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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 우리는 곧 음악이 된다 - <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⓶
음악의 힘, 우리는 곧 음악이 된다 - <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⓶
  • 김다정
  • 승인 2021.04.06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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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음악편 독자 리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자매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 3호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

뾰족한 가위의 형체를 띈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사람들과 그들을 향해 음자리표와 음표를 던지고, 조명을 쏘는, 음악으로 그들을 무찌르기라도 하려는 듯한 사람들.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 표지에 그려진 그림은 표지 속에 담긴 글들을 그대로 그려낸다.

1부부터 4부까지에 걸쳐 다양한 음악 장르와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직, 사랑과 저항 사이』는 우리의 삶에 있어 음악이 얼마나 웅대한 의미인지, 우리가 얼마나 ‘음악적 존재’인지 말한다.

 

음악 속의 감정은 소통의 열쇠가 된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3호 11쪽

 

“음악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뒤흔든다.
악보의 음계는 인간의 미세한 감정들을 복받치듯이 끌어올리기도 하고,
땅이 꺼지듯이 끌어내리기도 한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의 말처럼,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부르거나 같은 함성을 지르거나,같은 동작을 할 때
사회적, 종교적 집단성이 강화되고,집합적 감성이 발현된다.”

( '책을 내며' 中, 11쪽)

 

음악은 그 자체로 자유를 상징하기도 억압이 되기도, 사람들을 결집하기도 배제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음악의 힘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정체성을 찾고, 치유를 받으며 교감한다.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음악은 소통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의 뮤지션들이 다른 나라에서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인 <비긴 어게인>을 보면 온통 한국어뿐인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눈물 흘리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적어도 노래 가사는 아닐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음악의 힘은 곧 음악을 하는 사람,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마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노랫말의 음악이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노랫말을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전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3호 197쪽

감정이다. 음악에는 감정이 담겨있다. 그래서 음악은 누가, 언제, 어떻게 연주하고 부르는지에 따라 전해지는 바가 달라진다. 가령, 이화여자대학교(이대) 학생들이 불렀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와 <소녀시대>가 무대에서 부르는 ‘다시 만난 세계’가 전달하는 감정의 재질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억압과 부조리에 대항하는 ‘정의’와 ‘저항’, 그리고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컨트리 뮤직>은 남부 백인 서민의 목소리에서 애국주의의 상징이 되고, 그룹 <퀸>이 그들의 음악으로 두려움 속 사랑과 저항을 노래했으며 <BTS> 의 음악이 곧 청춘의 목소리가 되었듯 음악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뚜렷한 가치들을 담는다.

음악에 담긴 감정과 상징을 전달하는 건 멜로디라고 생각하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멜로디가 아니어도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우리가 종종 음악의 멜로디보다 ‘비트’에 먼저 반응하며 음악을 즐기곤 하는 것처럼 음악의 진동은 그 자체로 음악이 가진 또 다른 힘이다. 노랫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멜로디를 듣지 못해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진동은 음악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꾸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 3호 43쪽

“음악은 적어도 무기와 갱단에서 떨어져 사는 사람들에게
덜 가난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첩경이다.”

(댄스홀, 가난 벗기 위한 자메이카 뮤지션들의 꿈의 연대기 中, 43쪽)

 

음악의 장르마다 다른 진동의 크기와 폭은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에서 각기 다른 느낌을 느끼게 해준다. 현악기와 타악기의 진동이 다르게 다가오고, 록과 어쿠스틱 장르가 주는 느낌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주요 정치무대에 다른 음악 장르가 아닌 록이 빠지지 않았던 이유에 록의 강렬한 진동이 큰 몫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록 특유의 진동은 우리를 압도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록은 특히 자유와 저항을 상징한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부조리한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목소리가 필요하고, 록이라는 장르는 그런 목소리를 충분히 표현해낸다.

음악은 때로 우리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우리가 노래하는 순간 노래에는 우리의 의도가 그대로 투영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삶 속 음악은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음악을 듣고 느끼고 향유하는 것은 우리가 조금 덜 불행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흔하지만 가장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글 · 김다정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4학년. 치열하게 살면서도 최선을 다해 여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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