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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의 문화톡톡] 포스트 팬데믹과 뉴노멀 시대의 랜선 대중음악
[이혜진의 문화톡톡] 포스트 팬데믹과 뉴노멀 시대의 랜선 대중음악
  • 이혜진(문화평론가)
  • 승인 2020.07.06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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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의 팬데믹 선언(출처:뉴스핌)
2020년 3월 11일 WHO의 팬데믹 선언(출처:뉴스핌)

잃어버린 과거와 혼돈의 미래

코로나 19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일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빠르게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현재 그 누구도 포스트 팬데믹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의 충격에 비하면 상황이 다소 호전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게 되자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면 이전처럼 우리가 산이나 바다에 놀러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도 잠시,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마치 계절성 독감처럼 우리의 일상에 남아 공존하게 되리라는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유행)을 넘어 엔데믹(endemic, 주기적 유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전 세계의 지식인들은 신속한 결단과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주기적인 발병과 유행을 반복하게 될 코로나 19가 가져올 급격한 일상의 변화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혼돈 속에서 우리는 과연 미래를 계획하고 삶의 방향을 수립해가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에게 매우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붕괴된 이후, 즉 포스트 팬데믹과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가져올 우리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아마도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상응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멈추지 않고 가동해 갈 것인가 아니면 감염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일상을 통제함으로써 위기 상황에 협력적으로 대처해 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적인 물음이 놓여있다.

가령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이동 제한령(Lockdown)’ 조치가 장기화 될 경우 대규모의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을 경계하기보다 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가 활성화 되어야 할 것임을 강하게 피력했다.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부 활동을 이어가는 트럼프의 속내라는 것이 경제 활성화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발판을 만들어가기 위함이라는 것은 물론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미국의 사망자가 10만 명을 훨씬 넘은 현재 감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보다 경기 침체가 가져오게 될 사망자의 수를 우위에 둠으로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경제활동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며 강수를 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상식적인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편 휴대폰을 개통할 때부터 사용자의 실명 등록은 물론 안면인식 절차를 의무화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통제 시스템을 통해 코로나 19의 확산이 어느 정도 통제 범위 내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와의 접촉을 추적·경고하는 Contract tracing app을 배포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디지털 기술로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들을 다각도로 확대해가고 있다. 이렇듯 완벽한 디지털 국가가 된 중국이 코로나 19 사태에 대해 국민을 철저히 통제하는 모습에 대해 유럽의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일찍이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갔던 전체주의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공공의 안녕과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류에서는 디지털을 통한 사회주의적 통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2020년 4월 26일 '슈퍼M'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출처:뉴스1)
2020년 4월 26일 '슈퍼M'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출처:뉴스1)

디지털화된 언텍트 시스템

코로나 19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국가의 명령이나 통제 시스템을 따르면서 상황이 점차 호전될 것임을 막연히 믿고 있는 것은 응급적 위기 상황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곧바로 정치적 상황에 놓인 것이라는 사실을 주장하면서 진지하게 경고한 것은 바로 슬라보예 지젝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브뤼노 라튀르(Bruno Latour)가 말한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는 미래에 다가올 지구 온난화와 경제 위기에 대한 예행연습’”이기 때문이다. 일상이 통제되면서 중국 베이징의 맑고 푸른 하늘이 관측되었다거나 인도 뉴델리에서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히말라야 산의 웅장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 언제든지 코로나 바이러스를 호출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로써 우리의 삶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삶의 법칙을 배워가야만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 19의 진정한 위기는 우리가 어떤 크고 새로운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충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는 위기감에 있다. 이제 더 이상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없고 신실한 종교인들이 교회에 갈 수 없으며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외출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활동을 해야만 하는 보통의 직장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위험을 감수하면서 집을 나서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증가했으며, 매일 학교에 나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왔던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학업의 형태들을 경험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의 일상은 이미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지털 언텍트 시스템이 상용화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상들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과거의 일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일상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기 위한 기발한 노력들도 빼놓을 수 없는데, 전 세계에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K-POP의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이끈다.

팬데믹 쇼크에 따른 언텍트 시대에 대중음악 씬의 화두는 바로 온라인 공연이다. 이는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과 해외 투어 공연이 불가능해진 사태에 직면하게 된 국내 아이돌 그룹들이 온라인 팬덤을 의식하게 되면서 새로운 공연문화 패러다임을 생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확대되면서 아이돌 그룹의 온라인 공연은 대중음악 씬의 뉴노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먼저 2020426네이버 V라이브로 생중계된 SM 엔터테인먼트의 연합그룹 슈퍼 M’이 전 세계의 K-POP 팬들을 상대로 하여 유료 온라인 콘서트 ‘Super M-Beyond the Future’를 기획했는데, SM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날 109개국의 K-POP 팬들 75000명이 동시 접속하여 이 공연을 관람했다.

슈퍼 M’은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태민, ‘EXO’의 백현과 카이, ‘NCT’의 태용·마크·루카스·텐 등 SM 소속의 보이그룹 멤버 7명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슈퍼 M’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과 인터랙티브 소통이 더해진 온라인 공연이 120분간 펼쳐지는 동안 약 12000여 개의 하트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음악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슈퍼 M’의 이번 콘서트는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된 온라인 전용 유료 공연이었는데, 이 날 접속한 75000명의 관람객들은 전 세계가 동일하게 33000원을 지불했으며, SM의 공연 수익은 약 247000만 원에 달했다. ‘슈퍼 M’ 멤버들은 화상으로 접속해 있던 전 세계 200명의 팬들과 실시간 토크 타임을 갖거나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다양한 공간들을 이동하는 등 오프라인 무대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볼거리들을 팬들에게 제공했다. 이것은 팬데믹 시대가 가져온 언텍트 문화와 5G 기술의 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대중음악 씬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데, 단 한 번의 공연을 통해 오프라인 공연 대비 7.5배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대중음악의 새로운 콘서트 비즈니스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외에도 방탄소년단이 무료 온라인 공연 방구석 콘서트를 개최해 전 세계의 약 220만 명의 팬들과 소통을 시도했고, 또 엑소의 수호가 온라인 팬미팅을 진행했으며 트와이스는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급부상하기까지의 성장기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담아 전 세계의 팬들에게 제공했다. 또한 미국의 빌보드 팝 가수들이 릴레이 라이브 콘서트를 통한 모금운동을 펼쳐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애쓰는 사회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대중음악 씬의 온라인 활동은 그 확장세를 더해가면서 콘서트란 현장에 직접 가서 관람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점차 무너뜨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힘내라 콘서트라는 이름의 무료 온라인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면서 클래식의 온라인 대중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자본주의(출처:노동자연대)
코로나자본주의(출처:노동자연대)

일상의 숭고함

코로나 19로 인해 급격히 변화된 우리의 일상에 어떤 규칙과 규율을 제시해주는 컨트롤 타워가 국가 정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방역에 관한 한 정부의 통제가 미치는 효력보다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보다 중요하고 더 절실한 문제로 수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와 뉴노멀 시대에는 무엇보다 국가와 시민의 신뢰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세는 국가 간의 상호 긴밀한 협력 역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앞으로 국가와 시민의 관계가 재설정될 필요가 있으며,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의 정신에 의거하여 백신·치료제 개발과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 가면서 디지털화된 전 세계의 일상이 새로운 전체주의로 전이되는 것을 경계해가는 것. 이러한 태도는 포스트 팬데믹과 뉴노멀 시대에 직면한 시민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덕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지젝의 말처럼 자본주의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자본주의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시민간의 신뢰에 기초한 협력, 그리고 이동 제한령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의 신뢰에 기반한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른 국가와 협력하는 국가,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국가, 시민이 신뢰하는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일이 되었다. 이제 적당한 신체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코로나 19는 나의 평범했던 일상의 숭고함을 다시 일깨워주었고, 또 앞으로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유대를 간절히 요구하면서 그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가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체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시대의 언텍트 일상이 주는 반격일지도 모르겠다.

 

 

이혜진: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부교수. 대중음악평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도쿄외국어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공부했다. 2013년 제6회 인천문화재단 플랫폼 음악비평상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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