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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문화톡톡] ‘언택트’의 시대, 컨택트를 소환하는 이유
[안치용의 문화톡톡] ‘언택트’의 시대, 컨택트를 소환하는 이유
  • 안치용(문화평론가)
  • 승인 2020.08.2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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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국내에 번역ㆍ소개된 <커넥티드(connected)>(다니엘 앨트먼 저)는 세계경제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됐는지를 현장감 있게 분석한 책이다.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으로 매우 예외적인 사태가 빚어졌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진행될 때 커넥티드의 인프라는 책 발간 시점하고만 비교하여도 훨씬 더 강해지고 확충됐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세계가 하나의 유기체인 양 연결되어 점점 더 긴밀해지던 시점에 코로나19바이러스가 세계를 방문했다. 이미 커넥티드’, 즉 연결 자체보다는 얼마나 빨리 연결되느냐로 논점이 이동한 시점이었다.

지구촌 경제 또는 사회의 글로벌한 연결은, 운송 및 전달의 빠른 속도와 방대한 양을 기반으로 한다.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의 세계적 유행을 통해 우리는 사람과 물건 그리고 정보의 신속하고 방대한 연결, 커넥티드한 세계를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영화 <컨테이젼>에서 묘사한 것과 같은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등 세계 전역의 거의 동시적 팬데믹은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묶은 항공운송이 있어 가능했다. 영화가 끝나면서 판명되는 영화 속 팬데믹 최초 전파자는 홍콩인 요리사인데, 그와 악수한 미국인 베스(기네스 팰트로)가 비행기편으로 귀국하면서 미국과 홍콩에서 동시에 감염증이 발발하여 곧바로 팬데믹이 된다는 것이 <컨테이젼>의 간단한 줄거리다.

영화를 보듯 확인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의 세계적 확산에서 당연히 그런 전개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과 SNS를 통한 세계의 실시간 연결은 코로나 공포의 세계적인 초연결과 초확산을 낳았고,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연결이 중첩되면서 세계경제는 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진입하였다.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병의 자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커넥티드(connected)’를 끊어내었다. 간단히 언택트(Untact)’ 정책을 편 것이다.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8장의 용어 ()세계화와 의미상 연결되는 정책이다.

언택트라는 말은 접촉ㆍ연결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ㆍ반대를 뜻하는 접두어 ‘un’을 붙인 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대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이 세계의 초연결을 끊기 위한 언택트인데, 언택트는 가능한 한 사람 사이의 물리적 연결과 접촉을 군사용어를 써서 외과수술하듯 차단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물건(상품)ㆍ돈ㆍ정보의 빠른 연결과 원활한 흐름은 종전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이 애를 쓰고 있다. 언택트는 모든 것의 언택트가 아니라 사람을 특정한 언택트이며, 그것도 물리적인 인간만을 겨냥할 뿐 인격과 권리 주체로서 사람에 대해서는 연결이 이어지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대법원이 마약범죄에 관련된 말레이시아인 푸니탄 제나산(Punithan Genasan)에게 2020515일 화상회의 서비스 줌을 통해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은 물리적 실체로서 인간보다는 인격의 주체로서 인간을 존중, 코로나 시대를 통해 등장한 특이사례이다. 원격 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한 싱가포르의 첫 번째 사례인데, 세계 전체로는 첫 번째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구분 언택트 전략이 잘 먹히진 않았다. ‘커넥티드(connected)’는 단지 지구를 하나로 만드는 지역적인 연결만을 뜻하지 않고, 인간과 세계의 연결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커넥티드(connected)’된 한 영역만 언택트하고 나머지는 커넥티드(connected)’된 채로 둘 수는 없었다. 아직은 거의 모든 곳에서 사람이 발견된다. 사람의 언택트는 세계의 언택트로 이어졌다.

이런 연유로 코로나 대응과 관련하여 영국 정부는 애초에 세계의 언택트로 이어질 사람의 언택트에 부정적이었다. 영국은 애초에 집단면역을 선호했다. 언택트를 시행하기보다는 커넥티드(connected)’를 어떻게든 유지하면서 미세조정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생명 인권 가치 등 이런 인간에게 소중한 개념어를 사전에서 지워버리고 판단한다면 코로나 국면에서 사실 세계의 모든 정부가 영국 정부처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거의 모든 정부가, 합당하게도 언택트의 길을 택했다.

 

 

여기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여러 맥락에서 또 조금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혼란을 야기한 언택트란 단어는 단순히 기술 자체나 기술동향을 가리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거대 트렌드를 지칭한다는 점이다. 물건(상품)ㆍ돈ㆍ정보의 콘택트가 인간의 언택트를 가능케 하는 전제이다. 단언하건대 만일 물건(상품)ㆍ돈ㆍ정보의 콘택트가 유실되면 인간의 언택트는 성립불가이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상호의존한다. ‘콘택트이든 언택트이든 관계를 맺는 주체가 모두 인간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어쩌면 인간 아닌 다른 주체가 도래할 수도 있기에 한 말이다.

타인이 지옥이 되기 전의 언택트는 지금과 같은 포괄적 의미의 언택트라기보다는 콘택트의 다른 표현, 또는 사람이 개입한 콘택트를 사람의 물리적 개입이 배제된 콘택트로의 변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흔히 비대면이라고 번역된 새로운 경제현상은 코로나 사태 전에는 일종의 혁신 또는 발전으로 간주됐다. ‘언택트소비는 GS25의 예에서 보았듯 소비자가 판매자를 만나지 않아도 되는 소비를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지 전부터 모색된 미래 발전 경로였다. 물론 그것이 실제로 발전을 의미할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만 혁신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코로나 팩데믹 발발 이후에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는 언택트는 혁신 차원을 넘어서 패러다임 쉬프트를 강력하게 지칭하는 듯하다.

상상할 수 있는 언택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언택트콘택트와 본질이 같다. 언택트(Untact)의 언(un)을 행위 개념까지 담은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한다고 하여도 무엇을 없애려면 먼저 무엇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논리에 맞다. 없는 것을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

언택트는 러다이트 운동처럼 파괴를 통한 과거로의 회귀를 뜻하지 않는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미래지향의 발전전략이다. 인간끼리의 물리적 연결을 줄임으로써 인간끼리의 비()연결이 늘어난 것보다 더 많은 비()인간적 연결을 만들어내려는 구상이다. 언택트의 핵심은 인간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연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Un’‘Con’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판단은 확실히 인간적인 위로를 주지만 더불어 불길한 한계를 부여하는 듯하다. 2020725일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연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여 해안에 1,000톤이 넘는 기름을 유출하는 대형 해양오염 사고를 일으켰다. 암초에 부딪히게 된 원인이 와이파이에 접속하려고 배를 육지에 근접하여 운항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리셔스 바닷가에 대형참사를 일으킨 원인이 고작 와이파이라니, 그런 반응이 이어졌다. 인터넷이나 와이파이는 줌과 같은 언택트 기술을 작동시키기 위한 현대문명의 기반인프라이다. 그러므로 관점에 따라서는, 일단 와카시오호의 잘못과 책임을 논외로 한다면 고작 와이파이라는 반응 대신 현존 인류의 특질과 한계,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며 , 와이파이!”라는 복잡한 심경의 탄식을 내뱉을 수도 있겠다 싶다. 모리셔스 해양사고의 배후에서 ‘Un’‘Con’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열망과 규칙위반 및 부주의의 결합이 발견된다고 할 때 언택트패러다임 쉬프트를 고민할 때 한 번쯤 떠올려보면 유익할 장면이다.

결국 언택트는 기술이나 솔루션, 그리고 메가트렌드로도 수용되어야 하겠지만 강조하자면 언택트는 콘택트의 반의어가 아니라 차라리 유의어에 가깝다는 사실이 기억돼야 한다. 언택트(Un-tact)의 정확한 표기가 코언택트(Co-untact)라고 한다면 우리는 다시 근대인의 숙명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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