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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주디> - 상업시스템의 희생자 주디 갈란드, 무지개 너머를 꿈꾸며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주디> - 상업시스템의 희생자 주디 갈란드, 무지개 너머를 꿈꾸며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0.04.06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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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와 <주디>


고전 뮤지컬영화는 미국식 낙관주의와 세계관을 잘 구현하며, 현실과 유토피아의 공존으로 이데올로기적 판타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피주의 장르의 특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뮤지컬영화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춤과 노래가 능숙한 반면, 적대자는 춤과 노래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적대자의 무지를 조롱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제작자 루이스 메이어가 주디 갈란드를 도로시 역으로 캐스팅하여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며, 주제가 ‘오버 더 레인보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며,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고전 영화 시대의 걸작이다.[1] 2020년 2월 9일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주디>(2019)의 르네 젤위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여 스타 뮤지컬배우인 주디 갈란드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시스템과 공연 시스템의 명암


<주디>는 과거와 현재의 두 가지 시간대를 동시에 보여주는 병렬 구조를 통해 주디의 공적·사적 갈등과 내적 불안을 형상화한다. <주디>의 전반부에서는 과거 제작사의 통제와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병렬 구조로 보여준다. 과거 미성년자 주디는 재능이 있지만 시스템의 억압으로 음식, 연애, 약물, 수면 등에 대한 통제와 강요로 고통을 받는다. 주디는 남들에게 없는 목소리라는 칭찬을 받지만 다른 아역배우와 경쟁해야 하며, 감자튀김, 햄버그, 잠, 키스, 데이트 등 기본적인 음식, 수면, 연애를 금지당하고 수면제, 각성제 등의 약물 복용을 강요받는다. 한편, 현재 중년의 주디는 생계와 양육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 주디는 호텔 숙박비가 밀려서 쫓겨나 잘 곳이 없어 전 남편 집에 아이들을 맡기며, 자신과 달리 무대공포증이 없는 딸 라이자를 부러워한다. 그녀는 클럽 지배인인 미키에게 자식은 몸 밖에 난 심장이며 야망으로 두통이 생겼으며, 로맨스를 원하면 뒤꿈치를 세 번 부딪히라고 말한다. 과거의 생존, 경쟁, 통제의 세계와 현재의 생계, 양육, 쇠락의 세계를 평행선으로 보여주면서, 주디의 공적, 사적, 내적 불안을 드러내며 최악의 상황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주디>의 중반부에서는 과거의 정신적·육체적 억압과 현재의 정신적 불안을 병렬 구조로 보여준다. 과거 주디는 잠을 재우지 않고 6일 근무, 18시간 노동, 수면제 복용을 강요받으며, 체중조절을 위해 치킨 스프만 먹지만 피자 먹는 평범한 소녀라는 허상의 이미지 뒤에서 힘든 성장기를 겪는다. 한편, 현재 주디는 집과 양육비를 마련하여 아이들과 함께 살겠다는 희망을 안고 런던 콘서트에 도전하며, 전좌석이 매진되고 공연은 성공한다. 하지만, 주디는 공연에 대한 걱정과 아이들과의 결별로 인한 고독으로 힘들어하며, 신경쇠약 증세와 불면증을 겪으며 약물을 과다복용하게 된다. 주디는 열렬한 팬인 게이 남성 커플과의 만남으로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며, 미키와 5번째 결혼을 하면서 행복해한다. 과거의 성공/고통과 현재의 성공/불안이 교차로 진행되며, 공적 성공, 사적 행복 뒤에 도사린 내적 불안을 그려낸다.

<주디>의 후반부에서는 성공/실패, 연애/고독이라는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쇠락의 대비, 계속되는 사적인 좌절에도 불구하고 공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희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과거 주디는 배우 미키 루니와의 저녁 약속을 앞두고 무대 공연을 넋을 잃고 지켜보며 공연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한편, 현재 주디는 사적 갈등과 내적 불안으로 공연을 망치지만, 공연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공연을 대성공으로 마친 주디는 전남편 시드에게서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아버지와 살겠다’는 아이들의 말을 전해 듣는다. 주디는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는 공연에 지각하고 관객에게 욕설을 하며, 다음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야유에 무대를 나가버려, 더 이상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 주디는 자신의 송별회에서 케이크를 한없이 바라보다가 한 입을 먹고는 행복해하며, 동료 가수에게 마지막으로 무대에 한 번만 서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주디>는 공적, 사적, 내적 문제와 갈등이 모두 실패로 끝나는 비극을 보여주면서, 공연에 대한 애정과 행복으로 희극을 동시에 보여준다.
 

뮤지컬영화와 뮤지컬배우의 명암


고전 뮤지컬영화의 걸작인 <오즈의 마법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인 주디 갈란다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함께 불행한 삶을 안겨준 영화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사회적인 인정과 호명의 중요성을 제기하며 정치 현실 풍자와 유토피아를 동시에 보여준다. 주디 갈란드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아역상을 받고 20여 편의 뮤지컬영화에 출연하게 되어 가장 큰 수혜를 입지만, 자신의 불행의 시작이 <오즈의 마법사>라고 고백한다. ‘어딘가 좋은 곳’을 찾아 떠난 도로시는 노동에 매진하지 않고 모두가 매일 즐겁게 웃는 나라인 유토피아 오즈에 가게 된다. 도로시는 허수아비, 양철인간, 사자를 만나고, 이들이 두뇌, 감정, 용기를 얻게 도와줌으로써 사회적인 인정과 호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2]

<주디>는 뮤지컬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환상과 뮤지컬배우 주디 갈란드의 현실을 대비시키며, 과거 영화산업에서의 미성년자 노동의 열악한 환경을 비판한다. 환상의 나라 오즈에서는 12시에 일어나서 점심 먹고 2시에 일이 끝나는 유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준다. 반면에, 도로시 역을 맡은 미성년자 주디는 하루 18시간을 일하며, 제작사 대표의 억압과 어머니의 강요로 약물, 흡연, 성 접대, 낙태를 강요당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서 주디는 표면적으로는 뮤지컬영화의 스타이지만, 이면적으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겪으며, 결국 약물 과다로 죽게 된다. 주디도 오즈의 인물들처럼 사회적인 인정과 호명을 원하지만, 낮은 자존감을 공연에서 보상받고자 한다는 점에서 무대에 대해 극심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도로시는 어딘가 좋은 곳으로 떠나지만 집만한 곳이 없다며 고향으로 돌아온다. 반면에, 주디는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어딘가로 계속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고, 결국 자신이 떠나온 길로 인해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그래서 주디는 영화의 표면과 이면의 격차, 영화 인물과 배우의 격차 등 영화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주디>에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현재의 강박관념으로 이어진다. 주디는 제작사 대표의 억압적인 감시로 음식, 생활, 연애 등 모든 부분에서 통제받는 생활을 한다. 우선, 음식을 쳐다보는 주디의 시선은 오랜 굶주림으로 인한 음식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지만, 통제가 내면화되어 먹을 수 없는 강박관념을 동시에 보여준다. 주디는 체중조절을 위한 다이어트로 치킨 스프만 먹어야 했으며, 1일 1식과 네 갑의 담배를 강요당하였다. 영화 속에서 과거의 주디는 햄버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현재의 주디는 케이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한 입만 먹고는 아쉬워하며 수저를 내려놓는다. 다음으로, 주디는 연애와 자유를 억압당하여 데이트가 금지되고, 아이를 낙태하도록 강요받아 일생동안 죄책감을 가지게 되며, 영화 속에서 이러한 죄책감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결별로 인한 고통으로 형상화된다. 그리고 과거 약물을 먹는 장면과 현재 약물을 먹는 장면이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과거와 현재의 인과관계를 형성하면서, 영화산업의 시스템이 주는 횡포와 개인의 상처를 함께 보여준다. 미성년자 주디는 오랜 시간의 노동을 견디게 하기 위해 제작자와 어머니로부터 약물을 먹도록 강요받고, 결국 상습적인 약물 복용으로 나중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화 속에서 지나친 노동과 불안으로 불면증에 걸린 주디가 춤 스텝에서 실수를 하자 각성제와 수면제 복용을 강요당하며, 이러한 수십 년간의 복용으로 현재의 주디도 약물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아끼던 아버지의 이른 죽음, 제작자·어머니의 억압과 학대, 평범한 외모에 대한 열등감, 다섯 번의 결혼과 네 번의 이혼 등 사생활의 실패와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 받는 주디는 공연을 앞두고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주디 갈란드는 사적으로는 성소수자에 의해 고통 받은 인물이면서, 동시에 공적으로는 성소수자가 사랑한 스타였다. 주디를 가장 아끼며 정신적인 위안을 준 동성애자 아버지의 죽음은 주디에게 정신적 충격을 준다. 주디는 다섯 번 결혼하고 네 번 이혼한다. 주디는 첫 번째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소녀 이미지를 유지시키려는 제작사의 강요로 낙태를 하게 되고, 평생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주디는 두 번째 남편인 뮤지컬영화 스타감독인 빈센트 미넬리와 결혼동안 가장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나날을 보내며 라이자 미넬리를 낳지만, 주디의 알콜중독과 약물 남용, 미넬리의 동성애 불륜으로 결혼 생활이 실패로 끝난다. 주디는 세 번째 남편 시드와 결혼해 남매를 출산하지만, 시드의 상습도박으로 이혼한다. 주디의 네 번째 남편인 배우 마크 헤론이 딸 라이자 미넬리의 남편인 작곡가·가수인 피터 엘런과 도피행각을 벌이고, 장인과 사위의 불륜으로 주디 갈란드와 라이자 미넬리 모녀가 결국 동시에 이혼하게 된다. 다섯 번째 남편 미키 딘스와 결혼하고 암페타민 과다복용으로 욕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암페타민은 주디가 어릴 때부터 먹도록 강요받은 약물이며, 피로 회복과 식욕 저하에 도움이 되지만, 뇌 손상, 호흡 곤란, 심장 마비라는 부작용이 있다. 한편으로 주디는 양성애자인 빈센트 미넬리의 불륜, 동성애자인 마크 헤론의 위장결혼으로 결혼 생활이 파탄이 났으며, 동성애자 남편과 사위의 불륜으로 인해 자신과 딸이 이혼하게 되는 등 성소수자인 남편과 사위로 인해 고통을 받은 인물이다. 다른 한편으로 주디는 동성애자 아버지와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누구보다도 동성애자를 잘 이해하여 성소수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이자 배우였다. 영화 속에서 주디가 정신적으로 힘들 때 만난 게이 커플의 우정과 위로는 바로 이러한 주디의 인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면이다.
 

무대 위와 무대 뒤의 명암


<주디>에서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은 미국영화의 스튜디오 시스템과 영국 런던의 무대공연 시스템을 연결시키며, 음식, 약물, 신경쇠약이라는 공통점을 부각시키고 과거의 학대와 현재의 고통의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는 성공/쇠락, 청소년/중년, 연애/양육이라는 차이점을 보여준다. 한편, 주디의 신경쇠약, 낮은 자존감, 음식에 대한 갈망과 통제, 약물 중독이라는 공통점을 계속 부각시킨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음식을 바라보기만 할 뿐 먹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불면증으로 수면제에 의지해서 잠을 자기 때문에 일어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되며, 낮은 자존감으로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사랑을 포기하고 상처를 받는다. 주디는 과거 자신이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이들이 아버지 시드와의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지지한다. 과거 엄마의 탐욕으로 인해 학대받은 주디의 청소년 시절과 현재 자신의 생계유지로 인해 아이들의 불안정한 청소년 시절이 연결되면서, 주디의 개인사의 슬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무대에 대한 사랑이 강조된다.

<주디>의 미장센에서 주디의 옆모습·뒷모습의 클로즈업과 닫힌 구도를 통해 공적, 사적, 내적 어려움을 겪는 주디의 내면과 함께 낮은 자존감과 신경불안을 표현한다. 우선, 영화산업의 치열한 경쟁, 생계의 어려움, 양육 문제와 갈등, 공연에 대한 두려움에 처한 주디가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과 사적·공적 영역에서의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주디의 옆모습이나 뒷모습의 클로즈업으로 담아낸다. 과거 오디션에서 셜리 템플과 비교되는 장면, 현재 호텔에서 쫓겨나 택시에 타면서 수면제를 먹는 장면, 딸 라이자가 무대 공연을 준비하면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장면에서 주디의 옆모습 클로즈업을 보여준다. 그리고 투어에 늦고 관객에게 욕한 사실로 비난받는 장면, 관객의 야유와 던진 물건에 무대를 뛰쳐나가는 장면에서 주디의 뒷모습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닫힌 구도를 통해 자존감이 낮은 주디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압박감을 표현한다. 라이자의 파티에서 주디가 라이자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미키의 뒷모습을 사이에 두고 왼쪽의 주디와 오른쪽의 라이자를 옆모습으로 보여주며, 무대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라이자의 말과 무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주디의 내면을 대비시킨다. 영국 런던 콘서트홀에서 공연 관계자와 미팅하는 장면에서, 좌우에 있는 공연 관계자 남녀의 작고 흐릿한 모습과 중앙 앞쪽에 위치한 주디의 뚜렷한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공연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는 주디의 고독한 상태를 표현한다.

<주디>의 공간과 미장센에서 좁은 공간에서의 불안과 넓은 공간에서의 두려움을 함께 보여준다. 우선, 욕실, 침실, 대기실 등 좁은 공간은 타이트하게 잡은 카메라로 외로움, 고독, 괴로움을 표현하며, 좁은 공간 속에 갇혀 있는 주디의 숨 막히는 불안을 강조한다. 주디가 혼자 있는 장면에서 클로즈업으로 타이트하게 잡은 카메라는 인물의 나약한 심리상태와 숨 막히는 불안을 보여준다. 런던 콘서트홀에서 라이타를 계속 만지는 장면, 호텔 화장실에서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말하는 장면, 대기실에서 다음 공연에 못할까봐 걱정하는 장면, 침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뒹구는 장면 등. 특히 호텔방에서 미키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침실에서 “당신은 대스타”라며 격찬하는 미키의 목소리와 욕실에서 옆으로 누워 공연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주디의 얼굴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영상과 사운드의 분리로 주변의 기대와 자신의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주디의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상태를 드러낸다. 다음으로, 복도, 무대 등 넓은 공간은 점점 멀어지는 카메라로 대중들의 시선과 무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주디의 불안정하고 연약한 내면을 보여주며 질식할 듯한 공포를 강조한다. 런던에서의 첫 공연에서 무대에 서기 위해 복도를 걷는 장면에서, 점점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며 주변의 시선에 노출된 채 혼자 무대에 대한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며 비틀거리며 걷는 주디를 보여준다. 콘서트홀의 무대 위에 서 있는 장면에서, 수많은 대중의 시선 속에 넓은 무대 위에서 홀로 조그맣게 서 있는 주디의 모습으로 공연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표현한다.

<주디>는 조명의 빛과 어둠을 통해 주디 인생의 행복/불행. 무대 위/뒤, 집/거리, 가정/고독의 대비를 보여준다. 과거 미키가 무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주디의 모습을 보고 미소짓는 장면에서, 무대 뒤의 어둠 속에 있는 주디의 신체와 무대 위의 밝은 조명이 비치는 주디의 얼굴을 대비시키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무대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주디의 예술가적 종신을 부각시킨다. 돈이 없어 호텔에서 쫓겨난 주디가 전남편 시드 집의 벽장에 숨어서 아이들에게 슬픈 미소를 짓는 장면에서, 벽장 속 주디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와 얼굴에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이 대비되면서 생계에 대한 위협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다. 공중전화에서 딸과 통화하는 장면에서,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아버지와 살고 싶다고 말하는 딸은 환한 빛 속에 있는 반면, 딸의 말을 듣고 화나지 않았다며 슬픈 미소를 보여주는 주디의 얼굴은 어두운 밤의 그림자에 있다는 점에서 대비를 보인다. 런던 콘서트에서 한 번만 무대에 서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올라간 마지막 무대에서, 이전의 화려한 무대의상이 아닌 검은 색의 옷을 입은 주디의 슬픈 눈물과 관객의 호응에 대한 주디의 잔잔한 미소에 비치는 무대 조명을 흑백의 대조로 보여준다. 주디가 비극적인 인생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대한 애정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결말을 끝냄으로써 희극으로 마무리한다. 전반부와 중반부에는 무대에 대한 주디의 두려움을 부각시키고, 후반부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음을 조명의 명암으로 표현한다.
 

얼마나 사랑하는가와 얼마나 사랑 받는가


주디 갈란드는 공적, 사적, 내적 좌절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사랑했으며, 뮤지컬영화의 유토피아와 사생활의 어두움의 대비를 보여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인물이다. 주디는 아이들, 남자, 무대를 사랑했지만, 공적 쇠락, 사생활에서의 실패, 내적 불안을 계속 겪는다. 그녀는 아이들 양육권을 빼앗기고 다섯 번 결혼하여 네 번 이혼하지만, 무대에서는 배신당하지 않고 인정받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누굴 얼마나 사랑하는가보다 얼마나 사랑받는가가 더 중요한 거야”라는 대사는 대중의 호응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스타의 삶과 낮은 자존감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주디의 원색 의상은 뮤지컬영화의 스타답게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그녀의 어두운 표정은 영화산업과 음악산업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예술인의 고통을 드러낸다. 또한 주디는 여러 번의 자살 시도, 낙태, 약물 중독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낮은 자존감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주장하였다. “왜 사람들은 내 주변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보라고 강요하죠? 내 삶은 전혀 비극이 아닙니다. 나는 요즘 많이 웃고, 나도 스스로 웃지 못한다면 나는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에 올라간 주디는 <오즈의 마법사> 주제가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리고, 게이 커플 팬의 선창과 관객들의 합창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걸어가는 게 전부죠. 누구나 희망이 필요하죠.”라는 가사는 바로 상업시스템의 희생자이지만 무대를 사랑한 주디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참고자료
[1] 김경욱, 「8장 뮤지컬 랜드」, 서곡숙·이호(외), 『영화의 장르, 장르의 영화』, 르몽드코리아, 2018, 147~151쪽.
[2] 김경욱, 앞의 책, 152~153쪽.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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