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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타살, 국가가 죽인 군인
사회적 타살, 국가가 죽인 군인
  • 박서윤, 안치용, 노수빈 기자
  • 승인 2021.05.10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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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죽음, 역사의 눈물] ㉘ 변희수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꼭 살아남아서 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지를 통해 이 문장을 남긴 23살 청년은 그 편지를 쓰고 1년이 지난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년을 충성한 군에서 성 정체성을 이유로 쫓겨나고 사회에서 거부당한 청년 변희수. 대한민국은 그에게 죽음이라는 선택지만을 제시했다.

 

트랜스젠더와 젠더 디스포리아

흔히 ‘성별 불쾌감’으로 번역되는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는 신체적 성별과 개인의 성 정체성인 젠더가 불일치하는 상태를 말하며 소아기, 청소년기, 성인기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트랜스젠더는 성별 불쾌감을 겪는 사람이다. 2020년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약 70%의 트랜스젠더는 젠더 디스포리아를 7세 경에 처음 느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의학 정보 및 참고자료인 ‘MSD 매뉴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상태와 그 외 의사의 평가에 기반해 ‘젠더 디스포리아’ 진단을 내린다.

 

1. 자신의 해부학적인 성별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생각한 기간이 6개월 이상임

2. 이러한 생각 때문에 심하게 고통스러워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음

 

2016년 육군 하사로 입대한 변희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젠더 디스포리아’ 상태를 겪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변희수는‘신께서 내 몸을 만들 때 실수한 건 아닐까, 아니면 전생에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들이 생긴 걸까’ 등의 생각에 시달리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초등학생 때는 아파트 옥상을 올려다보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매일 들 정도였다. 어느 날 변희수는 이런 몸으로 태어난 자신을 의미 있는 일에 희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변희수 하사 긴급 기자회견 당시 / ⓒ군인권센터
변희수 하사 긴급 기자회견 당시 / ⓒ군인권센터

 

이런 열망을 시작으로 중학생 때는 독도와 관련한 일본 규탄 집회에 참여하는 등 청소년 사회단체 활동을 하며 꿈을 하나씩 구체화하였다. 여느 또래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진로를 고민하던 중학생 변희수는 여러 활동을 통해 애국심을 키웠고, 어느새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확고한 진로 희망이 생겼다. 변희수의 중학교 생활기록부 장래 희망란에는 ‘군인’이 적혀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왕 이렇게 태어난 내 몸, 기왕이면 의미 있는 곳에 이 한 몸 희생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고민 끝에 나의 조국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일을 하자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렇게 군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꿈을 이루기 위해 변희수는 부사관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렇게 남들보다 빠르게 군인의 꿈을 키운 건 그의 성 정체성 혼란과 연관이 있었다. 변희수는 “군대라는 집단에 속하게 된다면 집단적 규율 속에서 허튼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에게 군대는 꿈을 실현하는 곳일 뿐 아니라, ‘올바른’ 성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믿은 공간이었다.

여전한 정체성 혼란 속에서 20살 변희수는 2017년에 40:1의 경쟁률을 뚫고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그러나 변희수의 믿음과 달리, 그는 군대에서도 지속해서 성별 불쾌감을 느끼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고 그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갔다. 결국 우울증 증세가 점점 심각해져 오랜 꿈이었던 군 복무를 더 할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MSD 매뉴얼에 따르면 성별 불쾌감은 불안, 우울증, 과민성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고통이 동반되는 원인을 사회적 낙인과 사회의 부당한 대우 때문으로 판단한다. MSD 매뉴얼과 미국 심리학회는 성별 불쾌감에 따른 부정적 감정의 치료법으로 심리 상담, 호르몬 치료, 성별 정정 과정 등을 제시한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울증 증세로 변희수는 국군수도병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2019년 6월 같은 병원에서 ‘젠더 디스포리아’ 진단을 받았다. 변희수는 군 생활 중 커밍아웃을 할 생각이 없었으나, 그의 담당 간호장교는 소속 부대에 성 정체성을 밝힐 것을 추천했다. 우울증이 심화하여 수도병원 폐쇄병동에 입실했을 때였다.

성별 불쾌감 진단을 받은 지 두 달 후인 같은 해 8월, 변희수는 폐쇄병동을 퇴원하기 직전에 면회 온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커밍아웃했다. 우려와 달리 그의 소속 부대는 현역 부적합심의를 진행하기보다 군인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변희수의 결정을 응원해주었다.

 

“제 주특기인 전차 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19년도 초반 소속 대대 하사 중 유일하게 ‘전차 조종’ A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직이 참모부서 담당으로 변경된 후에도 참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공군 참모총장 상장을 받는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 변희수의 기자회견 중

 

폐쇄 병동 퇴원 후 변희수는 성별 불쾌감을 동반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도병원에서 정신과 상담과 호르몬 요법을 병행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 요법에 한계를 느껴 그는 성별 정정 수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트랜스젠더는 심리적 성별 정정과 신체적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 심리적 성별 정정은 커밍아웃하거나, 이름을 바꾸는 등으로 정체화를 하는 것이고 신체적 성별 정정은 ‘성 확정’(성전환) 수술을 받는 것이다. 신체적 성별 정정을 받은 트랜스젠더들을 ‘트랜스 섹슈얼’이라고 부른다.

변희수의 소속 대대는 신체적 성별 정정 결정을 응원해주었고 2019년 10월 8일, 성 확정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 허가를 승인해주었다. 2019년 11월 26일 군의 승인 아래 태국으로 떠난 변희수는 3일 후 11월 29일 성 확정 수술을 받았고, 12월 20일에 정상 복귀하여 한국군 최초의 트랜스젠더 부사관이 되었다.

 

군은 알고 있었다

변희수는 소속 부대의 지지를 받으며 성 확정 수술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019년 12월 23일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절차에 따라 국군수도병원은 변희수의 심신장애 정도를 조사하고 판정하기 위한 의무조사를 진행했다. 의무조사는 현역으로 복무 중인 군인의 신체에 변화가 있을 때 자동으로 실시되며 이후 전역 심사위원회에서 해당 군인이 군 복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추가로 심사한다.

국군수도병원은 변희수에게 남성의 심신장애 기준을 적용하며 ‘양측성 고환 결손’, ‘완전 귀두부 상실 및 음성발기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육군본부에 보고했다.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육군본부는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 53조 제1항의 2호에 따라 변희수를 전역 심사위원회에 회부했고 심사일은 2020년 1월 22일로 결정됐다.

2019년 12월 26일 청주지방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한 변희수는 2020년 1월 16일 육군참모총장에게 해당 지방법원의 등록부 정정 허가신청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전역 심사위원회 심사일 연기를 신청했다. 육군은 1월 20일 연기 신청을 반려하며 심사일을 유지한다고 답변했다.

변희수는 답변을 받은 그날 인권위원회에 진정서와 함께 부당한 전역심사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진정의 취지는 “성 확정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별 정정신청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성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신장애 기준을 적용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한 전역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것이었다.

당시 인권위는 사안의 긴급성을 인정하여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1월 21일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과 성별 정정신청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변희수 하사를 남성으로 규정하여 심신장애로 전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육군본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육군은 예정대로 1월 22일 전역 심사를 강행했다.

이런 사태에도 변희수는 군에 복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담당 군의관이 자신에게 성 확정 수술을 권유한 순간부터 그는 모든 사안을 부대에 보고해서 승인받았기 때문이다. 여단장에게 수술과 치료 일정이 명시된 사적 국외여행 계획을 보고해서 군단장의 승인을 받았고 군단장은 변희수와 관련된 상황을 육군 참모총장에게 대면보고까지 했다. 모든 보고가 승인되었고, 변희수는 아무 문제 없이 수술을 받으러 출국했다.

성전환 수술 후에 변희수의 소속 대대는 그의 (계속)복무를 상급 부대인 군단에 권유했고 군단에서도 역시 육군본부에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 즉 육군은 변희수가 성별 정정을 고민하는 상황을 알았고 그의 성별 정정 과정 전반을 승인했다. 변희수의 소속 부대 또한 그가 수술 이후에 복무하기를 희망했다.
 

변희수 하사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 당시 / ⓒ군인권센터
변희수 하사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 당시 / ⓒ군인권센터

 

그러나 대한민국 군대는 2020년 1월 22일 변희수를 강제로 전역 처분했다. 전역 일자는 같은 날(22일) 24시였다. 변희수는 다음 날인 23일 입원 중인 국군수도병원에서 퇴원할 예정이었다. 전역 처분일부터 최대 3개월까지 여유를 두고 전역 일자를 정하는 상례와 달리 군은, 소속 부대 전우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할 시간도 주지 않고 변희수를 병원 퇴원과 동시에 집으로 가도록 조치했다.

전역 처분 이유는 군인사법 37조 1항 1호에 의거하여,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가 음경‧고환 결손의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하므로 현역 복무가 부적합한 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에 따르면, ‘음경 훼손’과 ‘고환 적출’은 각각 5급 장애이고, 5급 장애가 두 개면 심신장애 3등급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에서 성 확정 수술 여부와 무관하게 “트랜스젠더는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군은 비수술 트랜스젠더에 관한 인식이 없을뿐더러 변희수처럼 수술을 택한 트랜스젠더(트랜스 섹슈얼)에 대해서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자’로 판단한다.

변희수는 전역 심사위로 출발할 때에 성전환 수술의 모든 단계에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그저 형식상의 절차일 것으로 생각하며 “육군을 믿었다.” 또한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에 따르면 군인은 국군수도병원에 의해 심신장애가 있다고 판정된다 해도 무조건 전역하지 않는다. 해당 법규에 따르면 군인은 심신장애에도 불구하고 현역 복무를 원할 경우, 전역 심사위원회의 추가 심사 단계에서 규칙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건강 상태 등을 심의하여 현역으로 복무하게 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팀장은 “전역 심사위원회는 국군수도병원의 진단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증언 및 본인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 전역 판정을 내려야 하지만 변희수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전역 심사위원회는 단지 ‘심신장애’만을 이유로 전역 처분했다 ”고 말했다.

변희수는 전역 처분을 당한 1월 22일 오후 4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이름과 얼굴을 밝히며 군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별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동시에 “모든 성 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육군에 돌아갈 그 날까지 싸울 것”이라 말했다. 함께 근무한 동기들을 비롯한 선후배들의 안타까움이 담긴 위로와 격려의 연락은 변희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나 하나가 희생된다면…. 60만 군인 중 저와 같은 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그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변희수의 기자회견 중

 

2월 10일 변희수는 법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했다. 법률 관계상 변희수를 남성으로 근거해서 내린 1월 22일 전역 처분은 위법하고 더는 효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2월 18일 변희수는 육군본부에 전역 결정을 다시 심사해달라고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인사소청을 냈다. 인사소청은 전역 등의 처분이 부당할 때 심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군인사법 시행령은 소청장을 접수한 날부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30일 이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육군은 약 5달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7월 3일에 변희수가 제기한 ‘전역처분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육군본부는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가 전역 처분의 위법성 여부를 면밀히 심의했지만 2020년 1월의 ‘전역처분’은 현행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으므로 전역처분의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사소청을 끝으로 변희수는 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했다. 그는 군이 아닌 민간사회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같은 해 8월 11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하여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습니다.” 라는 변희수의 믿음을 군은 마지막까지 져버렸다.
 

 

성 소수자의 거부된 일상

변희수가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직후인 2020년 1월 30일 숙명여대는 당시 23살 트랜스젠더 A 씨가 2020년 신입학전형을 통해 법과대학에 최종합격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일부 구성원의 극심한 반대로 2월 7일 입학을 포기했다. 비슷한 시기에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꿈을 거부당한 두 명의 23살 청년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고통을 달랬다.

 

“만약 이러한 일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하는 가정은 저에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 둘이 한 일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아직 사회는 저희의 평범한 일상을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슬프고 힘든 일이지만 지금이 아니었다면 미래에 누군가 겪었을 일이고, 또 똑같이 상처받았을 일입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미래에 다른 분들이 저희의 평범한 일상을 돌려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계속 내주시기를 희망하면서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법학도 지망생 A 씨의 편지 중

 

2017년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와 2019년 해군 헌병대의 동성애자 색출 수사 등의 사건에서 성 소수자를 대하는 군대와 한국 사회 전반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당시 문제시된 군형법 제92조 6항은 여전히 폐지되지 않았다.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군형법은 성 소수자 군인을 성범죄자와 동일선상에 놓은 구시대적 법안이다.

2008년 군대에 입대한 시각예술활동가 강제람은 BBC와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군내에서 아우팅을 당한 후 퀴어라는 이유로 관심병사를 표시하는 노란색 스마일 라벨을 군복에 붙여야 했다”고 말했다. 결국 군 정신병원에 입원한 제람은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및 자아 이질적 동성애로 인한 병역 부적합’이라는 사유로 조기 전역당했다.

2006년 트랜스젠더 남성에 대한 징병검사 과정에서 하체 상태를 직접 봐야 한다며 바지를 내리게 한 인권침해 사건은 군의 폭력적인 대처를 보여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의 인격권 침해를 인정하며 구제를 권고했다. 많은 소송 후에야 병무청은, 정신과 진단과 6개월 이상의 호르몬 요법을 받으면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트랜스젠더의 군 생활을 철저히 금지한 대한민국 군대는 군 내에서 정체화하거나 성 확정 수술을 한 이들에 관한 규정은 마련조차 하지 않았다.

8월 11일 변희수는 인사소청 결과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23개 단체)’와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변호인단(29인)’은 ‘열린사회재단(OSF)’의 공익 지원을 통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유엔 변희수 하사 전역 관련 혐의 국문 서한 / ⓒ군인권센터
유엔 변희수 하사 전역 관련 혐의 국문 서한 / ⓒ군인권센터
유엔 변희수 하사 전역 관련 혐의 영문 서한  / ⓒ군인권센터
유엔 변희수 하사 전역 관련 혐의 영문 서한 / ⓒ군인권센터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 앞으로 보낸 변희수에 관한 서한을 2020년 9월 27일 공개했다. 서한은 대한민국 육군이 변희수 하사의 남성 성기 제거를 장애로 고려하였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였고, 성 다양성을 병리로 구분하는 것이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제11판’에 배치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변희수 하사의 전역 처분이 국제인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송이 장기화할 때 변희수의 직업 안정성뿐만 아니라 생계가 위험에 빠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에 60일 이내로 답변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확인되지 않자 이 서한을 공개했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변희수 하사의 부당한 전역 조치의 즉각 중단, 재발 방지를 위한 잠정 조치,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조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서한 공개 후 한국 정부는 “변 하사의 전역은 법률에 의거한 적법 처분이며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변 하사의 군 복무가 허용된다면 한국군의 작전, 임무 수행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것이 군대에 어떤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라며 트랜스젠더 군 복무 및 입대를 허용한 것과는 대비된다.

 

성수자 혐오 차별 근절과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 / ⓒ군인권센터
성수자 혐오 차별 근절과 인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 / ⓒ군인권센터

 

2020년 12월 14일 국가인권위는 제20차 전원위원회에서 변희수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이 인권침해가 맞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육군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를 넘기고 행정소송을 제출한 지 7개월이 지난 2021년 2월 10일 대전지법은 같은 해 4월 15일에 첫 변론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2월 28일은 변희수가 강제 전역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마주했을 정상 전역일이다. 변희수는 이날을 끝으로 세상과 연락을 끊었다. 2021년 3월 3일 군인으로 살고자 한 24살 청년 변희수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살아내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변희수 죽음 당일 군은 ‘민간인’의 죽음이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인권단체들은 부당한 강제전역은 따를 필요가 없으니 변희수가 군인이라고 맞섰다. 유가족은 변희수를 군인으로 복직시키는 행정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성 소수자의 4분의 1은 자살을 시도하며, 성 소수자 차별이 심한 지역에 사는 성 소수자의 수명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12년이나 짧다. 한국은 아직 성 정체성에 관한 국가 설문조사나 성인 인구 중 트랜스젠더 비중에 관한 조사와 같은 국가 단위 성 소수자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2021년 2월 18일 열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어느 서울시장 예비 후보는 ‘퀴어 축제를 거부할 권리’를 운운했다. 며칠 뒤 성 소수자 운동 활동가 김기홍(38)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희수의 사망 열흘 전의 일이다.

김기홍이 남긴 마지막 글은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였다. 그는 자살 1년 전인 2020년 2월 변희수와 법학도 A 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숙명여대 법학과 합격자 A 님, 변희수 하사님, 함께 살아갑시다. 살아내지 않고 그냥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작년에 두 친구를 떠나보냈고, 또 다른 여러 친구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중 한 친구가 ‘성소수자랑 장애인 취업 못 하지 않게’ 노력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저는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그 소원을 들어주고 제 다른 친구들도 지키려면 많은 분이 일상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분도 지키고 싶습니다.”

 

 

박서윤ㆍ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3학년 재학. 지나치게 감성적인 탓에 이성적인 사람을 동경하지만, 정작 팍팍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이도 저도 못하는 중이다.

안치용ㆍ청년협동조합지속가능바람 이사장. 사회책임과 지속가능성 의제화와 영화ㆍ문학ㆍ신학 공부가 관심사다. 바람저널리스트들과 ‘청년의죽음역사의눈물’을 함께 진행한다.

노수빈ㆍ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며 무엇이든 읽고 보고 쓰는 것에 열심이다.

 

 

참고문헌

 

1) 변희수, 법학도 지망생 A, “[전문] 변희수 하사와 숙대 합격생이 서로에게 쓴 손편지”, <한겨레>, 2020.03.17

2) Maurice Garcia, Most Gender Dysphoria Established by Age 7, Study Finds, <Cedars Sinai>, 2020.06.16

3) George R. Brown, 성 주체성 불쾌증과 성전환증, MSD 매뉴얼 일반인용, 2019.08.19

4) 임태훈, 17-500589, 트랜스젠더 A하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당사자발언문 포함), 군인권센터, 2020

4) Jack Turban,What Is Gender Dysphoria?, American Psychiatry Association, 2020,11

5) 군인권센터 2020.01.20일 진정서

6)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국가가 인정한 인권침해, 트랜스젠더 강제 전역, 참여연대, 2021.02.01

7)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변희수는 반드시 군으로 돌아갈 것이다, 군인권센터, 2020.01.22.

8) 손희정, “[지금, 여기]A하사와 함께 질문하자, <경향신문>, 2020.01.19.

9) 박선우, “변희수 하사, 고의로 심신장애 초래” vs “전역처분, 구속력 없어”, <시사인>, 2021.04.15.

10)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임태훈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 행정법원에서 다툴 것, 2020.01.23..

11) 김민제, 성전환변희수 하사, 육군에 인사소청강제전역 부당”, <한겨레>, 2020.02.19.

12)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21개 단체) / 공동변호인단 (24),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부당 전역, 사법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2020.08.11.

13) 박한희,군과 트랜스젠더 인권 군은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2020.02

14)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유엔,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은 국제인권법 위반’, 군인권센터, 2020.09.29

15) 이재림, 변희수 전 하사 '성전환 전역 취소 소송' 4월 첫 변론, <연합뉴스>, 2021.02.10

16) 김기홍,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대 합격생 A에게 보내는 연대 편지 "살고자 하는 모습으로 살아주세요", <경향신문>, 2020.02.06.

17) 박태훈, 임태훈 "변희수 세상 뜬 228일은 전역 예정일정상적이었다면", <뉴스1>, 2021.03.08

18) 고승우, 성 소수자 차별이 그들을 죽인다, <프레시안>, 2018.04.30

19) 양지혜, [팩트체크] 성소수자 자살률에 대한 국내 통계는 없다, <스냅타임>,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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