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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의 문화톡톡] 전후 한국영화의 ‘벌거벗은 몸’들
[박현선의 문화톡톡] 전후 한국영화의 ‘벌거벗은 몸’들
  • 박현선(문화평론가)
  • 승인 2019.12.09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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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전의 신체정치와 한국영화

모든 시민에게는 몸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몸들이 국가와 사회에 적합한가? 한국 사회는 ‘적합한 신체’에 맞는 특정한 표준들을 부여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생체정치는 분명 전후 냉전의 역사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 냉전의 지정학적 맥락에 따라서 특정한 유형의 몸과 생명들이 국민의 지위를 얻는 반면 다른 몸과 생명들은 배제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의 남한은 당시 새롭게 독립국가로 등장했던 탈식민 아시아의 다른 민족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중요한 과제와 부딪히게 된다. 한편으로는 식민지 기억을 극복하는 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적 주체성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근대 국민국가에 적합한 시민들의 신체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한국영화의 시공간은 이렇게 몸을 둘러싼 포함과 배제의 운동으로 가득 차 있다. 많은 경우, ‘문제가 되는 몸들’은 시각성의 주권으로 들어오는 동시에 배제된 공간 속으로 사라진다. 여기 ‘문제가 되는 몸들’은 전후 한국영화에서의 북한 난민과 디아스포라(흔히 월남 피난민들이라 불리는 이들), 비밀 첩보원(스파이 혹은 간첩들), 군사 성노동에 종사한 기지촌 여성들, 그리고 하층 여성 노동자들의 몸이다. 문제는 냉전의 신체정치학에서 포함적인 몸과 배제적인 몸을 가르는 경계가 매우 휘발적이고 유동적인 위상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신체의 정치적 의미와 역동적 위상을 잘 시각화한 전후 한국영화들로 <운명의 손>(한형모, 1954), <오발탄> (유현목, 1961), <혈맥> (김수용, 1963), <마의 계단>(이만희, 1964)를 들 수 있다. 이들은 냉전 국민국가의 신체적 구성과 파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일상의 미시 영역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어떤 면에서 이 영화들은 남북 대립과 냉전 이데올로기를 극화하며 당시 장르적 대중성을 누렸던 어떤 전쟁영화보다도 더 시각적으로 냉전의 시각성과 신체정치학에 깃든 정치적 미학을 잘 보여준다.

 

운명의 손, 오발탄, 혈맥, 마의 계단 (한국영상자료원)
운명의 손, 오발탄, 혈맥, 마의 계단 (한국영상자료원)

2. <운명의 손>에서 신체-이미지의 분할된 시각 체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제작된 한형모의 <운명의 손>은 냉전 필름 느와르의 원시적 텍스트라 할만하다. 스릴러, 첩보물, 멜로드라마를 혼합한 장르적 혼종 속에서 영화는 휴전협정 이후에 남한에 남은 북한 빨치산과 스파이를 묘사한다. 여기서 영화는 ‘아프레 걸’1) 이미지를 차용한 여성 스파이의 첫 번째 표상을 선보이고 있다. 배우 윤인자가 연기한 여주인공은 ‘마가렛’이라 불리는 바걸인 동시에 ‘정애’로 불리는 북한 스파이로 이중적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냉전 영화 텍스트의 실례로서, 영화는 1950년대를 지나 1960년대 남한의 군사정부가 매우 공격적으로 활용했던 생체정치학의 시각성을 예견하고 있다. 국가권력이 막 형성되던 시기, 신체가 어떻게 시각화되는가에 주목해보자. 여기에는 두 가지 예시적인 순간들이 있다. 어떻게 전후 한국사회에서의 특정한 몸들이 생체정치적 주체가 되고 다른 몸들은 영화적 배제와 포함의 이중유희에 기반한 파편-이미지로 전환되는가를 두 순간들이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운명의 손
운명의 손

첫 번째 장면은 두 주인공, 정애와 영철이 낮에 데이트를 하며 다양한 스포츠 행사(권투경기, 사이클링, 미니골프) 등을 즐기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여기서 스포츠는 근대 민족국가가 건강하고 강한,통합된 민족적 신체를 양성하기 위해 활용했던 매우 중요한 생체정치의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른 장면은 밤 장면으로, 정애가 스파이의 본분을 잊고 꿈같은 데이트를 즐겼던 것을 북한 보스에게 질타당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에서 북한 보스의 형상은 술잔을 치우고 테이블을 두드리는 손과 손가락에 낀 해골반지로만 전달된다. 이 두 시퀀스는 시각적으로 매우 대조적인 신체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전자의 시퀀스가 전체적인 포즈와 운동성 속에서 풀 바디 쇼트를 보여준다면 후자의 시퀀스는 파편화된 신체와 사선으로 가득한 실내공간의 미장센을 강조함으로써 매우 기하학적인 클로즈업 쇼트들을 제시하고 있다. 

여주인공의 이름과 생활에서 드러나듯이, ‘마가렛/정애’의 이중구조는 냉전의 이분법에 경도된 한 국가에서 경계적 존재의 아포리아를 드러나는 위상학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에서 여성 북한 스파이의 위치는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외부로 설정된 것이 안에서 재출현하는 것이 어떤 혼란을 불러일으키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운명의 손>에서 여성 북한 스파이는 ‘인가받은 삶이’ 정치적 신체로 통합될 수 있는 적절한 시민의 영역에 속하는 대신에 삶과 죽음, 안과 밖에 걸쳐 있는 벌거벗은 삶의 경계적이고 훼손된 형상으로 남게 된다. 이는 마치 냉전의 시공간적 권력구조가 배제적 포함에 기초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한의 주권 아래 위치한 북한 사람들의 삶과 신체는 호모 사케르2)의 벌거벗은 삶과 유사한 것이 된다.

 

3. 해방공간에 갇힌 위태로운 가족들: <오발탄>과 <혈맥>

<오발탄>과 <혈맥>은 모두 한국전쟁 직후, 주변화된 북한 난민들의 삶과 공간을 다루고 있다. 이들이 거주했던 캠프는 해방촌으로 명명되며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에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 동포와 피난민들을 위한 비합법적인 빈민촌으로 유명해졌다. 유리창없는 창문들, 판자와 양철판 조각으로 지어진 집들이 미군부대의 뒤편, 남산의 아랫자락에 빼곡하게 세워졌고 남대문과 서울역 같은 도심 공간과의 근접성은 이곳 거주민들에게 노동과 적선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동일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것 외에 두 영화는 마치 거의 동일한 인물들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 것처럼 매우 유사한 인물유형들을 포함하고 있다. 나약해진 가장, 병든 아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모, 반항적인 남동생, 그리고 가장 문제적으로는 기지촌 양공주가 되는 (유사)여동생이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냉전의 정치학과 연합된 남한 사회의 야망에 비추어, 두 영화는 매우 다른 감수성과 정동을 실어나른다. 

먼저, 이범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발탄>은 네오리얼리즘적인 양식 속에서 해방촌을 묘사하며 북한 난민들의 상실의 경험을 전경화함으로써 민족적 역사술의 동질적인 기억술에 저항하고, 절망에 빠진 한 가족이 겪는 빈곤과 폭력, 부조리의 감각들에 집중하고 있다. <오발탄>은 전후 한국의 사회정치적 좌표에서 북한 난민촌이 차지하는 이상한 공간성을 허기와 고통, 상실, 질병, 장애, 수치의 감정 등과 같은 매우 신체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들과 병치시키고 있다.  

<오발탄>이 제작되고 3년 후이긴 하지만 극장 상영금지가 풀린 해인 1963년, 김수용의 <혈맥>이 개봉되었다.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 동정심을 야기하는 멜로드라마와 코미디 사이의 다양한 감정 모드에 집중하면서 <혈맥>은 해방공간에서 구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승호의 페르소나를 내세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묘사적인 동시에 위트가 넘치는 내러티브는 해방촌 언덕에 자리한 세 가구의 북한 가족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같은 마당을 공유하며 서로 붙여 있는 이 가구들의 세대원들은 나이와 직업, 성격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만, 모두 경제적 빈곤과 천대받는 사회적 지위라는 공통된 운명을 나누고 있다. 뿌리가 뽑힌 공동체로서, 그들은 벌거벗은 삶의 주변화되고 허가받지 못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영화의 초반부에 홀아비 덕삼이 자신의 거주지를 표시하는 방식은 매우 흥미로운데,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써달라고 해서 문패를 달아붙이는 동시에 다른 푯말을 하나 더 달게 되는데 이는 밤에 유리없는 창문 너머로 노상방뇨를 하는 행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붙인 ‘아래 사람 살고 있음’이라는 문구이다. 이 두 문구, 그의 이름 석자가 갖는 합법적,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헛된 의미와 ‘사람 있음’에서 주장하는 벌거벗은 삶의 양태 사이에 북한 난민 가족의 삶이 요약되는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거주 환경은 자주 ‘땅굴’에 비유되는데, 이들 마을이 남산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어 저 아래 활기찬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는 시각적 풍경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비유는 매우 역설적으로 들린다. 

생체정치적 감시체계의 시선과 관련하여, <오발탄>과 <혈맥>을 좀더 들어다보도록 하자. 이 두 영화에서 각각 여동생이자 고향후배로 등장하는 두 캐릭터는 전후 한국사회의 주변부에서도 더욱 주변화된 양공주의 표상을 안고 있다. 양공주의 신체는 이질적이고 위계적인 두 남성 문화(한국과 서구)와 여성 주체가 장소이다. 

 

오발탄
오발탄

물질주의적이고 위험한 팜프파탈로서의 양공주 표상과는 매우 다르게, 이 두 영화에서 양공주는 전쟁과 빈곤의 희생양인 동시에 수치심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오발탄>에서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서 이 표상은 시각적 외상을 불러일으키며 외화면의 영역으로 끊임없이 밀쳐지며 그 재현불가능성을 드러난다. 한편, <혈맥>에서 양공주 표상은 겹겹의 베일에 가려져야 할 시각적 원초경 혹은 부정의 대상으로서 미학적 긴장을 불러일으킨다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려는 인물표상으로서 장르적, 심리적 캐릭터라이제이션을 보여준다. 

 

혈맥
혈맥

<혈맥>의 한 장면은, 일본 도쿄로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일자리를 못찾아 거리를 헤매는 남동생이 길에서 같은 고향 출신이지만 남한에 온 후 연락이 끝긴 한 고향 후배 복순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보여준다. 보기좋은 양장 차림에 무언가 숨기려고 하는 복순에게서 남자는 거리감과 위화감을 느끼지만, 결국 복순이 남자를 집으로 초대하면서 그녀의 비밀스런 정체가 고백된다. 이 때 보여지는 실내공간은 누드 차림의 핀업 걸들의 포스터와 서구식 인테리어, 중앙에 놓인 침대의 위치로 인해 매우 과잉된 시각성을 전경화하는데, 복순의 고백과 더불어 매우 드라마틱한 재현성을 원심력있게 보여준다. 이후 복순은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가정의 지혜로운 아내이자 조카딸의 현명한 대리모로서 냉전 시대 가족이데올로기의 우선적 구성을 재확인해준다. 

 

4. <마의 계단>: 여성 호모 사케르의 사라짐과 귀환 

이만희 감독의 1964년 스릴러 영화, <마의 계단>은 어떻게 도시 느와르 영화가 냉전의 생체정치학을 비판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마의 계단>은 사랑하는 연인이었던 의사에 의해 버림받고 살인당하는 한 간호사의 이야기다. 닥터 현은 병원장의 사위가 되고자 하는 야망에 임신한 간호사 진숙을 살해한 뒤 병원 앞 연못에 그 시체를 던지고 실족사 혹은 자살로 인한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진숙의 시체는 끝내 떠오르지 않는다. 히치콕의 <현기증>을 연상시키는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드러나듯이, ‘계단’의 반복적인 모티프는 신분상승의 계단을 오르려는 근대 주체의 야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공간의 파편적 구조로서 추락과 폭력의 알레고리를 시각화한다. 이 영화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계단이 등장하는데, 의사와 병원장의 딸이 오르는 전망대의 계단과 늘 난간이 부실해서 문제가 많은 병원의 실내 계단, 그리고 병원 외벽이 위치해 눈에 안띄는, 완전범죄를 위해 사용되는 계단이 그것이다. 이 계단들에서 상승적인 움직임은 곧 하강의 움직임으로 전환되고 결국 계단은 반복적인 실패와 유령적 귀환이 출몰하는 언캐니한 공간이 된다.

영화는 간호사 진숙이 사라진 뒤에,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죽은 몸이 사라진 뒤에, 강박적인 편집증에 사로잡히는 남자의 공포를 공간의 유령적 치환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 때 추락, 혹은 사라지는 신체의 담지자가 누구인가가 중요한데, 캐런 베크맨이 『사라지는 여성들 Vanishing Women』이라는 책에서 지적하였듯이 사라지는 여성이라는 모티프는 회화와 마술, 영화 기술의 영역에서 매우 오래된 전통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단순히 여성이 사라지는 것의 문제를 넘어서 “과연 어떤 여성이 사라짐의 위기에 놓이는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의 계단>의 한 장면에서 진숙의 배경에 대한 짧은 언급은 보기보다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진숙의 실종에 대해 의아해하는 경찰서 형사들은 결국 그녀가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가족도 친척도 없는 고아로 자랐음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벌거벗은 삶으로서 진숙의 삶의 양식은 남성-오리엔티드 된 사회의 발전적인 퍼레이드에서 배타적으로밖에는 포함되지 않는 여성 호모 사케르의 젠더성을 질문하게 만든다. 

<마의 계단>은 사라지는 여성의 역사에서 매우 드문 전복적인 순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의료기술과 근대화된 건축양식의 총체로 서있는 병원 건물은 실종된 여성의 유령적 몸 자체가 되는데 닥터 현이 경험하는 환시와 심리적 공포가 공간적 변형 속에서 진행됨으로써 이 남성적인 훈육기관은 매우 히스테릭하고 언캐니한 여성적 공간이 된다. 결국 진숙은 다른 간호사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시체보관소의 젊은 여인의 시체와 바꿔치기를 통해 자신의 죽음을 마지막 순간까지 위장할 수 있게 된다.  

 

마의 계단
마의 계단

영화의 마지막에서, 여성 호모 사케르의 귀환으로서 진숙의 출현은 수술을 집도하는 닥터 현 앞에 복수적인 이미지로 등장하는 진숙의 얼굴 이미지에 의해 절정에 달한다. 결국 의사는 겁에 질러 수술실을 뛰쳐나가고 부서진 계단 난간 사이로 추락하게 된다. 여기서 시각성의 공포는 실재하지 않는 것의 환영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것, 그러나 완전히 배제했다고 믿었던 신체의 유령적 귀환과 다중적인 생산에서 온다.

 

5. 한국영화와 배제된 신체들의 문제 

앞서 살펴본 대로, 월남 피난민들, 스파이, 기지촌 양공주, 하층 여성노동자들의 신체에 대한 포함과 배제의 이중적인 생체정치는 곧 냉전 시대의 한국영화가 보여준 시각적 정치학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가시성과 비가시성, 안과 밖, 생명과 죽음 등의 경계에 대해서 이분법을 넘어서는 복잡한 위상학을 가지는 이들의 육체성과 유령적인 예외성은 탈냉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에도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한국영화의 시각적 정치학이 외부와 내부의 구별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주변부 신체의 형상을 사회 정치적 주류 안으로 통합하기 위해 생체정치와 폭력미학을 활용하였는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각주> 

1) ‘아프레’(aprè)란 프랑스에 영어 ‘걸’(girl)이 결합된 조어로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전후의 새로운 여성상(aprè-guerre)을 일컫는다. 

2)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지오 아감벰은 벌거벗은 삶의 역설을 강조하기 위해 ‘호모 사케르’라는 고대 로마의 형상에 주목했다. 한 때 제의적 희생양이던 호모 사케르는 죽임을 당할 수 있으나 희생되는 것은 금지되었는데, 왜냐하면 호모 사케르의 몸이 이미 오염되었거나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호모 사케르는 살아 있으나 죽은 삶이고 사회적 테두리에서 배제된 이들을 일컫는다. 

 

<출처> 

이 글은 필자가 쓴 아래 영문논문을 수정 요약한 것이다.        

Hyun Seon Park, “Volatile Biopolitics: Korean Cinema’s Bodily Encounter with the Cold War,” The Review of Korean Studies, Vol. 18-1. 2015

 

글: 박현선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 『문화/과학』 공동편집장, 한국영화학회 상임이사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사후 연구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게스트 프로그래머,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영화의 모더니즘과 정치적 미학에 관한 연구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얼바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시아 냉전의 문화정치, 한국영화의 정치적 미학, 기억과 정동 연구, 여성과 도시의 관계 등을 중심으로 출판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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