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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와인 - 막걸리 그리고 한잔
[최양국의 문화톡톡] 와인 - 막걸리 그리고 한잔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0.09.0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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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생명체는 짝짓기와 굶주림에 대한 본능을 갖는다. 번식을 하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순환하며 진화한다. 사랑을 하고 먹이를 찾는 것은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생명체로서의 우리는 끊임없이 유지되고, 창조되어져야 하는 숙명론적 존재이다. 사랑을 매개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보편적 자아로서의 우리들에 대해 실존의 환희에 이를 수 있게 해주는 고대 신화가 있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반영하는 다양한 예술 장르 속에서 상징적 소재나 영감의 원천으로 뿌려지며 춤추는 별을 낳는다.

 

신들의 / 물방울은 / 여성의 / 주류문화

 최근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4관왕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은 춤추는 별이다. 그들의 빼어난 군무곡 중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디오니소스(Dionysos)’가 춤을 춘다.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으로서 올림포스 12신 또는 15신에 속한다. 신과 인간을 부모로 둔 제우스의 서자로서 ‘두번(Dyo) 태어난 자(nysos)'인 그는 인간으로서 자신이 익혔던 포도 재배와 와인 제조 방법을 전파하며, 자신의 신성을 알리기 위한 신화적 활동을 같이 한다. 술의 신이자 기쁨과 축제의 신으로서 로마 시대에는 바쿠스(Bacchus)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르네상스 이후 예술 분야에서 바쿠스를 위한 축제의 대상이 된다. 그는 ‘신’이면서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운명’을 둘러싼 삶도 살아야 하는 교집합의 신화 속 상징성을 나타낸다.

술은 선사시대에 탄생하여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여 왔는데, 원시 수렵 채취시대의 자연적 과실주가 최초의 술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술의 기원은 신화로만 전해지며, 와인에 대해 인류가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는지는 기록상 나와 있지 않다. 최영수의 《와인에 담긴 역사와 문화;2005년》에 의하면, 기원전 1,100년경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제조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약 350년 후 포도와 와인을 그리스에 전파하게 된다. 이는 디오니소스 신화와 더불어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종교와 예식 및 축제에서 사용함으로써 문화적으로 번성하게 된다. 특히 그리스도교 전파와 더불어 유럽 문명을 중심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오늘날 우리들 오감의 탄력성 지수와 함께 한다.

* 술꾼들(바쿠스의 승리) (Diego Velazquez, 1628년), Google
* 술꾼들(바쿠스의 승리) (Diego Velazquez, 1628년), Google

바람과 햇살, 그리고 흙을 떠나 신의 물방울로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와인의 기본적인 3요소는 색・향・맛 이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이집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명화된 지역에서 와인은 남성들의 술로서, 여성에게는 그 색과 향과 맛의 어우러짐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여성들이 와인 문화의 주류가 되어 가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적인 추세이다. 아날로그적 신화를 떠나 그들만의 신화를 그려 나가는, 디지털 개척자인 밀레니얼 세대와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 여성들에게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여성의 생물학적 측면 외에 고대 로마제국 초기나 이집트 권력 계층 여성들의 와인 소유화에 대한 높은 자유도를 연계해 보면, 여성의 지위 향상등과 관련된 문화적 측면과도 직간접적 관련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보호 본능이 강하며 관계 지향적이다. 문화적으로는 여성으로서의 ‘나’가 아닌 ‘나’로서의 평등한 여성성을 발견하고 인정받고자 한다. 지금도 신이 내리고 있는 물방울은 그 색・향・맛의 3요소에서 남성 보다는 여성에게 내리는 선물 같다.

술잔을 좋아하고 와인을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날 갑자기 여자 없는 남자가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의 친구들도 여자를 잃은 남자가 된다. 《여자 없는 남자들;2014년》에서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와인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붉고 하얀 빛의 ‘Wine Concert’는 이브 몽탕(Yves Montand)의 ‘고엽’(Les Feuilles Mortes)보다는,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의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자연의 / 미학들은 / 불가피한 / 남성의 길

 요즘 우리 전통가요인 트롯의 열풍이 대단하다. '샹송-Wine Concert’의 관계는 '트롯-막걸리 음악회’와 문화적 상관성을 갖는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전통의 술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술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술의 일반적인 기원과 같이 선사시대 유적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지만, 문헌에 나타나는 최초의 술 이야기는 고려시대 이승휴의 《제왕운기;1287년》(帝王韻紀)에 의하면 주몽신화 이다. 주몽 신화에 의하면, 바다신 하백의 딸 유화가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결합하여 해모수의 아이인 주몽을 잉태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한 장면이 묘사된다.

막걸리는 고두밥과 물, 누룩을 섞어서 독에 넣고 적정 온도에서 3∼6일 발효시켜 걸러 낸 우리 고유의 술이다. 오랜 시간 희로애락을 같이 해 오며 우리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담은 술이다. 농사일 하다 밥 대신 먹기도 하는 생계형 농주,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부침개와 함께 생각나는 멍 때리기형 친구, 도심 민속주점 벽에 기대어 세상과 인생을 나누던 고담준론형 삶의 동반자 이다. 근래에는 막걸리도 엣지있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로그(Digilog) 시대의 문화를 안주 삼아 언택트(Untact) 시대의 ‘소확행’을 그려가며, 세대와 지역간 경계가 없는 여백의 인택트(Intact) 시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곡물과 생명, 그리고 발효의 미학을 떠나 자연의 선물로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막걸리의 전통적 기본 요소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맛 이다. 좋은 막걸리는 단맛・신맛・쓴맛・떫은맛이 균형감 있게 잘 어울리면 된다. 가끔은 삶의 상황에 맞추어 감칠맛과 맑고 시원한 맛을 추가로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살아 가는 맛은 여러 가지 이기 때문이다.

* 주사거배/주막 (신윤복/김홍도, 1790년/1796년), Google
* 주사거배/주막 (신윤복/김홍도, 1790년/1796년), Google

막걸리는 동동주, 청주와 같은 독에서 태어난 형제자매 이다. 한 배에서 태어나지만, 운명은 달라진다. 그렇지만 형제자매간의 정은 돈독하다. 가장 나중에 태어난 막걸리는 마치 흥부와 같다. 그의 이름은 국순(麴醇)이다. 국순의 90대 조상인 모(牟, 보리)는 농사 담당 벼슬인 후직(后稷)을 도와 백성들을 먹여 살린 공이 있다. 모는 성품이 청렴한 데다 임금을 따라 원구(천제단)에 종사한 공으로 중산후에 봉해졌고, 국씨(麴氏)라는 성을 받는다. 위나라 초기에 이르러 국순의 아버지 주(酎, 소주)가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는데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버리고 죽림으로 낙향해서 일생을 마친다. 국순의 기국과 도량이 크고 깊어 맑게 해도 더 맑지 않고 흔들어도 흐려지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기운을 더해 주어 뭇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군신의 회의나 국가의 중대사에 반드시 국순이 나아감에 따라 마침내 권세를 얻게 된다. 국순은 임금이 자기로 인하여 정사를 폐하여도 간언하지 않아 미움을 받기도 하고, 돈을 거둬들여 재산을 모으기도 하지만, 임금은 그를 매번 보호한다. 임금이 국순의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자 국순이 관을 벗어 은퇴하고 집에 돌아와 갑자기 병이 들어 하루 만에 죽는다. 이는 고려시대 임춘의 가전체소설 《국순전》(麴醇傳 술을 의인화한 말. 술의 재료인 누룩을 성으로, 술을 이름으로 삼음: 해법고전산문/천재교육)에 대한 내용이다. 《탁류》의 작가 채만식은 막걸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큼직한 사발에다 넘싯넘싯하게 그득 부은 놈을 처억 들이대고는 벌컥벌컥 한입에 주욱 다 마신다. 그러고는 진흙 묻은 손바닥으로 쓰윽 입을 씻고 나서 풋마늘대를 보리고추장에 꾹 찍어 입가심을 한다. 등에 착 달라붙은 배가 불끈 솟고 기운도 솟는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단순하고 과시 본능이 강하며 목적 지향적이다. 문화적으로는 ‘나’로서의 평등한 남성성 보다는 남성으로서의 ‘나’의 존재에 대해 목적을 달성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확인하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막걸리는 남성을 대변하며 이런 저런 예술적 표현은 단지 그들의 숨겨진 남성성을 드러내는 수단일 뿐이다. 이 계절의 ‘막걸리 음악회’는 ‘빈잔’에 ‘막걸리 한잔’ 따르면서 시작하면 좋을듯하다.

 

우리들 / ‘한잔’의 잔치 / 흰 이슬로 / 맺힌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술은 해당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다양한 관습들이 있다. 이제 우리는 시공간상의 시계열적 변화를 반영하며, 디지로그(Digilog) 시대의 새로운 술 문화를 만들어 간다. 와인을 유리잔이 아닌 도기잔에, 막걸리를 와인잔에 디캔팅(Decanting)한다. 와인과 막걸리를 섞어서 한잔으로 마신다. 와인과 막걸리로 대변될 수 있는 여성과 남성도 한잔이 필요하다. 한잔이란 생물학적 결합을 통해 다양한 문화적 분화를 위한 지속적 진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 와인과 막걸리 칵테일, Google
* 와인과 막걸리 칵테일, Google

우리들 인간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결합을 통해서 어울려 살아 가야 하는 존재로서, 자연생태계의 동물을 상징화하여 교훈을 삼고 지속적으로 진화해 간다. 그중 《회색 코뿔소가 온다》의 저자인 미셸 부커(Michele Wucker)가 제시한 ‘회색코뿔소’(Gray Rhino)가 있다. 이는 미리 막을 수 있는 위기, 일어날 위험과 재앙은 예견된 징조 현상으로 충분히 인지 가능하지만, 정작 두려움 떄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몸이 굳어 버리게 되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부인해 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몸집이 큰 코뿔소는 멀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지만, 이 코뿔소가 달려올 경우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큰 피해가 도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한 변수중에서 출생률은 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생물학적 성으로서 한잔이 된다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는 출생률과 직접적 인과관계를 갖는다. 지금 우리들은 내부적으로는 출생률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1970년 이래 가장 낮고, 외부적으로 보아도 OECD 37개국 중에서 유일한 영(零)점대 국가로서 가장 낮은 출생률 현실을 마주 하고 있다. 우리의 출생률 최소화 따른 인구 감소가 회색코뿔소와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생물학・문화적 성으로서의 우리의 길을 지혜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9월은 24절기 중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백로(白露)가 있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흰 이슬로 내린 백로를 맞으며 백로(白鷺;황새목 왜가리과에 속하는 새)가 살아간다. 여성과 남성은 백로효과(기존의 문화적 정체성을 무작정 따르지 않고 자신을 분리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다른 이들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유지・창조하며, 한잔으로 만나 그 색으로 상호 보완의 채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해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이제는 더욱 과감한 시각적 변화와 실행이 필요하다.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인정하는데서 부터 출발하여, 남성의 노마드(Nomad)형 여성화로의 역할 변화가 절실한 이유도 그 하나이다.

 

 

글 : 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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