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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진 KT&G 사장의 순탄치 못한 연초
민영진 KT&G 사장의 순탄치 못한 연초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5.02.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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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진 KT&G 사장의 연초가 순탄치 못하다. 최근 KT&G는 세금탈루 등 공갈협박과 관련해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불법영업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억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또한 KT&G의 담배 시장점유율이 외산담배 점유율을 초과하지 못 하고 있으며, 금연 정책을 내놓고 저가담배를 권유하고 있는 정치권의 은근한 압박에 시름하고 있다.

▲ 민영진 KT&G 사장
 
◆전직 직원 탈세협박에 ‘전전긍긍’
 
최근 KT&G 내부에서 세금 탈루를 국세청 등에 신고하겠다는 전직 직원의 협박 때문에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 22일 사건을 조사한 인천지방검찰청 외사부(이진동 부장검사)에 따르면 KT&G 전직 재무부 직원 이모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씨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한 해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전 직장 상사인 재무실장 백모 씨를 협박해 5억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백 씨에게 세금탈루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10억원을 요구했고, 백 씨는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백 씨는 이 씨에게 1차로 5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씨는 백 씨에게 약속받은 10억원의 금액을 다 받지 못 했다. 추후 해당 사실을 안 민 사장이 백 씨를 불러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 등의 말로 질책했기 때문이다. 민 사장의 질책을 받은 백 씨는 나머지 5억원을 이 씨에게 지급하지 않았고, 이 씨는 KT&G의 탈루 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했다.
 
이 씨의 제보를 받은 국세청은 지난 2013년 조사요원 100여명을 투입해 KT&G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 법인세 256억원과 부가가치세 192억원 등 총 448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 씨의 제보로 국세청은 탈루 세금을 거두는데 성공했지만 내부고발한 KT&G를 상대로 5억원을 갈취한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 씨는 국세청에 비리를 제보한 대가로 포상금을 신청했지만 KT&G에서 추징금에 대한 이의신청을 해 현재까지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씨가 처음부터 정상적인 방법으로 내부비리를 고발했다면 재판에 넘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일련의 정황과 관련해 KT&G는 백 씨와 이 씨와의 개인적인 거래관계일 뿐, 회사에서는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와 관련한 정황 역시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KT&G관계자는 “당시 세무조사를 실시하기 전 회사의 세금 문제와 관련한 괴문서들이 나돌았고, 언론 등에서 이와 관련한 문의를 끊임없이 제기했다”며 “그래서 4개월 동안 국세청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과세가 된 부분은 국세청과 회사의 회계 간 세법 해석 차이로 된 것 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 사장이 백 씨를 질책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다”고 덧붙였다.
 
◆불법영업행위…25억원 과징금 ‘철퇴’
 
KT&G의 영업행위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공정위에서는 불법영업행위 혐의로 KT&G에 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KT&G는 편의점내 경쟁사 제품 진열비율 25~40%로 제한, 고속도로 휴게소 등 공급가 할인과 현금지원 등으로 공정하게 운영돼야 할 시장질서를 교란시켰다.
 
KT&G는 고속도로 휴게소, 관공서·대학·군부대·리조트 등 구내매점을 운영하는 업체들과 이면계약을 체결해 자사 제품만 취급하는 대가로 공급가 할인, 현금 지원, 휴지통·파라솔·TV 등 지원을 해온 것으로 공정위 조사결과 밝혀졌다.
 
또한 대형할인마트, 슈퍼마켓 등이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경우 큰 할인율을 적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담배를 공급해왔으며, 편의점 등 소매점들이 경쟁사의 제품 판매를 줄일 경우 갑당 250원에서 1천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KT&G의 행위는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행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KT&G는 8개의 편의점가맹본부와 담뱃진열장 내에 자사제품 비중을 전체 60~75% 이상 채우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다. 때문에 경쟁사 제품은 해당 기간 동안 편의점 진열장의 25~40% 이하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KT&G의 시장점유율은 38.3% 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63%였던 것에 비해 반 정도 꺾였다. 담배값이 상승함과 동시에 외국산담배의 점유율 역전 현상이 발생된 탓이다.
 
BAT코리아는 지난달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갑당 3500원에 내놨다. 이는 기존 가격보다 1200원 오른 것이지만, 국산 담배가 2000원이나 뛴 데 비해 인상 폭이 작다.
 
다음 달 선보이는 보그 새 패키지와 켄트 컨버터블의 가격 역시 국산 주요 담배보다 200원 싼 4300원에 판매될 예정이며, 필립모리스 역시 지난달 19일부터 주력 제품인 말보로, 팔리아멘트 값을 47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춰 팔기 시작했다.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공정위 조사결과에 대해 KT&G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순순히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담배농가의 요청, 정치․사회적 여론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민 사장은 지난 2013년 4월 품질․기술․신뢰 3개 분야에 경영을 집중하는 ‘고객가치 2.0’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시장의 확실한 우위를 유지하고 사회의 상생 추구에도 앞장 서겠다는 취지가 묻어 있다.
 
연초부터 검찰, 국세청, 공정위에 난타당해 만신창이가 된 KT&G가 과연 고객가치를 진심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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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주 기자 journalist@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