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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학, 찰스 다윈의 적절한 활용
진화학, 찰스 다윈의 적절한 활용
  • 기욤 퐁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 승인 2021.08.3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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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생물학을 둘러싼 토론들 중, 학문의 범위를 벗어난 것도 있다. 진화론을 사회 현상에 적용하고, 특정 형태의 사회적 지배를 진화의 과정에 연결시키려 할 경우 학문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 진화 생물학은 이미 상식이 된 현상을 낯설게 바라보기도 한다.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것, 또 기존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정치적 시도를 비판하는 것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된 과정임에도, 진화생물학은 이것들조차 낯설게 바라보며 ‘새로운 발견’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파트릭 토르가 번역과 출간을 맡은 찰스 다윈의 저작물이 큰 비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총 35권으로 기획된 찰스 다윈 총서의 번역과 편집 작업은 1999년 시작됐다. 이 중 1/3은 이미 출간됐는데 최근 출간된 1872년도 저작물 『감정표현』(1)이 대표적이다. 『비글호의 항해기』(2)를 보면, 세계일주를 하며 훗날 진화론의 근거자료를 수집한 청년시절의 찰스 다윈을 만날 수 있다. 청년 다윈은 인간세계의 현상에 대한 예리한 분석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듯하다. 일례로 그는 노예제도와 자칭 ‘문명인’이라는 영국인들이 신 앞에서도 노예들을 함부로 대하는 야만성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다윈은 진화 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 차별을 비난한다. 같은 인간종끼리 차별하는 태도는, 가장 진화된 자연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문명’에 역행한다. 문명은 감정을 소통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감정표현』은 이런 감정의 소통을 다룬다. 이 책에서 다윈은 그의 또 다른 저서 『인간의 기원』과 같은 접근방식을 활용한다.

즉, (인간 외) 동물과 인간 각각의 감정 표현과 소통에서 공통점을 찾는 동시에, 오로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특징도 강조한다. 인간의 감정 표현과 소통은 정교한 측면이 있어, 고통을 표현하지 않고 감내하기도 한다. 이런 태도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다. 이는, 인간의 사회적 미덕인 ‘공감’의 작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타인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다. 인간의 감정과 표현 속에서, 사회관계는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파트릭 토르가 지적했듯, 이타적 도덕, 즉 윤리의 바탕은 현대적인 구호인 ‘각자도생’과는 반대편에 서있다. 

 

 

글·기욤 퐁뒤 Guillaume Fondu

번역·이주영
번역위원


(1)  Charles Darwin, 『L’Expression des émotions chez l’homme et les animaux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Patrick Tort(번역 및 편집), Honoré Champion, Paris, 2021. / 참고 도서:  Patrick Tort, 『Darwin et la science de l’évolution 다윈과 진화학』, Gallimard, Paris, 2020.
(2)  Charles Darwin, 『Journal de bord du voyage du Beagle 1831-1836 비글호의 항해기 1831-1836』, Christiane Bernard, Marie-Thérèse Blanchon(번역), Honoré Champion,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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