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문제가 장기간 진통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내년 2월 1일로 예정됐던 합병기일이 3월 1일로 연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외환카드와 통합한 하나카드가 지난 1일 출범한 것과 하나·외환은행 인도네시아·중국 현지 통합 법인이 순조롭게 잘 이뤄진 반면, 은행만 통합 작업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30일 하나은행과의 합병기일을 내년 2월 1일에서 3월 1일로 변경했다고 전자공시를 통해 공시했다. 이어 주주총회 예정일 역시 내년 1월 1일에서 1월 29일로 연기했다.
이를 두고 하나금융그룹에서는 “2월 1일 합병을 하기위해서는 연초 주주총회가 이뤄져야 하지만 주총 시일 날짜가 맞지 않아 연기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들이 번복하면서 이를 승인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주총 날짜가 맞지 않아 연기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3일 정규직 합의이행 등 내부 현안에 대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들이 합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노조와 경영진은 지난 23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한 대화기구를 발족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구두합의 했다. 그러나 경영진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하나금융과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노조의 기대를 한 순간 무너뜨렸다.
김 위원은 “하나금융과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경영진들이 이야기를 하지만 실상 이 문제는 하나금융이 경영진들을 뒤에서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고 분개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통합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정태 회장의 연임 문제와 회장 임기 연장 이야기가 슬슬 흘러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회장 임기는 1년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경쟁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통상 3년이라는 점 때문에 하나금융 역시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융 노조 등에 따르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 은행장으로 이미 내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이 돌면서 외환은행 노조의 분노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김 회장과 김 행장의 나눠먹기는 예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다”고 말했다.
황현주 기자(report7@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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