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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의 문화톡톡] '미쓰리는 알고 있다'가 말하는 진실
[송연주의 문화톡톡] '미쓰리는 알고 있다'가 말하는 진실
  • 송연주(문화평론가)
  • 승인 2020.07.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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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리가 아는 것이 진실일까?

 

(출처 : MBC 홈페이지 '미쓰리는 알고 있다')
(출처 : MBC 홈페이지 '미쓰리는 알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미쓰리는 알고 있다'(7월 8일~7월 16일, 4부작)는 ‘재건축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죽음을 둘러싸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사건극’이다. ‘재건축 아파트’와 ‘의문의 죽음’이라는 소재의 결합은 요즘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아파트 재건축 단지의 잡음, 아파트 조합과 관리자들의 횡령, 그로 인한 죽음까지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드라마의 지향점은 더 깊은 곳을 향해 있었다.

강남 노른자 땅 재건축 아파트 ‘궁’. 재건축 예상 규모 2조 원대. 이곳 입주민 24살 양수진이 9동 앞뜰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추락사로 추정되는 양수진의 사망을 두고 ‘궁’의 입주민들은 집값이 내려갈 것을 걱정하거나, 양수진의 생전 삶에 대해 각종 루머(양수진이 그런 애였다더라)를 양산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양수진의 생전 상황을 조사하는 형사 인호철의 눈에 이들은 자기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비친다. 양수진을 향한 각자의 감정들이 있었고, 삶에 지친 그녀를 향해 각자의 추정대로 내뱉은 말들이 있었지만, 그녀의 죽음에서만큼은 한 발 빠져 있으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하게 스스로 추락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여겨지던 사건은 양수진의 사인이 질식사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살인사건’으로 방향을 튼다.

극 초반에 ‘궁’의 입주민 중, 세 명의 용의자가 특정된다. 첫 번째, 양수진을 사랑했던 고등학생 서태화. 그는 고등학생이지만, ‘궁’을 여러 채 보유하고, 아파트 내부에 입점한 ‘궁부동산’도 소유한 아버지를 두었다. 두 번째, 양수진이 사랑한 유부남 이명원. 그는 ‘궁’ 아파트의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병운건설’의 사위다. 세 번째, 양수진에게 집착하는 서태화를 걱정하며 양수진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한 ‘궁부동산’ 중개사 이궁복(일명 미쓰리). 17년째 서태화의 보모를 맡아왔고, 서태화의 아버지가 외국으로 떠나버려, 서태화를 지켜주고 있는, 소문상으로는 서태화 아버지의 세컨드이다.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서태화, 이명원, 미쓰리 세 사람과 양수진의 갈등, 그리고 이들을 수사하는 인호철의 갈등에 있다. 미스터리 스릴러에 걸맞게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양수진과 어떠한 관계에 놓여있었는지를 긴박감 있게 보여주며, 동시에 인물들의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시하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가는 힘이 있다.

누가 양수진을 죽였는지 알아내는 과정은, 양수진의 삶을 추적하게 만들고, 2년 전, 양수진 어머니가 뺑소니를 당한 사건으로 이야기는 거슬러 간다. ‘궁’ 아파트에서 살아온 양수진은 2년 전 유학을 계획 중이었지만, 어머니가 아파트 앞에서 뺑소니를 당하고 전신 마비로 눕게 되고 유학을 포기한다. 그리고 2년간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낮에는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밤에는 쇼핑몰 모델로 생업을 이어갔다. 그 뺑소니 사건의 진범은 아직 잡지 못했고, 그때의 상황은 은폐되어있다. 양수진은 뺑소니 피해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어머니와 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에서 반드시 뺑소니범을 잡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용의자가 등장한다. 재건축 조합장이다.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병운 건설로부터 양수진을 통해서 돈을 받아 온 사람이다. 수십억 자산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식들 결혼시키고 뒷바라지하느라 이제는 ‘궁’ 아파트 104호 한 채만, 그것도 자식들에게 송금하느라 집 담보 대출을 다 빼 써서 명의만 남은 한 채를 남겨둔 상황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아내를 보호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궁’ 아파트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궁’은 인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가족이 보호받는 공간적 의미에 더해 자산의 의미를 가진다. 벌레와 악취가 들끓는 재건축 임박 단지이지만, 이들은 이곳을 지켜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재건축된 이후의 경제적 가치를 예상해볼 때 현재의 불편은 감수할만한 곳이다. 또한 세입자에게조차 강남 학군을 누리면서 소위 ‘있어 보이는’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집이 부를 상징하고, 집이 자식을 위한 돈(대출)을 내어주고, 집이 나의 미래 자산 가치를 형성하는 곳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소중한 아파트에서 집값이 내려갈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이름을 걸고 벌어지는 모든 사건에 대해서 민감하다. 2년 전, 뺑소니 때도, 지금 살인사건에도 그들은 자신의 재산 가치가 축날 것을 두려워하며 진범이 ‘궁’에 있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저 집값과 재건축만 걱정한다.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집에 대한 인물들의 가치관에서 더 나아가, 각자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면성에 주목한다. 겉으로는 각자 떳떳하지만, 의문의 사망 사건에 내 가족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모한 선택을 한다. 그 무모한 선택은 타인에게 여파를 미치고, 그로인해 새로운 갈등을 끌어낸다. 드라마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진범 역시도 진범의 가족이 진범을 지키려 모든 정보를 은폐하고 위장했다. 진범의 가족이 저지른 은폐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보이는 정보만을 믿게 되고, 각자 아는 것을 토대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갈등한다.

 

(출처: MBC 홈페이지 '미쓰리는 알고 있다')
(출처: MBC 홈페이지 '미쓰리는 알고 있다')

자신에게 연관된 정보에만 관심을 두고 믿으며 그 이면을 못 보는 심리는 극 중 인물들 전반에 깔려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각자 가족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고정된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증거를 만나게 된다. 그 증거가 살인범은 내 가족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모두 각자의 해석이다. 진실은 그 뒤에 있는데 그것까지 못 보고, 현재 보이는 것만 믿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인물 사이의 충돌을 일으켜 더 큰 갈등을 끌어낸다. 극의 재미는 거기에서 온다.

살인범을 잡는 것이 드라마의 주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끝을 맺는다. 죽은 양수진이 어떤 감정으로 삶을 버텨왔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고 믿는 자들, 그녀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침묵한 자들, 내 가족이 범인인 줄로 오해하고 상황을 은폐한 자들, 내 가족이 진짜 진범이라 은폐한 자들까지. 한 여자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인물들에게 정보의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최악의 선택을 하면서 미스터리를 끝까지 끌어간다.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재건축 예정 단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속에서 인간 군상들을 그려내고 있지만, 재건축의 문제점을 전면에 드러내는 드라마는 아니다. 제목처럼 사건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이면과 욕망을 보게 되고, 세상의 일들에는 보이지 않는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인물들과 그 성장을 보는 데에 포인트가 있다.

 

출처 : MBC홈페이지

글 : 송연주(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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