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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판타지 영화관 <시네마 천국>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판타지 영화관 <시네마 천국>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0.12.2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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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의 영화관? 있기는 했던가?

몇 달 전 재개봉한 <시네마 천국>(쥬세페 토르나토레, 1988)을 다시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토토와 이웃 사람들에게 감정이입 되어 아련함을 느꼈지만, 생각해보니 내겐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추억의 영화관은 없다. 있기는 했던가?

 

<시네마 천국> 중 영화관 안 모습

얼마 전엔 <시네마 천국>이 소환한 옛 영화관 풍경들을 돌아봤었는데, 이번엔 이 영화를 보며 추억이라 착각했던 판타지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2020년도 되돌아볼 겸.

현재 시점, 어린 시절에 자주 갔던 영화관은 모두 없어졌다. 아예 다른 건물이 들어서거나, 주변 지역 자체가 완전히 바뀐 곳도 있다. 어떤 공간이나 지역이 재개발로 순식간에 바뀌는 걸 늘 보아왔기 때문일까?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좀 뒤늦게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 ‘없어졌구나.’ 했던 정도. 그사이 자주 찾는 영화관도 바뀌어 있었으니, 불편함을 겪을 상황도 아니었다. 시간이 더 흘러 영화관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면서, 뒤늦게 아쉬움을 느꼈더랬다.

<시네마 천국>의 어린 토토처럼 들락거릴만한 동네 영화관도 없었고, 아는 분이 일하셨던 것도 아니었고, 생각해보면 영화관에 대한 기억 자체가 많지 않다. 사실 <시네마 천국>의 토토처럼 동네 영화관에 대한 추억이 있으려면 적어도 토토와 비슷한 세대여야 한다.

토토가 ‘시네마 천국’ 영화관에서 놀고, 일하며 추억을 쌓았던 시기는 1940~50년대다. 영화를 보려면 영화관에 가는 수밖에 없고, 어려운 경제 상황에 가장 저렴하게 오락거리를 접하려면 영화관만 한 곳이 없던 시기였다.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기억들 덕분이었을까? <시네마 천국>을 보며 내게도 추억의 영화관이 있는 듯 착각이 들었다. 영화의 판타지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사라진 영화관의 이름

단성사, 국제극장, 국도극장, 중앙극장, 코리아극장, 씨네하우스, 그랑프리극장, 동아극장, 주공공이, 뤼미에르극장...

지금은 사라진 서울 도심, 강남 쪽에 있었던 영화관들의 이름이다. 이제는 그 위치도 헷갈리지만, 잊은 줄 알았던 영화관 이름이 죽 떠오르는 걸 보면, 추억까진 아니래도 기억나는 영화관들은 좀 된다.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에서 성인이 된 토토와 마을 사람들은 ‘시네마 천국’ 영화관이 철거되는 모습을 지켜본다. 영화관 사장은 TV와 비디오 그리고 시설 좋은 새 영화관 때문에 관객이 안 찾은 지 오래됐다며, 영화관이 철거되면 주차장이 될 거라 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곳곳에서 사라진 영화관들의 모습이었다.

국내에서도 TV가 대중화되던 1970년대부터 많은 영화관이 사라졌다. 변두리 작은 영화관들이 먼저 사라졌다. 1980년대에는 잠시 강남 등지에 새 영화관들이 좀 생겨났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2000년대 초를 지나면서 새로 생겼던 영화관들 도심의 옛 영화관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특정 영화관 자체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특정 영화를 보러 갔던 영화관의 이곳저곳이 스틸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방구석 영화관의 역사

어찌 보면 필자도 옛 영화관들이 사라지는데 한몫을 했다. TV와 비디오로 본 영화들이 참 많다. 말하자면 방구석 영화관에서 본 영화들이 꽤 된다.

비디오가 등장하기 전 TV로 영화 보던 시기를 좀 기억해보자면, 한 마디로 하염없는 기다림이었다.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개봉 때 관람을 놓친 영화를 다시 보는 방법은 TV 방영뿐이었는데, 흥행에 성공했던 일부 영화들만 TV에서 방영을 해줬다. 당첨이나 합격을 기다리는 긴장감을 느꼈다. ‘일요명화’나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고전 할리우드 영화나 유럽 영화들을 주로 방영해서, 최신 영화는 명절 방영만이 방법이었다.

동네마다 비디오 가게가 문을 열고, VCR이 보급된 시기가 오면, 그 기다림의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긴장감도 거의 사라졌다. 개봉된 영화는 거의 다 몇 달 후면 비디오로 출시가 됐다. 최신영화와 고전영화를 가리지 않고, 참 많은 영화를 비디오로 봤다.

그러고 보니 영화 <시네마 천국>을 처음 본 곳도 영화관이 아니었다. 방구석 영화관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며 여러 번 반복하며 봤더랬다. 그러다 올해가 되어서야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봤다. 이후 내용을 확인할 것이 있어 국내 OTT에서 스트리밍으로 다시 봤다.

현재 영화를 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상황에 맞게 선택해 보면 된다. 필름이나 비디오테이프 같은 저장 미디어도 더는 필요하지 않다. 인터넷 통신을 통해 다시 보기나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TV나 모니터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다.

요새 들어 부쩍 방구석 영화관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딱히 맞는 말이 아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든 나만의 영화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대형 화면에 입체 음향 시스템을 갖추진 못했으나, 원하는 시간에 보고, 원하는 장면은 반복해서 보고, 잠깐 쉬면서도 볼 수 있는 나만의 영화관 말이다.

영화관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변화하며 방구석 영화관들과 공존해왔다. 다시 본 <시네마 천국>은 토르나토레 감독의 이후 영화들과 겹쳐 ‘또 첫사랑?’, ‘또 회상?’이라는 생각도 들게 했지만,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판타지 영화관 ‘시네마 천국’

영화관 ‘시네마 천국’ 같은 곳을 겪어 보지 못한 세대지만, 추억의 영화관 하나 쯤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련함이 느껴졌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영화관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추억의 영화관인지 판타지 영화관인지 모호하다.

2020년은 확실히 영화나 영화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아직 진행형 상황이기에 예측은 어렵지만, 분명 영화관에 대한 마음 자세가 달라진 건 분명하다. 익숙했던 일상의 공간이 낯설어진 것도 같다.

영화도 영화관도 늘 변해왔고, 다양해져 왔다. 그것이 거대한 스크린이 있는 공간이든 이어폰을 낀 지하철이든, 어디든 나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면 최적의 영화관일 거다. 현재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누리면서 말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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