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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의 문화톡톡] 연대를 통해 성장하는 히어로: OCN드라마<경이로운 소문>
[문선영의 문화톡톡] 연대를 통해 성장하는 히어로: OCN드라마<경이로운 소문>
  • 문선영(문화평론가)
  • 승인 2021.01.17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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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와 히어로의 결합, ‘카운터’

 <보이스>, <구해줘>, <터널>, <타인은 지옥이다> 등 OCN드라마는 추리, 스릴러, 공포 등 특정 장르를 제작하며, 마니아층을 공략해왔다. 폭넓은 시청자를 확보하거나, 높은 시청률로 대중적 인지도가 크진 않았지만, 늘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연출, 색다른 스토리의 OCN 작품은 한국 드라마의 장르 지평 넓힌다는 호평을 받곤 했다. 한편 어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폭력적, 선정적 장면 등, ‘대중적이지 않는’이라는 수식어도 함께 따라붙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방영 중인 <경이로운 소문>은 OCN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를 깨뜨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경이로운 소문>은 OCN드라마 최초로 두 자리 수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귀신을 보거나 악귀를 물리치는 이야기는 많았다. OCN에서도 <빙의>, <처용>, <작은 신의 아이들>, <손the guest>등 주로 공포, 스릴러 드라마를 선보인바 있다. 이런 드라마들은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또는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퇴마사 스토리가 중심이었다. 퇴마 스토리는 한 명의 특별한 인물이 퇴마사로 등장하여, 악령을 잠재우거나, 억울함을 풀어주는 등 해원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또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열쇠로 귀신을 부리는 퇴마사의 능력이 발휘되곤 한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도 악귀를 물리친다는 점에서, 퇴마 이야기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기존의 귀신(악귀)을 물리치는 퇴마사의 이야기와 다른 점들이 발견된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천상의 세계, 융에서 도망쳐서 인간의 육체에 숨어사는 악귀를 잡는 다섯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자신이 지닌 초능력을 통해, 인간 세상에 돌아다니며 악을 행하는 악귀를 퇴치한다는 점에서 퇴마사이다. 또한 단순히 악귀를 퇴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악귀에 사로잡혀 있던 영혼들을 천상의 융으로 소환 시킨다는 점에서 저승사자와 비슷하기도 하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눈여겨 볼 점은 다섯 명 초능력자들의 활동이 악귀 퇴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악귀를 소멸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다섯 명의 초능력자들은 국수집을 운영하거나 회사 CEO이거나 고등학생으로, 현실세계에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악귀보다 더 악한 인간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는 추악한 욕망을 가진 인간을 선호하고, 그들에 의해 더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천상의 세계로부터 선택받은 다섯 명의 초능력자들이 악귀를 퇴치하는 것은 현실 세계의 일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을 일삼는 추악한 인간들로부터,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아야만 악귀를 완전히 소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다섯 명의 초능력자들은 비현실적 존재, 악귀를 상대하는 퇴마사이기도 하지만 부조리한 현실 세계의 악인을 처벌하는 히어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이로운 소문>은 다섯 명의 인물들에게 ‘카운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였다. 카운터는 게임에서 상대의 전략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맞대응 전략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뜻한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는 일정한 힘과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 현실에서 악인들이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들을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악귀 또는 악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카운터의 맞대응 전략 능력이 필요하다.

출처: OCN'경이로운 소문' 드라마
출처: OCN'경이로운 소문' 홈페이지

선택받은 자, 감당해야 할 일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는 현실세계와 천상세계를 오고갈 수 있다는 점,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고 인간이 가지지 못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존재이다. 그들은 천상의 융의 선택을 받은 존재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카운터는 코마상태에 빠져 있던 중, 융의 선택을 받아, 다시 생명을 얻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죽음 직전, 카운터로 활동할 것에 동의한 후,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지상으로 복귀한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소문(조병규)을 제외한 카운터들은 각각 과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고, 죽음에 이르는 사건으로 인해, 코마 상태 있었다. 카운터가 된 조건은 뚜렷하게 나타나 있지 않지만, 대략 그들의 공통점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거나 인간애가 강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경찰 출신 가모탁(유준상), 경제적 빈곤에 의해 동반자살을 선택한 가족 중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도하나(김세정), 아들에 대한 모정이 강한 추매옥(염혜란), 의문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먼저 떠나보내고 조부모의 사랑으로 따듯한 아이로 성장한 소문(조병규) 등 그들은 모두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타인을 탓하거나 자기애에 빠져있는 이기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기에, 상처받거나 곤경에 처하게 된 인물이다. 그러므로 카운터들은 같은 목적을 향해 타인과 타협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가졌다.(비극적 가족사를 공유하기 거부했던 도하나 역시 조금씩 자신을 열어놓고 상처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경이로운 소문>의 카운터들은 융으로부터 개인의 사연과 특성에 맞는 초능력을 부여받았다. 부패한 세력과 맞섰던 경찰 출신 가모탁은 강한 괴력을 가졌고, 가족에 대한 기억에 얽매여 있는 도하나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뛰어나다. 아들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추매옥은 다친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자이다. 특별한 사연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최장물(안석환)은 현실세계에서 카운터들이 필요한 자금을 충족시켜주는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카운터 중에서 융의 위겐에게 특별히 선택을 받은, 소문은 카운터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융의 땅을 불러내는 능력이 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에게 주어진 초능력은 몇 가지 중요한 조건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의 초능력은 악귀 이외의 평범한 인간에게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초능력을 활용하여 현실 세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초능력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으로 현실 그 이상의 것을 말한다. 현실 세계인 지상과 비현실 세계 천상의 융에서 활동하는 카운터는 자신의 능력을 상황과 상대에 맞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선한 결과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카운터의 특별한 능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권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카운터의 개인적 감정에 의한 주관적 판단이나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적합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자신을 절제하고 단련하는 자기 수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는 멤버들과 힘을 합할 때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여 3단계 이상의 강한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 그러므로 카운터의 자기 수련 과정은 개인 성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출처: OCN'경이로운 소문'드라마
출처: OCN'경이로운 소문'홈페이지

초능력, 그 이상의 힘

  <경이로운 소문>은 분명 초능력을 가진, 악귀(악인) 잡는 히어로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물이다. 지상의 질서에 관여하는 천상의 융, 카운터를 선택하고 악귀를 소환하는 권한을 가진 천상 등 비현실적 세계와 능력을 그리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이 매력적인 것은 악귀와 맞서는 카운터의 초능력이며, 부패한 현실세계의 악인들을 물리치는 통쾌함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드라마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다양한 지점들이 발견된다. 그 중 한 가지는 드라마의 제목 <경이로운 소문>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인물 ‘소문’에 관련되어 있다. 소문은 코마에 빠져 있다가 선택된 다른 카운터들과 다르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융의 선택을 받았다. 소문은 코마에 빠져있지 않았을 뿐이지, 그의 삶은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는 어린나이에 교통사고로 위장한 부모님의 살인 현장에서 혼자 살아남았다. 그 상처는 소문에게 실어증을 경험하게 했고 한쪽 다리의 장애를 남겼다. 조부모의 사랑으로 정의롭고 따듯한 아이로 성장했지만, 소문은 힘을 가진 이들이 장악한 학교의 폭력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므로 소문이 카운터 자격을 얻은 초기, 강해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대응하거나 그들은 처벌하는 행위는 충분히 정당해보인다. 이는 가해자들에게 괴롭힘 당하던 약한 친구들 편에서 카운터의 능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개인적 사연으로 인해 스스로의 감정이 개입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 안에 소문을 던져놓는다. 소문은 눈앞에 펼쳐진 불합리한 상황에 분노가 폭발하여 융의 땅을 부르는 능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멤버들과 분리되어 개별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절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문은 카운터 자격을 박탈당한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 자격이 박탈되었던 소문이 다시 카운터로 복귀된 이유는 그가 자신의 능력을 어떤 상황에서 발휘해야하는 것인지, 그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악의 완전체가 된 지청신(이홍내)을 잡기 위해서는 소문의 능력, 즉 융의 땅을 부르는 카운터의 능력이 필요하다. 카운터 박탈/복귀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소문은 융의 땅을 부르는 것은, 분노나 복수의 감정이 아닌,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간절하고 진실된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이로운 소문>은 소문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스스로의 역할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서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고등학생 소문의 성장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 각각의 상처를 가진 카운터들이 서로에게 부여받은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은 단지 소문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운터 능력이 약한 사람들 위해 가장 적절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사용되려면, 각 멤버간의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를 퇴치하는 이야기이면서, 세상의 진정한 히어로들이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글·문선영(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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