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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의 문화톡톡] 21세기 검열 사태: <아이치트리엔날레2019>와 <광주비엔날레2014>
[박현선의 문화톡톡] 21세기 검열 사태: <아이치트리엔날레2019>와 <광주비엔날레2014>
  • 박현선(문화평론가)
  • 승인 2019.09.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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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검열 사태

올 해 4회째를 맞이한 <아이치트리엔날레2019>는 2010년 시작한 일본 최대의 국제예술제로, 이번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과 한국, 그리고 양국의 예술진영에 엄청난 정치적·문화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별전 형식으로 기획된 <표현의 자유, 그 후> 전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770여통의 협박메일이 쇄도하고, 전시장을 가솔린으로 불태우겠다는 테러 예고와 각종 협박이 주최 측에 가해졌다. 이어서 아이치트리엔날레를 공동개최한 나고야시의 카와무라 타카시 시장과 아이치현의 오무라 히데아키 지사는 쿄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방화 사건을 예로 들며 관객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며 <표현의 자유, 그 후>를 중단시켰다. 그런데, 이번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단순히 우발적인 문제나 관객 보호의 차원이 아니다. 이 사태는 우익 정치 세력의 권력과 대중선동, 그리고 예술의 ‘강요된 침묵’이 매우 강한 유착 속에서 구조화되어 있는 21세기 문화예술의 실상을 위태롭게 드러낸다. <표현의 자유, 그 후> 특별전은 일본의 공립미술관에 철거당하거나 거부당한 작품들을 모아 마련한 전시였다. 말 그대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용납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전시가 결국 일본 정부와 우익단체들의 압력과 협박에 중지된 사태는 21세기 우익 포퓰리즘 시대 예술 검열의 문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맥락을 간과하지 않은 일본의 미술평론가연맹은 지난 8월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용인하게 된다면, <아이치트리엔날레2019>만이 아니라 향후의 모든 표현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표현의 건전한 발전은 일본국내에서 기대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서는 시민의 다양한 활동을 수호한다는 행정 기관에의 신뢰 그 자체를 해치게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문화연대가 이 사건을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 검열 사태로 명명하고 “위협받는 예술,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발표자로 참석한 박소현 교수는 “인류가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 속에서 도출해낸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적인 가치와 약속은 인류의 평화로운 존속을 보장하는 중요한 생존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술표현의 자유는 이 생존기술의 중요한 요소이자 척도이다”라고 말했다.  

 

2. 한국의 블랙리스트 사태

한국에서 제도적 검열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음반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다. 그러나, 그 족쇄가 끊어졌다고 믿었던 검열 정치의 폭력적 손길은 박근혜 정권 당시 매우 광범위하고 총체적으로 문화예술계 전반을 장악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로 명명된 이 검열 정치는 2016년 10월의 촛불 혁명과 더불어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2013년 봄 박근혜의 대통령 취임, 그리고 그 해 여름 8월, 김기춘 비서실장의 임명은 이후 문화계 안과 밖을 속속들이 들쑤시며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블랙리스트 검열 사태를 향한 취임식이었다.

많은 면에서 <표현의 자유, 그 후>의 검열 문제는 <세월오월>에 가해졌던 블랙리스트 검열을 상기시킨다. <세월오월>은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수차례의 수정요구 끝에 결국 작품 철수를 강요당했던 작품이다. 

 

3. <세월오월> 전시를 둘러싼 검열 정치

블랙리스트 사태의 희생양이 되었던 대표적인 작품들 중에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전시는 어떻게 블랙리스트가 억압적 문화작용으로, 은폐된 검열 정치로, 그리고, 경제적 지원 배제로 작동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세월오월>은 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을 맞아 예술비엔날레 전시와 함께 개최된 대규모 특별 프로젝트인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 달콤한 이슬, 1980 이후>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이 열린 2014년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해이기도 하다. 세로 2.5m, 가로 10.5m 폭의 걸개그림을 통해서 홍성담은 1980년 5월 항쟁, 그 이후의 진상규명 투쟁과 1987년 민주화운동, 그리고 세월호 사건 및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한국근현대사의 첨예한 문제들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제작 방식은 공동 작업의 성격을 띠었다. 시민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어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주제로 논의하여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기회를 갖기도 하였으며, 주필(主筆, 홍성담) 외에 보필(補筆, 협업작가)을 선정하여 함께 작업하고 일반시민도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오월>의 작업이 진전됨에 따라 7월 17일과 8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수정이 요구되었다. 이유는 작품에 표현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상화 때문이었다. 작가가 이를 최종적으로 거부하자 그 의사와 상관없이 8월 8일 개막식에서 ‘전시 유보’를 이유로 작품이 전시되지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한 외압은 단순한 전시 취소에 그치지 않고 2017-2018년도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국고지원이 13억 정도 전격적으로 삭감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진상조사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호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수정사항 요구 및 전시 취소 외압에 가담한 이들의 범위가 20주년 프로젝트 기획팀, (재)광주비엔날레, 광주광역시를 훌쩍 넘어서 문체부와 행안부,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의 김기춘-우병우까지 거슬러 올라가 상부의 지시가 내려졌다.  

 

4. <세월오월> 세 가지 버전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으며 홍성담의 <세월오월>은 세 가지 버전으로 존재하게 된다. <세월오월> 오리지널 완성본과 작품 수정본, 그리고 <세월오월-베를린 버전>이 그것이다. 세 버전의 공통점이자 걸개그림의 중앙에 차지하는 형상은 위아래로 뒤집혀진 세월호의 모습이다. 

그림 1.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위한 '세월오월'의 오리지널 완성본
그림 1.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위한 '세월오월'의 오리지널 완성본

<세월오월> 오리지널 완성본과 수정본에 나타난 상세한 디테일들을 살펴보면, 뒤집힌 배를 떠받들고 있는 큰 두 형상은 왼쪽에는 총으로 무장한, 그러나 맨발의 남성 시민, 그리고 오른쪽에는 김밥 광주리를 들고 있고 한복에 고무신을 신은 젊은 여성이다. 이들은 5.18 광주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상기시키며 세월호의 넋과 광주정신을 연결하는 형상들이다. 이 둘 사이로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무지개빛 잉어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며 정면에서 손을 들고 인사하는 모습도 보인다. 바다에서 헤엄치는 정령의 모습들도 중앙 하단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에서 우측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휠체어에 타고 있는 모습, 노란 우비를 입고 ‘가만 있지 말라’는 문구를 들고 있는 사람들, 촛불집회에서의 유모차 부대를 연상시키는 유모차의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가장 우측에는 국군주의 일본 병정들의 얼차려와 신사를 배경으로 아베 신조가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다. 우측 하단으로는 초록 대지를 가로질러 푸른 강물의 여신이 잠들어 있고 이 강줄기를 파헤치는 굴착기들과 이명박 얼굴의 어류충이 강물 위를 헤엄치고 있다. 세월호를 중심으로 반대편 좌측에는 데스크 앞에서 컴퓨터 댓글을 다는 국정원 직원들과 군인들, 그 옆으로는 베레모를 쓴 군인들이 김정은 허수아비를 불태우며 환호하는 모습이 하단에 배치되어 있고, 좌측 상단에 팽목항에서 웅크리고 흐느끼는 유가족의 뒷모습, 한 청년의 얼굴 물속에 거꾸로 잠겨 고문당하는 모습, 그 주변의 해골들, 안기부 직원들이 보인다. 

그림의 좌측 상단에 블랙리스트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수정요구’된 장면이 보인다. 박근혜 허수아비가 박정희의 손에 들려 있고 그 뒤에 김기춘이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 그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허수아비 모양의 박 전 대통령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허수아비 앞에는 부러진 총을 들고 소리지르며 맞서는 민중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런 구도 속에서 박근혜 허수아비는 그들을 대면해서 포악을 부리는 얼굴로, 한쪽 눈에 큰 눈물을 매달고 있다. 

그림 2. 박근혜 허수아비(좌)에서 닭 허수아비(우)로 수정
그림 2. 박근혜 허수아비(좌)에서 닭 허수아비(우)로 수정

<세월오월> 수정 버전은 이 허수아비 모양의 박근혜를 닭으로 대체한다. 붉은 벼슬과 뾰족한 부리, 눈물 한 줄기가 매달려 있는 노란 눈, 그리고 털이 모두 뽑힌 몸통을 드러낸 닭이 박근혜의 자리에 대신해서 박정희, 김기춘에 잡힌 허수아비 모양으로 그려진다. 이는 박근혜의 도상적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지우고 정치성을 약화시킨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박근혜의 별칭 중에 ‘닭’, ‘닭근혜,’ 혹은 ‘닭통령’이라는 명칭 등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오히려 더 강도 높은 풍자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해석적 차원에서의 정치성을 따지기에 무리인데, ‘닭 그림’이 외부의 억압적 규제에 의해 수정된 것이니만큼 그 의미는 독자적인 차원의 풍자적 기표로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림 3. '세월오월-베를린 버전'
그림 3. '세월오월-베를린 버전'

<세월오월-베를린 버전>은 광주비엔날레 사건이 있은 후 2015년, 독일 Neue Gesellschaft für bildende Kunst(New Society for Visual Arts, 신사회미술협회)(이하 nGbk)에 홍성담이 초대되면서 블랙리스트 사태의 또다른 피해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애초에 홍성담은 자신의 작품들 중에서 <골든타임>, <닭대가리>, <바리깡>, <꽃놀이> 등과 함께 <세월오월>을 포함하는 다섯 작품을 출품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작품들 중 부피가 큰 <세월오월>을 한국에서 독일 전시장까지 배송하기로 계약한 범양해운 주식회사가 계약 후 갑작스럽게 작품 운송을 거부한 것이다. 운송 기일에 맞추기 어렵다는 표면상의 이유였으나, 정치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많은 작품이라 회사 입장에서 운송을 거부한 것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결국 작품 운송이 불가능해지자, nGbk는 결국 해당 작가들을 독일로 직접 초청, 애초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위치에 대형 벽화를 그리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때 그린 벽화가 <세월오월-베를린 버전>이다. 이 벽화는 중앙의 세월호를 제외하고 이전의 <세월오월>과 큰 차이가 있다. 원작과 수정본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채색법과 대조적으로 검은 묵으로만 전면이 그려져서 전체적인 디테일은 어둡고 불길한 바다와 유령같은 군중들의 형상으로 제시된다. 여기에 흥미로운 것은 검은 배경을 바탕으로 박근혜 허수아비와 닭 허수아비가 원래 그려졌던 방식의 붉은 채색으로 나란히 등장한다는 점이다. 

 

5. 21세기 검열 정치의 작동 

‘프리뮤즈’는 예술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덴마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국제적 NGO다. 매년 전 세계 각국에서 예술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사례를 조사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21세기 현재에도 부수한 국가에서 예술가에 대한 살해, 납치, 공격, 투옥, 박해, 위협, 검열 등이 벌어지고 있음을 전달한다. 한국의 경우, 2016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예술지원을 억압과 검열의 도구’로 사용한 사례로서 이스라엘 정부, 러시아 정부 사례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례로 등재되어 있다. 분명히 내년도 보고서에는 아이치트리엔날레 사태가 기록될 것이다. 

21세기 문화·예술 검열은 그 자체가 위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사태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가 작동된 방식에서 드러났듯이, 제도적 검열이 폐지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최고위 권력자에 의해 사태가 시작되고 추동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개입은 반-민주적이다. 이는 이전의 보이는 기구로서의 검열, 즉, 법령과 검열관이 운영하는 체제로서의 검열이 사라진 상태에서 ‘비가시적인 검열 효과’를 만들어내고 더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환경 내부의 자율적 비판성을 도말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또한, 21세기 검열의 형식상의 근저에는 ‘배제와 지원’이라는 이중적 통치술이 자리하고 있다. 지배 권력의 두려움이 특정 문화 혹은 예술인의 배제를 낳고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다른 집단에 대해 신경증적 지원을 펼치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가장 병리적으로 나타난 순간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글: 박현선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연세대 객원교수, <문화/과학> 공동편집인

 

<출처> 

<사진1> 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408111778903762

<사진2> 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408111778903762

<사진3> http://www.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79538

 

<참고문헌>

박소현, 「예술행정과 검열의 정치: 아이치트리엔날레, 평화의 소녀상, 블랙리스트」, 『위협받는 예술, 위기의 민주주의』, 문화연대 토론회자료집, 2019.

박헌호, 「검열연구의 여정과 가능성」. 『한국학연구』, 51, 2018.

박현선, 「태극기집회의 대중심리와 텅 빈 신화들」, 『문화/과학』 91호, 문화과학사, 2017.

박현선, 「논란이 된 작품으로 본 블랙리스트 사태: 블랙리스트의 텍스트성과 폭력의 징후들」, 『문화예술계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4: 블랙리스트 사태의 총체적 조망』,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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