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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전 지구적 비극에서 사적 복수까지: <좋은 빛, 좋은 공기>에서 <아들의 이름으로>까지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전 지구적 비극에서 사적 복수까지: <좋은 빛, 좋은 공기>에서 <아들의 이름으로>까지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1.05.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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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5.18민주화운동 41주기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진상이 규명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의 고백과 사과도 있었다. 북한군 투입설에 대한 또 다른 고백도 나왔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식적인 차원으로 밝혀내야 할 것도, 책임 물을 것도 아직은 많다. 

그래서 여러 시도와 노력이 진행 중이고, 그중에는 영화도 포함된다. 그동안 5.18을 담아낸 영화들은 꾸준히 만들어졌고, 지금 2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다. 오늘은 <좋은 빛, 좋은 공기>(임흥순, 2020)가 소환하는 영화들을 거쳐 <아들의 이름으로>(이정국, 2020)에 이르는 느슨한 영화 잇기를 해볼까 한다. 5.18을 담아낸 영화의 노력을 엿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 <좋은 빛, 좋은 공기>, <오월애>, 시민군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1980년 5월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담아냈다. 지구 반대편 두 도시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비극이 일어났다.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실종됐고, 현재까지도 아픔은 지속되어 진상 규명, 실종자 수색 등이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 지구적 비극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오월애>(김태일, 2011)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처 몰랐던 과거와 현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픔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당시 주먹밥을 만들고, 시민군이 탄 버스를 운전했던 사람들의 당시 이야기와 그동안의 사연은 5.18이 그저 과거의 아픔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김사복

시민군의 모습을 담아낸 또 다른 영화로는 <화려한 휴가>(김지훈, 2007)가 있다. 5.18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대규모 극영화라 할 수 있는데, 택시운전사(김상경), 간호사(이요원), 학생(이준기), 퇴역 군인(안성기) 등 당시 광주 시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5.18을 다룬 영화들이 검열당하거나, 상영 금지당했던 1990년대를 지나, 검열이 사라지고, 정권이 바뀌고, 5.18 진상 규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대 변화의 결과기도 했다. <화려한 휴가>는 685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2007년 박스오피스에서 <디워>와 <트랜스포머>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흥행 성적도 기록했다.

 

5.18을 다룬 영화에서 택시운전사가 주인공인 영화는 한 편 더 있다.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7년 최고의 흥행작에 오른 <택시운전사>(장훈, 2017)는 당시 광주를 서울에서 온 택시운전사 김사복(송강호)과 독일에서 온 기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시선에서 담아낸다. 철저하게 고립된 광주를 언론이 다루는 방식도 목격할 수 있다. 결국 힌츠페터를 비롯해 당시 목숨을 걸고 카메라를 들었던 이들이 촬영해 낸 동영상과 사진 등은 1987년을 이끌어냈고, 잊힐 뻔했던 역사의 증거가 되었다.

<택시운전사> 개봉 직후, 많은 사람들이 김사복을 찾고 싶어 했다. SNS에는 김사복의 아들이라는 이의 글이 올라왔고, 이후 사실로 확인됐다. 김사복은 1984년 지병으로 사망해, 그를 통해 당시 얘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으나, 가족들이 기억하는 이야기, 故 김사복과 故 힌츠페터 기자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공개됐다. 

 

- <김군>, <26년>, 사적 복수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강상우, 2019)은 5.18 당시 사진 속 인물을 찾아 나선다. 누군가는 김군으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북한특수군 ‘제1광수’라고 지명한 인물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5.18 당시 긴박했던 상황, 시민군 활동 등을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가 계엄군의 총에 사망한 시민군 김군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5.18은 1980년대 당시부터 현재까지 왜곡된 정보가 난무한다. 누군가는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진실을 덮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4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실을 규명 중이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적 복수를 시도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도 만들어졌다. 강풀 원작 영화 <26년>(조근현, 2012)에서 5.18 희생자 2세인 조폭 중간보스 진배(진구), 국가대표 사격선수 미진(한혜진), 경찰 정혁(임슬옹)이 극비 프로젝트를 펼친다. 바로 연희동 ‘그 사람’을 살해하려는 것이다.

 

- <아들의 이름으로>

그리고 또 한편의 복수극 <아들의 이름으로>가 상영 중이다. <화려한 휴가>에서 퇴역 군인 흥수를 연기했던 안성기가 이번에도 퇴역 군인 채근을 연기했다. 다만 <화려한 휴가>에서는 5.18 당시 시민군의 리더였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지금까지 죄책감을 떨칠 수 없는 채근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하고, “역사가 평가할 거야!”라며 반성 없이 살아가는 당시 책임자 기준(박근형)에게 접근한다.

 

5.18을 다룬 영화는 전 지구적 비극으로까지 시선 확대, 역사 기록, 팩트 체크 등을 목적으로 시민, 시민군, 기자, 택시운전사 등을 통해 5.18을 담아 왔다. 현재를 배경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사적 복수에 나선 이야기도 그려냈다. 5.18을 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나 TV 프로그램, 단편 영화 등까지 범위를 넓히면 더 다양한 시도들을 발견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공식적인 차원의 진상 규명이 명백하게 완료되고, 적절한 처벌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영화적 기록과 상상력의 결과물도 지속해서 나와 주길 바란다. 다큐멘터리 영화든 극영화든, 영화는 역사를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5.18은 더더욱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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