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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의 문화톡톡]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본, 웹툰 원작의 드라마화.
[송연주의 문화톡톡]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본, 웹툰 원작의 드라마화.
  • 송연주(문화평론가)
  • 승인 2020.04.20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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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번 4.15총선은 기존 타 선거보다 외형적으로는 조용했다. 거리마다 경쟁 후보들 간의 유세 소리, 유세 차량이 빚어내는 외침을 이번에는 듣기 어려웠다. 고요함 속에서 후보의 존재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가장 쉬운 방법은 유명 캐릭터나 음원을 활용한 홍보일 것이다. 홍새로이.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를 본 딴 어느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이었다. 드라마와 원작 웹툰을 집필한 조광진 작가는 사전에 해당 후보와 어떠한 협의도 없었음을 밝혔고, "저작권자인 저는 이태원 클라쓰가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띠지 않길 바랍니다"라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겼다.1) 이후 해당 후보는 홍새로이 게시물을 게시 하루 만에 삭제했지만, 박새로이 효과였을까. 정계를 잠시 떠났다가 복귀한 그는 선거에서 당선했다.

 

출처 : JTBC홈페이지
출처 : JTBC홈페이지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메가 히트 IP(지적 재산)를 만들려는 카카오페이지의 '슈퍼 웹툰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드라마 방영 후 누적 구독자가 두 배를 훌쩍 넘긴 1500만, 누적조회수는 3억6000만을 기록했다"며 인기 IP의 파급력에 주목했다.2)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작가 광진이 다음 웹툰에서 2017년 1월 3일부터 2018년 5월 22일까지 연재한 작품이다. 전체 구성은 프롤로그, 1부 21화, 2부 26화, 3부 31화(에필로그 포함)였고, 웹툰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2019년 6월 JTBC에서 드라마 제작 편성을 받는다. 이후, 2020년 1월 JTBC에서 금토드라마로 방영되며, 광진 작가는 프롤로그에 자신이 직접 극본을 집필하고, 특별판 5화를 추가 연재한다고 밝혔다.

웹툰은 프롤로그에서 자기 전에 세상이 멸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시오패스 경향 79%인 조이서의 상담 대화를 보여준다. 조이서는 말한다. 삶이란 반복이고 뻔하다고. 좋은 대학 가려고 노력하고, 좋은 회사 취직하려 노력하고, 좋은 남자와 결혼하려 노력하고, 애 먹여 살리려 노력하고.... 미친 듯이 빠이팅 하는 삶, 그게 귀찮다는 조이서. 그런데 그런 조이서의 말을 듣고 각성 시켜준 존재가 있었다고.

 

“그렇게 귀찮으면, 죽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이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는 귀찮음에 대해 죽으라는 말을 던진 사람은 조이서의 사장, 박새로이였다. 웹툰의 지향점을 정확하게 표현한 프롤로그는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조이서를 각성시키는 존재로 박새로이를 신선하게 부각했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메인카피는 ‘각자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는 이곳, 이태원 중심가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평균 권리금 2억 후반, 서울 3위, 멋과 다양성이 존재하고, 세계가 보이는 그곳 이태원에서 주인공 박새로이가 어려움을 극복하며 ‘꿀밤’을 운영하고, 적대자인 ‘장가’ 그룹과 대적해 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제는 박새로이가 1화부터 처하는 ‘어려움’이 무엇인가에 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 원인을 평가하는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2030세대들에게는 꼰대들에게 저항하며 성공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고, 특히 4050 남성 세대까지 이 드라마의 시청률 견인에 큰 힘이라는 것에, 그 이유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치고는 꽤나 익숙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3) 가진 것은 없지만 재벌가에 맞서 자수성가 하는 주인공의 스토리. 익숙한 것이 맞다. 이 익숙함은 웹툰에서 드라마로 각색하면서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 웹툰 자체가 이미 가지고 있던 내용이었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첫 화부터 성공스토리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본 듯한 갈등 구도가 그려진다. 웹툰을 보면서, 드라마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실제로 웹툰을 4050 세대들이 많이 보았고, 그 영향력은 댓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장가 그룹 회장 장대희 아들 장근원이 학교의 묵인 속에서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하고, 그 학교로 전학 간 박새로이는 전학 첫날 장근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며 장근원과 대립한다. 장대희는 장근원을 때린 박새로이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박새로이는 거절하며 전학 하루 만에 퇴학을 당한다. 문제는 박새로이의 아버지가 장대희 회장의 회사 장가그룹의 직원이라는 것. 아들의 소신을 지지해준 덕에 박새로이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는다. 전학 첫날, 소신 있는 행동으로 아들은 퇴학을 당했고, 아버지는 직장을 잃은 것. 그리고 얼마 뒤, 장근원이 낸 교통사고로 박새로이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장대희는 사건을 조작해 장근원을 보호한다. 박새로이는 이후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장근원을 폭행해 감옥까지 간다. 그 곳에서 복수를 다짐하고, 복수를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졸에 전과자이지만, 반드시 복수하리라. 단, 소신 있게, 정의롭게,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이 내용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도 그대로 반영이 된다. 초반 시청자들은 원작 웹툰과 드라마 사이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드라마는 원작을 녹여내는데 충실했다.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OSMU의 성패는 원작과의 연관성, 즉 원작과 얼마나 가까운지,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달라진 매체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각색했는지에 달렸다. 마케팅 전략상, OSMU는 원작 내용을 알고 있는 ‘노잉’ 층과 원작 내용을 모르는 ‘언노잉’층을 동시에 공략하게 된다. 그래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카카오페이지의 '슈퍼 웹툰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임을 공격적으로 홍보했다. 원작을 알고 있는 ‘노잉’층을 드라마로 유입하고, 원작을 모른 채 드라마를 본 ‘언노잉’층을 웹툰으로 유입하려는 전략이다. 이때 원작 웹툰과 이를 각색한 드라마의 싱크로율은 이용자에게 하나의 놀이로서 기능하고 시청률과 구독률을 동시에 높이게 된다.

웹툰은 웹소설보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이미지화 되어있기 때문에 영상화에 유리한 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것이 오히려 결과물 평가에는 독이 된다. 이미지를 통한 싱크로율 매칭이 쉽기 때문에 웹소설 원작을 영상화 한 것에 비해 웹툰 원작을 영상화 한 것에 대한 각색 평가는 더 냉혹하다. 웹툰과 영상의 매체적 차이로 인해서 각색에 많은 고민이 따르는 것도 이미지과 글의 조합인 웹툰의 특성에서 기인된다.

일단 시간적인 문제가 있다. 웹툰을 영화로 제작하면 부분이 삭제되고 선택과 집중의 고민에 놓이게 된다. 또, 웹툰의 회차가 많더라도 이미지의 공간이 주는 분량일 때가 많다. 이미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사건은 부족해서 영화화를 위한 사이즈의 사건을 추가하는 경우도 생긴다. 마찬가지로 웹툰을 미니시리즈나 연속물 드라마로 제작하는 경우, 대체로 원작 웹툰의 분량이 드라마화하기에 부족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주변 인물과 감정라인을 추가하고 강화하는 선택들을 많이 해왔다. 기존 웹툰 원작 드라마에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던 주인공의 가족들과 서브 주연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문제는 원작을 얼마만큼 살리는 각색이냐는 것이다. 대체로 드라마 제작 규모에 맞춰 인물들이 새롭게 투입되고 갈등 라인이 많이 생기는 경우 원작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웹툰을 알고 있던 ‘노잉’층에게는 웹툰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웹툰을 모르는 ‘언노잉’층에게는 웹툰 원작이라더니 별로 신선하지 않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기 쉬웠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도 변경된 디테일과 추가된 인물들, 감정선이 있다. 그러나 전체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선이었다. 그럼에도 추가 인물들과 사건을 끌어가던 11회 부터는 이전보다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4) 그만큼 각색에 부담이 따르는 것이다.

웹툰 원작을 영상화할 때 따르는 고민으로 두 번째는 ‘말’에 있다. 웹툰은 이미지와 글의 조합이다. 영상은 연속적인 이미지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끌어간다. 그러나 웹툰은 병렬되고 정지된 그림의 나열이며, 이미지와 기타 형상들의 조합이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의 이해』에서 만화를 ‘의도된 순서로 병렬된 그림 및 기타 형상들’이라고 표현하며, 수용되는 정보인 그림과 인지되는 정보인 글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밝힌다. 또한 만화의 칸들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분할하며, 칸과 칸 사이의 홈통(Gutter)이라는 빈 공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칸과 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키는 만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칸과 홈통 그리고 칸이 이어지는 책만화를 세로 스크롤의 디지털 매체로 표현 한 것이 웹툰이다. 그래서 웹툰에는 홈통이 없다. 대신 스크롤의 여백으로 칸을 분할한다. 그 여백을 글로 채울 때가 있다. 사건이나 시간, 장소의 점프를 손쉽게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내래이션 기능을 하는 글들이다. 그리고 인물의 속마음도 여백 속에 글로 표현하기도 하며, 캡션을 활용하기도 한다. 웹툰은 영상과 달리 정지된 이미지이고, 사운드가 부재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표정과 말이 상당히 중요하다.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을 위해서 말이 필요하고 말을 표현하는 방법에 자유가 있다. 필요하다면 조연, 엑스트라 캐릭터들도 대사뿐만 아니라 속마음이나 내래이션을 할 수 있다. 플래시백에 해당하는 장면과 대사가 자유롭게 등장하고, 혼잣말도 자유롭다. 그러나 이를 영화나 드라마로 옮길 때는 문제가 된다.

과거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창작하는 사람들이 소위 작법을 공부하는 입문 시절, 대사를 많이 쓰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었다. 가능하면 대사보다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좋고. 또, 내래이션은 주인공이 주로 가져가며, 속마음, 독백, 대화 등이 난무해서는 안 된다고 배우던 시절이 이었다. 물론 불필요한 대사를 마구 쓰는 것은 좋지 않지만, 최근에는 웹툰이 가지는 ‘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이유 있는 대사들이라면 양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극의 재미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추세다. 이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지 않는 드라마이더라도, 드라마의 결에 필요하다면 법칙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것이 좋다는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MBC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홈통에 해당하는 칸(스테이지) 밖의 시간을 스토리의 주요 시간으로 설정하며, 주인공 은단오의 내래이션, 속마음, 독백, 대화 등 대사들로 드라마 초반을 끌어간다. 남자 주인공 하루가 2부 엔딩에서야 나올 정도로 은단오의 생각과 대사가 초반 극을 주도하는데 이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빠르고 정확하고 재미있게 제시하기에 적절한 신선한 시도였다. 원작이 없는 KBS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인물들 간의 깊이와 아이러니를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인물들이 속마음 대사를 쓰고 있다. 그 속마음 대사는, 연쇄살인 사건을 주연부터 조연 캐릭터들까지 매력적으로 느끼게끔 역할을 해주었으며, 당시 드라마는 신선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에서 보여진 박새로이, 조이서, 오수아, 장대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속마음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과감하게 가져와 표현했다. 대부분의 속마음 대사들은 박새로이를 평가하거나, 박새로이를 향한 감정을 뒷받침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언노잉’층의 시청자들도 인물들의 감정과 목표, 관계성에 대해서 빨리 동의가 되고 설득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박새로이라는 목표를 향해 소신 있게 향해가는 캐릭터의 매력에 빨리 빠져들게 하는데 기여했다. 이는 익숙한 서사와 웹툰이 가진 ‘말’의 자유가 조화된 결과이기도 하고, 장르와 기법 면에서 새로움을 끊임없이 추구해 온 텔레비전 드라마가 진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주인공 박새로이는 타협하지 않는다.

자유를 쫓는 힘없는 자의 소신,

필연 같이 찾아오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관철 시키며 원하는 바를 이루려 한다.

그는 머리가 똑똑하지도, 특출한 재능이 있지도 않다.

그저 단단할 뿐.

그런 보통사람인 새로이의 거침없는 행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때는 그와 같은 삶을 살았으나 현실에 타협했을,

또는 그 험난한 길을 걷고 있을 많은 시청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와 강한 자극을 줄 것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홈페이지 프로그램 정보에서 밝히는 박새로이 캐릭터와 기획의도 일부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설정일 수도 있고, 답답한 캐릭터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된 드라마 창작의 분위기 속에서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훼손하지 않고, 원작을 잘 살린 이미지와 거침없는 대사 표현으로 공감을 끌어냈다. 2030세대에게는 자유, 소신, 목표를 향해 험난한 길을 걷는 박새로이의 성격을 납득시키고 그의 성과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다. 4050세대에게는 그들의 젊은 시절 열정을 추억하게 하는 것에 더불어 하나 더 있다. 내 자식도 힘든 세상을 박새로이처럼 살아가면 좋겠다는 바람과 희망이었다.

50대 남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있었다. 내 아들에게도 저 드라마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도 목표를 향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참조

1) '이태원 클라쓰' 원작자 거부감에 '홍새로이' 게시물 삭제한 홍준표, 아이뉴스24, 2020.04.08.

2) 이태원 클라쓰는 시작, '웹툰 클라쓰'를 보여줄게, 파이낸셜뉴스, 2020.04.03.

3) '이태원 클라쓰', 클라스가 다르다, 인천일보, 2020.03.27.

'이태원 클라쓰' 인기 중심엔 '4050 남성'이 있다, 일간스포츠, 2020.03.12.

4) 전문가 3인이 바라본 '이태원 클라쓰' 종영, 일간스포츠, 2020.03.23.

5) 스콧 맥클라우드, 『만화의 이해』, 김낙호 옮김, 비즈앤비즈, 2008.

사진 : JTBC 홈페이지

글 : 송연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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