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전격 발표하며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강력 비판했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단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보도를 봤다”며 “남조선 당국이 이를 방치한다면 최악의 국면을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국내 단체들은 지난달 31일 북한 지역으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 합의를 진정으로 귀중히 여기고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에게 객쩍은 ‘호응’ 나발을 불어대기 전에 제 집안 오물들부터 똑바로 청소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에 앞서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와 연관 지어 우리 측을 비난해왔다.
다만 이전에는 주로 개인 논평이나 조선중앙통신의 논평 형식으로 비난해왔는데 이번에는 고위 당국자 명의 대남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김 제1부부장은 “또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것”이라며 “그것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선의와 적의는 융합될 수 없다”며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터이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탈북자’라는 것들이 뭘 하던 것들인지 세상은 아는지 모르겠다”며 “글자나 겨우 뜯어볼까 말까 하는 바보들이 ‘핵 문제’를 논하자고 접어드니 서당 개가 풍월을 읊었다는 격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조국을 배반한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들이 사람 흉내를 내보자고 기껏 해본다는 짓이 저런 짓”이라며 “구린내 나는 입 건사를 못하고 짖어대는 것들을 두고 똥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힐난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이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낸 것은 올해 세 번째다. 이번 담화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앞서 김 제 1부부장은 지난 3월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협조 의향이 담긴 친서를 받았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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