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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운동권 투사가 정년퇴직 후에 시작한 일들
'과격' 운동권 투사가 정년퇴직 후에 시작한 일들
  • 안치용, 최승리기자
  • 승인 2021.08.28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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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ESG시민혁명] 생활ESG행동 조준호 상임공동대표
조준호 생활ESG행동 상임공동대표

 

“평생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운동에 바쳤습니다. 이제 인생의 세 번째 운동이자 결산으로 생활ESG를 붙들고 씨름하고자 합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새만금과 생활ESG'라는 주제로 열린 생활ESG행동 라운드테이블에서 조준호 생활ESG행동(ESGAction) 상임공동대표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조 상임대표는 민주노총 위원장, 진보정의당 대표를 지낸 대표적인 진보진영 시민사회운동가로 부친은 통일운동가로 유명한 조용술 목사. 29일 생활ESG행동 전진대회와 함께 조 대표의 임기가 시작한다.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박은철 생활ESG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과격' 운동권 투사의 생활ESG운동 투신

 

안치용(이하 안) = "현대사의 격렬한 흐름에 몸을 던져 운동한 것으로 안다. 이번에 생활ESG행동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새로운 방식의 운동에 도전한다. 계기가 있는가."

조준호(이하 조) = "처음 20대에 운동을 시작할 때 빈민 운동을 염두에 두었다. 이론적으로 정립이 안 되어서 고생했다. 군대에 있을 때 12·12사태, 5·18항쟁이 있었다. 역사의 현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 의식이 생겼다. 고민 끝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노동운동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제대하자마자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때는 노동환경이 열악했고 법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운동이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절박함과 지금 환경 위기의 절박함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ESG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평생 '과격한' 운동권으로 살았다. 생활ESG운동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다소 온건한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살아온 삶의 궤적과 맞는가."

= "노동운동을 시작할 때 현장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구속되고, 해고되고, 수배되는 과정을 겪을 때나 당 대표를 하고 있을 때나 항상 현장을 고민했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갈 생각을 했고, 환경운동을 할지 진보정당 운동을 계속할지 고민했다.

고향의 시급한 현안으로 새만금이 눈에 들어와 새만금 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에 투신했다. 새만금 또한 ESG운동의 공간으로 생활ESG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정년퇴직 한 지 3년이 지났다. 이제 노동자로나 노동운동가로나 현장을 떠난 셈이고, 생활ESG라는 새로운 현장으로 옮아가는 중이다."

= "운동의 기조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도 한다."

= "과거에 진보적 가치를 지녔던 운동이 후대에 이르러 진보적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많이 언급되는 다산 선생님의 사상이 당시에는 진보적이었지만 지금의 관점에서는 보수적인 부분도 있다. 끊임없이 개혁하지 않으면 사회운동은 굳어지고 화석화한다. 보수화·반동화·기득권화가 이렇게 일어난다. 과거 민주화 운동 때의 투옥 경험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지금 그것이 프리패스로 사용 되어선 안 된다. 나이와 무관하게 생각과 실천을 개혁해야 한다."

= "새만금 운동이 생활ESG행동에 참여하게 된 디딤돌이 되었다고 들었다."

= "새만금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6년 군산에서 정의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다. 1991년 노태우 정권 때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정치인들의 선거에 이용되면서 당장 실리콘밸리, 라스베이거스, 두바이 같은 도시가 건설될 것처럼 도민들을 현혹했다. 새만금 사업으로 물은 1급수에서 5급수로 바뀌었고, 그 사이 토건업자의 배만 불렸다. 새만금 사업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 문제를 도민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새만금도민회의를 시작했다."

 

새만금과 생활ESG행동

 

= "새만금도민회의에서 어떤 운동을 펼쳤나."

= “새만금도민회의에서 3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해수유통으로 물의 흐름을 트자고 했다. 군산에는 금강 등 3개의 강이 흐르는데 방조제가 강이 바다로 흐르는 것을 막았고, 이 때문에 물이 오염됐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쌓고 인공 호수를 만들면서 수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두 번째로는 마스터플랜을 현실에 맞춰 변경할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관 주도로 일방통행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 "새만금에서 운동하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 게 있다면?"

=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육상과 물 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부력재가 필요한데, 부력재로 FRP(폴리에스터 수지에 섬유 등의 강화재로 혼합한 플라스틱)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제기되었다. FRP는 세계적으로 퇴출되는 반환경 자재이다. 만약 FRP를 부력재로 쓰는 단지를 만든다면 우리나라 전체 배에 사용되는 FRP40배 이상의 분량을 새만금에 설치하게 된다. 환경오염 자재 쓰레기장을 만드는 격이다.

감사를 청구하는 등 여러 경로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새만금 개발청에 질의를 하니까 'FRP를 쓰지 말라는 법안이 없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받았다. 본래의 순수한 의도가 이렇게 기묘하게 변질될 때가 바른 정치가 필요한 때이다."

박은철= "성과는 있었나."

= "새만금 운동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도민회의에서 새만금에 해수유통을 하고 신재생 에너지 단지를 만들자고 국회와 청와대 등에 의견을 전달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새만금을 그린 뉴딜 1번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 제안대로 마스터플랜이 현실에 맞게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파행 됐지만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분야에서 민간 측 위원 9명과 관 측 위원 9명을 선임해 민관 합의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33.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방조제를 쌓아서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12천만 평의 간척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간척지의 100%를 농지로 활용하기로 했다가 농지 비율이 30%로 줄었다. 따라서 큰 규모의 농업용 저수지가 필요 없어졌다. 더이상 매립지는 필요하지 않고 해수유통을 위해서 터널식이나 시화호와 같은 조력 발전을 검토할 수 있다. 새만금에 조력발전소를 짓는다면 전라북도 도민이 모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하루에 두 번씩 부분적으로 해수 유통을 하고 있는데도 수질이 좋아지고 있다. 고인 물은 썩게 되어있다. 물은 흐르게 하는 게 정답이다.”

= "조력발전은 뜻하지 않은 잠재력을 얻는 셈이지만, 갯벌의 손실 등 방조제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큰 것이 아닌가."

= "그렇다. 원래 군산의 안강망 어선 규모가 부산 다음으로 컸다. 방조제로 바다를 막아 연안어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갯벌도 사라지면서, 호미 하나로 갯벌에서 아이들을 모두 가르쳤다는 옛이야기 또한 전설이 되었다. 30년 동안 1년에 어림잡아 10조 원씩 손해를 본 셈이다."

= "생활ESG운동에 참여하는 다짐이랄까, 그런 게 있다면?"

= "새만금의 문제를 목도하고 작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두면서 한 다짐인만큼 즉흥적인 결단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ESG 정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주민들과 함께 할 때 좌절하지 않고 한 걸음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생활ESG 운동은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인다. 생활ESG행동 내부에서는 ESG국가 전환을 위해 30년 기후전쟁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항상 사람이다. 사람이 이 모든 위기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해결의 희망 또한 문제가 되는 그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역설 또한 잊지말아야 한다."

 
생활ESG행동 라운드테이블.
(사진 오른쪽부터) 안치용 소장, 박은철 상임집행위원장, 조준호 상임공동대표, 최승리 ESG기자단 기자. / 최동휘 

 

글 안치용 ESG연구소장, 최승리 ESG기자단 기자

사진 최동휘(생활ESG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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