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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요괴 로맨스웹툰 - 죽음의 공포, 로맨스의 유혹과 일탈 욕망
[서곡숙의 문화톡톡] 요괴 로맨스웹툰 - 죽음의 공포, 로맨스의 유혹과 일탈 욕망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07.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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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이야기와 로맨스웹툰

웹툰에 자주 등장하는 요괴는 여우 요괴와 까마귀 요괴이다. 한국에는 구미호를 비롯하여 여우 요괴의 이야기가 많다. <명주보월빙>의 여우 요괴 신묘랑은 인간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반동인물로서 중요한 역할이다. 신묘랑은 열 명 이상의 악인들과 동모하여 다채로운 작란을 벌이며, 선인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지만 무시하여 천벌을 받는다. 두 가지 모두 재물욕에 기인한다. 여우 요괴의 서사적 의미는 부질없는 욕망, 요괴의 어리석음을 강조한다. 여우 요괴는 악인의 대체물로써 선호된다.[1] 여우 요괴는 <강감찬>에서 인간에게 긍정적 기여를 하고, <전우치전>에서도 전우치의 도술 획득에 도움을 주는 등 신이적 초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화전>에서는 변신으로 사람을 해치는 복수심을 드러내는 괴이적 초월성을 보여준다. 이렇듯 초월적 성격의 여우 요괴는 초기의 신이적 초월성에서 후기의 괴이적 초월성으로 변모한다.[2]

일본에는 까마귀 요귀 덴구가 대표적이다. 덴구는 길고 붉은 코 형태가 있으며, 날개를 이용해 날고 있는 새의 형태라는 저에서 신비롭고 상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덴구는 ‘날개사자’에서 탈바꿈한 ‘하늘을 날고 있는 개 모양의 괴물’이다.[3] 덴구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괴로서 비행 모티브가 주요하게 부각되며, 그의 비행 능력과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다. 인간에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4] 요괴 로맨스웹툰에서는 <황금빛 사막여우의 비밀>과 <블랙 버드>를 중심으로 여우 요괴와 까마귀 요괴의 로맨스를 살펴보도록 하자.

 

여우 요괴: 변신 모티브와 초월성 ― <황금빛 사막여우의 비밀>

웹툰 <황금빛 사막여우의 비밀>은 여우 요괴와 인간 공주의 로맨스를 다룬다. 이 웹툰은 노란선인장 글/그림으로 네이버웹툰에서 66만 명, 카카오페이지웹툰에서 39만 명이 구독하는 작품이다.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인간과 도깨비의 우두머리 여우 요괴의 사랑을 다루어 한국적 로맨스 판타지를 보여준다. 여주인공 공주 비형랑은 존귀하면서도 소외된 인물이다. 그녀는 인간과 혼령 사이에서 태어나 귀신을 보는 아이, 반쪽짜리 인간, 타고난 외톨이이다. 비형랑은 그녀는 생존을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여자아이에서 남자아이로 변신한다.

비형랑이 궁으로 떠나던 날 도깨비에서 습격을 당하고 그 우두머리인 길달을 만나면서 운명이 바뀌게 된다. 도깨비의 우두머리 길달은 도깨비가 아니라 황금빛 머리를 가진 여우 요괴이다. 재주를 보이면 살려 준다는 길달의 말에 비형랑은 귀신을 볼 줄 아는 재주, 팥을 뿌려 도깨비들을 한 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재주를 보여준다. 비형랑은 보석처럼 붉게 빛나는 예쁜 두 눈을 가진 황금빛 여우 요괴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된다.

서라벌에 도착한 비형랑은 귀신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어 그들을 저승세계로 가게 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때마다 길달의 도움을 받는다. 또한 궁에 들어가 화랑이 된 비형랑은 자신을 혐오하는 왕자인 두 형들로 인해서 다른 화랑들에게 학대, 폭언, 폭행을 당할 때마다 길달의 도움을 받는다. 이에 비형랑은 싸울 기회를 마련해 줬으니 싸우는 방법도 가르쳐 달라고 길달에게 부탁한다. 비형랑은 화랑 중에서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치우랑이 바로 길달임을 알게 된다. 화랑 기파랑은 이러한 치우랑의 비밀을 아는 인물로서 비형랑과 치우랑의 만남을 견제한다. 비형랑과 길달의 관계는 버림받은 어린 공주와 황금빛 여우 요괴의 만남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황금빛 사막여우>에서 길달은 츤데레형 여우 요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여우 요괴의 성격과는 다소 상이하다. <명주 보월빙>의 여우 신묘랑은 사회를 어지럽히는 반동적인 인물로서 재물욕을 상징한다. 한국 고전의 대표적인 여우 요괴인 구미호는 남자에게 배신당하는 여인의 한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사회의 혼란 시기에 여성을 요물로 만들어 희생물로 만드는 죄의 전가를 보여주는 존재이다. 길달은 권능은 있지만 재물욕이 없으며 속세의 문제에 다소 초탈하지만 지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인물이다. 길달은 신라시대 신분제, 즉 성골, 진골, 6두품 등에 대해 비판하는 등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며 인간의 본성이나 정욕을 중시하면서 일상의 규범을 무너뜨리는 자유로운 가치관을 보여준다.

길달은 여우 요괴이지만 인간을 구해주며, 자신의 도술과 변신 등 권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신이적 초월성을 보여준다. 길달은 여우 요괴이자 도깨비의 우두머리이면서 동시에 화랑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길달은 요괴 세계, 도깨비 세계, 인간 세계에서 모두 능력 있고 존경 받는 인물로서의 위상을 가진 존재이다. 반면에, 비형랑은 공주이지만 모든 이에게 외면당하고 소외되는 인물로서 길달에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 살아남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민폐형 여주인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길달은 말은 차갑지만 행동은 따뜻한 인물로서 비형랑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항상 나타나서 구해준다.

 

까마귀 요괴 덴구: 비행 모티브와 신비성 ― <블랙 버드>

웹툰 <블랙 버드>는 까마귀 요괴 덴구와 인간 신부의 로맨스를 다룬다. 이 웹툰은 사쿠라코지 카노코 글/그림으로 네이버웹툰에서 134만 명이 구독하는 인기작품이다. ‘언젠가 꼭 맞이하러 올게. 너는 내 신부니까.’ 하라다 미사오는 자신의 첫사랑과의 희미한 기억으로 막연하게 계속 기다리지만, 첫사랑은 검고 괴이한 날개를 가진 요괴 덴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덴구는 까마귀의 부리와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신통력이 있다는 상상의 요괴이다.

미사오는 보통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요괴, 유령을 보는 것 때문에 어린 시절에 주변에서 수군거리며 피하는 괴로움을 겪는다. 그래서 현재 고등학생 때는 철저히 숨기며 평범한 여고생의 행복을 누리고자 애쓴다. 미사오는 어린 시절 자주 함께 놀았던 남자애가 자신보다 몇 살 많았으며 자기처럼 요괴, 유령이 보인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만 모든 기억이 흐릿하다. 자신의 옆집에 검은색 옷을 입은 우스미 쿄우가 나타나 신부로 맞이하겠다고 말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다시 연결된다. 쿄우는 미사오의 학교의 수학선생님이자 반의 부담임으로 등장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인기남 베스트 5에 들 정도로 잘 나가는 테니스부 이시야마 선배가 미사오에게 사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시야마는 칼로 미사오의 목을 그으며 잡아먹으려고 한다. 백 년에 한 번씩 미사오 같은 인간이 태어나는데, 요괴들이 그 피를 마시면 수명이 연장되고, 살을 먹으면 불사의 몸이 되고, 신부로 맞이하면 일족에 번영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대부분은 먹히는 거로 끝난다. 일족과 가신을 거느리고 있는 요괴 쿄우가 나타나 이사야마의 목을 조르니까 요괴가 그 몸에서 나온다. 쿄우가 피를 흘리는 미사오의 목을 핥자 그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쿄우는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16살의 생일을 기점으로 요괴들이 네 몸을 노리게 될 거야. 요괴한테 잡아먹힐래 아니면 나한테 시집 올래? 선택은 네가 해.’라며 제안한다. 미사오는 줄곧 기다린 첫사랑마저 자신을 노리는 요괴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쿄우는 미사오가 자기 신부가 될 사람이기 때문에 요괴들을 쫓으며 곁에서 지켜준다. 이후 같은 반 예쁜 여자애인 키요가 흰뱀 요괴로 변신하면서 강하고 아름다운 요괴 쿄우에 대한 연모로 미사오를 물어 독이 퍼지게 한다. 쿄우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사오의 독을 직접 빨아서 미사오의 목숨을 구해낸다.

까마귀 요괴 덴구는 길고 붉은 코와 검은 날개를 가졌다는 점에서 신비로운 상상의 존재이다. 덴구인 쿄우는 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행 모티브를 보여주며, 초자연적인 힘으로 여주인공을 지킨다. 쿄우는 ‘난 미사오 이외의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라며 미사오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표현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주인공에게는 따뜻하지만 다른 존재에게는 차가운 양면성을 가진 인물이다. 계속해서 요괴의 습격을 받는 미사오를 치료하기 위해서 핥는 행위, 기회가 날 때마다 키스하고 애무하는 행위 등 요괴의 권능은 성적인 유혹과도 연결된다. 미사오는 긴 부리와 검은 날개를 가진 요괴 모습의 쿄우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며 강하게 끌리기 시작한다.

 

요괴와 로맨스: 공포/보호, 권능/사랑의 이질적인 결합

17, 18세기 한중 귀신, 요괴담에서 요괴는 두 가지 유형을 보여준다. 첫째, 사회적 이념과 타협하는 방식이다. 둘째,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방식이다. 초현실적인 존재인 귀신이나 요괴는 부정의 대상으로서 현실 비판이나 일탈의 욕망을 보여주며, 일상의 규범이나 사회적 제도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5]

요괴 로맨스웹툰은 죽음, 권능, 다신의 의미를 담아내며, 현실세계와 초현실세계의 경계에서의 망설임을 보여준다. <황금빛 사막여우의 비밀>의 여우 요괴 길달과 <블랙 버드>의 까마귀 요괴 쿄우는 존재의 본성을 중시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일탈의 욕망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귀신, 유령, 요괴가 보여 외톨이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인간이지만 요괴의 운명적 상대가 된다.

요괴는 이상한 존재를 보는 외톨이 여주인공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유일한 인물이자 운명적 상대이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여주인공을 보호하고 구하는 권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여주인공도 귀신, 혼령, 요괴를 본다는 점에서 현실세계와 초현실세계의 경계에 있는 인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요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다. 여주인공은 연약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용기를 발휘하는 외유내강형 인물이라는 점에서 민폐형 인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여주인공을 계속 구해내는 요괴 주인공의 권능. 잔인하고 무서운 존재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주인공을 위해서는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 요괴와 로맨스는 공포와 사랑의 결합으로 경계에 서 있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요괴이지만 자신을 구해준다는 설정. 요괴이기 때문에 한없이 선한 것이 아니라 잔인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공포와 사랑의 경계에서 죽음의 공포와 일탈의 욕망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참고자료
[1] 이후남, 「<명주보월빙>에 나타난 요괴(妖怪) 연구 -여우 신묘랑을 중심으로」, 『古小說 硏究』, 48권, 한국고소설학회, 2019, 171-201쪽.
[2] 박대복·유형동, 「여우의 超越的 性格과 變貌 樣相」, 『동아시아고대학』, 23호, 동아시아고대학회, 2010, 279-315쪽.
[3] 류희승, 「동아시아 요괴문화 속의 덴구(天狗) 형상에 관한 소고」, 『일본학연구』, 43권,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2014, 125-145쪽.
[4] 류희승,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괴, 덴구(天狗)의 비행(飛行)모티프」, 『일본학연구』, 33권, 단국대학교 일본연구소, 2011, 95-114쪽. 
[5] 김정숙, 「17, 18세기 한중(韓中) 귀신(鬼神), 요괴담(妖怪談)의 일탈(逸脫)과 욕망(欲望)」, 『民族文化硏究』, 56권,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5-36쪽.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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