성경제연구소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본격적인 ‘윤리적 소비’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발표했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 후 10년이 흐른 2019년의 윤리적 소비는 어떠한가?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라고도 부르는 윤리적 소비가 강조하는 사회적 책임에 공감하면서도 회의적인 듯하다. 윤리적 소비자라고 해서 무조건 윤리적 제품에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상당 수 소비자는 품질 등이 기본 기대수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가격, 편의성 등의 조건이 만족스러워야만 친환경 소비를 하겠다는 거다. 2008년의 ‘윤리적 소비’에 대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장밋빛 전망이 빗겨간 데에는 윤리적 소비제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사회적기업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업들에게 윤리적 가치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만큼 편의성, 품질,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초대박을 낸 블루보틀의 특징은 손님이 주문을 하면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이후 커피콩을 간다. 커피는 핸드드립 방식으로 내리는 '슬로우 커피'다. 커피에만 집중해 프리미엄 커피만을 제공하겠다는 블루보틀의 가치가 담긴 방식이다.

두 번째로 소비자들은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이 원칙을 고수하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데 대해 진정성을 느낀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 저명한 파타고니아는 윤리적 제품을 고수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을 소비자에게 제품으로 꾸준히 보여줘 왔다. 1993년부터 100% 유기농 순면 제품만을 제작했고, 1996년부터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스냅티’라는 제품을 매년 제작하며 화제를 낳은 바 있다. 2014년부터는 강제 사육된 동물의 털은 쓰지 않는 ‘트레이서블 다운’을 선보이며 동물의 권리도 보호하려 노력하고 있다.

세 번째로 대부분의 윤리적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별도의 소비자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도덕적,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윤리성을 강조한 교육이나 메시지에 질려있다. 그들에게 윤리적 제품의 구매와 소비가 우리 삶에 즐거움과 행복감을 제공함을 경험할 기회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매년 5월 2주 토요일에 열리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은 이러한 취지를 잘 살린 행사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공정무역을 즐기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와 공정무역으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낀 청년, 청소년 단체들은 매년 다양한 장소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마침 11일 토요일에 서울숲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 ‘세계 공정무역의 날’ 행사가 10시부터 6시까지 열리니 윤리적 소비를 즐겁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끽하기 바란다.

윤리적 소비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자신만의 전문성, 고집 있는 진정성, 가르침이 아닌 경험으로 제품을 소개한다면 윤리적 소비에 대한 2008년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이 되는 바탕이 될 거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홍보캠페인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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