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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승리호> ― 한국 최초 우주 SF영화와 시각특수효과의 위대한 첫 걸음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승리호> ― 한국 최초 우주 SF영화와 시각특수효과의 위대한 첫 걸음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21.11.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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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 SF영화 <승리호>

한국 최초의 우주 SF영화 <승리호>(조성희, 2020)는 블록버스터 대작이지만 코로나 19로 인해서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에서 개봉하였으며, 개봉 이후 평가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SF영화의 1/10 제작비인 250억 원으로 압도적 볼거리를 제공하였으며, 28일만에 2,600만 명이 시청하여 28개국 넷플릭스의 인기영화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영화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 즉 장 선장(김태리), 김태호(송중기), 타이거 박(진선규), 업동이(유해진)가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SF영화 <승리호>는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미래는 어떠한가: 우주 공간과 계층 갈등
 

첫째, 미래는 어떠한가? <승리호>에서 지구가 오염되어 선택된 소수만이 갈 수 있는 미래도시가 건설되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동시에 보여준다. 보통 SF영화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유토피아와 부정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로 나누어진다. 이 영화에서 지구는 오염되어 다수의 하층계급이 거주하는 공간인 반면, UTS 시민 거주 단지는 소수의 상층계급이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계층 갈등이 공간으로 재현된다. “땅이 병들었으니 갈 곳은 하늘뿐”이며, 오염된 지구 대신 우주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인류의 95%가 지옥같은 지구에 남아 있는 반면, 선택받은 소수는 UTS 시민 거주 단지에서 새로운 낙원인 화성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승리호>의 우주청소부는 UTS 지역에서 총알보다 10배나 빠른 우주쓰레기를 목숨을 걸고 수거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계층 갈등에서 내부/외부의 경계인이다. 우주청소부는 모두 돈에 집착한다. 장 선장은 승리호의 운영비가 필요하고, 김태호는 딸 순이의 시신을 찾아야 하고,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는 피부이식을 해야 하며, 타이거 박이 생계유지에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한다. 갑자기 나타난 수소폭탄로봇 도로시가 돈이 되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우주청소부는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 선택받은 유토피아에서 선택받지 못한 하층계급은 생계유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는 점에서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이 강조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로봇의 교환가치와 사용가치

 

둘째, 인간이란 무엇인가? <승리호>에서 꽃님은 인간과 나노봇을 결합한 존재이다. 나노연구소의 강현우 박사는 뇌신경이 파괴되어 죽어가는 딸 꽃님의 뇌에 최후의 수단으로 나노봇을 주사한 결과, 꽃님이 살아나지만 생체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존재가 된다. 승리호의 우주청소부에게 꽃님은 파괴적인 수소폭탄로봇이면서 동시에 사랑스러운 어린이라는 점에서 갈등에 빠지게 된다. 큰돈을 얻기 위해 로봇 꽃님을 팔자는 의견과 가족처럼 가까워진 인간 꽃님을 내줄 수 없다는 의견이 서로 대립한다.

 

많은 SF영화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주로 인간의 염색체를 똑같이 복제한 복제인간을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혹은 신체의 일부분을 기계장치로 대체한 경우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문명이 발달할수록 복제기술의 발전과 기계문물의 발전으로 복제인간이나 로봇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작살로봇 업동이도 쌈짓돈 모으기, 화투의 달인, 수다스러운 면모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승리호>에서 꽃님이 로봇인지 인간인지에 대해 “로봇은 똥을 싸지 않아”라며 장 선장이 명확하게 답을 내려준다. 승리호의 우주청소부는 로봇 도로시를 거래하여 큰돈을 챙기려고 하지만, 인간 꽃님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건다.

 

진실은 무엇인가: 영웅/악당의 반전과 변신

 

셋째, 진실은 무엇인가? <승리호>에서 제임스 설리반은 영웅이 아니라 악당이며, 꽃님은 파괴자가 아니라 구원자이며, 우주청소부는 낙오자가 아니라 반영웅으로 밝혀진다. 꽃님을 구하고자 하는 승리호의 우주청소부와 꽃님을 이용하고자 하는 UTS의 제임스 설리반이 대립한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설리반은 UTS의 대표, 의사, 물리학자, 엔지니어이면서 152세로 가장 고령이면서 생명의 나무 플랜으로 화성을 낙원으로 만드는 인류의 구원자로 소개된다. 후반부에 설리반은 사실상 꽃님의 식물재배 초능력을 자신의 실적으로 가로채고, 꽃님의 능력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며, 자신의 낙원을 무너뜨리는 인간을 더러운 야만성이라며 증오하는 악당으로 밝혀진다.

 

꽃님은 파괴적인 수소폭탄로봇이 아니라 인간을 보호하는 구원자로 변신한다. 꽃님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수소폭탄을 먼 우주에서 터트리며 자신들을 희생하는 우주청소부를 나노봇 초능력으로 구해낸다. 우주청소부도 생계유지에 허덕이는 낙오자가 아니라 숨은 반영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장현숙 선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뢰를 개발하고 해적단을 조직하여 설리반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후 신분을 위장하여 사는 인물이고, 김태호 조종사는 UTS 최초 입양자로서 기동대의 첫 번째이자 최연소 지휘관이라는 신기록을 가진 인물이지만 딸 순이를 지ᅟᅵᆿ기 위해 모든 지위와 권리를 버린 인물이며, 타이거 박 기관사는 과거 갱단 두목이었던 인물이며,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는 작살을 이용해서 우주선을 파괴하는 능력자로 밝혀진다. 이렇듯 인물의 숨겨진 면모와 뛰어난 능력은 후반부 내러티브에서 주요한 동인으로 작용하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우주 SF영화를 실현시켜준 시각효과의 위대한 첫 걸음

 

<승리호>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영화를 실현시켜 준 시각특수효과의 기술력이다. 이 영화는 2,500장면 중 80%인 2,000장면이 시각효과로 만들어졌으며, VFX 10개업체 1,0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였다.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의 경우 배우 유해진이 연기하는 장면은 한국 최초로 모션캡처로 진행되었고, 작살로 UTS 우주선을 공격하는 화려한 액션 장면은 ‘키 프레임 애니메이션(Key Frame Animation)’ 기법을 활용하였다. 장 선장이 비상부스터를 여는 롱테이크 장면은 매트 배경의 실제 촬영 장면과 컴퓨터 그래픽 장면을 합성하여 승리호의 디테일을 살려주었으며, 개별적으로 촬영한 숏을 이어 붙여 마치 롱테이크처럼 만들어 긴장감을 부여하였다. 승리호와 UTS의 추격 장면과 결투 장면은 효과적인 시각적 효과로 빠른 속도감, 스펙터클한 화면, 몰입감 전개가 돋보인다. 작은 위성들의 움직임과 속도는 ‘오픈 소스 음영 처리 언어(OSL, Open Shading Language)’를 활용하였다.

 

이 영화는 NASA의 실시간 우주 라이브 방송과 사진 데이터를 레퍼런스로 하여, 사물 사이의 거리감과 공간감을 만드는 것은 가장 큰 과제를 해결하였다. 정성진·정철민 슈퍼바이저는 작성 단계부터 콘셉트 아트를 구성하였으며, 1,000여 명의 시각 특수효과 전문가들의 VFX 작업을 진두지휘하여, 참여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구현한 장면의 톤을 노련하게 조율하였다. 이 영화는 한국의 시각효과 스튜디오의 세계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영화로서 할리우드와 기술력 차이가 없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승리호>는 한국영화에서 우주로 나간 최초의 영화이며, 우주 공간의 시각효과라는 가장 큰 도전이자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에서 우주 SF영화를 실현시켜 준 위대한 첫 걸음을 내디딘 영화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생활ESG영화제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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