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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골드만삭스' 전쟁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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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5.17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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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증권사 초대형IB 핵심 발행어음 인가
미래에셋·삼성증권은 갈 길 멀어

초대형 투자은행(IB) 시장을 둘러싼 대형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KB증권이 초대형 IB의 핵심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 데다, 신한금융투자도 자기자본 덩치를 키우며 초대형 IB로서의 발판 다지기에 나섰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대내외 이슈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 발행어음 사업 진출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초대형 IB로 지정된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 가운데 3곳이 발행어음 사업 자격을 획득하게 됐다. 앞서 사업을 영위하던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최근 KB증권이 금융당국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의결받으면서 국내 3호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KB증권은 조만간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가 완료되면 발행어음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한 증권사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로, 이 대열에 합류하면 전통적인 증권업을 넘어선 포괄적인 신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발행어음 사업이 허용되면 영업의 보폭이 훨씬 넓어진다. 발행어음은 금융사가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증권사가 조달한 자금은 각종 기업대출과 부동산금융에 쓰인다. 반면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지 못한 증권사는 기업을 상대로 외국환 업무도 진행하지 못해 IB 사업에 제약이 걸린다. 

KB증권이 당국의 발행어음 인가에 난항을 겪으면서도 수차례 재도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KB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는 금융당국의 장고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KB증권은 지난 2017년 7월 발행어음 인가를 처음으로 신청했다가 지난해 1월 현대증권 당시 영업정지당한 전력이 있어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이후 KB증권 직원 횡령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인가 재신청 시기가 연기됐고,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사업 인가에 재도전할 수 있었다. 

KB증권이 새로운 발행어음 사업자로 등장하게 되면서, 국내 발행어음 시장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과의 3파전으로 확장된다. 국내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이 5조4000억원, NH투자증권이 3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KB증권까지 가세하면 시장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하고 발행어음 시장에 합류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정기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재원은 내부유보자금과 2000억원의 원화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IB로 육석하려는 목표는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제기된 이슈다. 그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IB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자본시장 부문의 그룹 내 손익 비중을 오는 2020년 14%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2017년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던 미래에셋대우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끝날 때까지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보류한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소유한 미래에셋컨설팅에 매출을 몰아준 정황을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에도 공정위 현장조사가 진행되는 등 예상보다 조사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도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기약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금융당국 판단에 제동이 걸렸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지난해 4월 112조원 규모의 주식이 잘못 입고된 배당 오류 사태까지 발생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배당 오류 사태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삼성증권은 2021년까지 신사업 진출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법적 판단이 얽혀 있어 향후 상황을 속단하기 힘들다"며 "신한금융투자가 먼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고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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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