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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기능인, 르 디플로의 존재이유
지식인과 기능인, 르 디플로의 존재이유
  • 홍세화 | 편집인
  • 승인 2009.06.03 20: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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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는 첫 특집으로 지식인 문제를 다뤘습니다. ‘죽은 지식인의 사회’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이 두 말은 경제적 윤택을 추구하는 속물들이 주류를 차지한 물질 만능의 사회에서 하나로 만날 것입니다. 자율성과 비판 정신을 토대로 세상 문제에 개입하는 지식인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실상 비판 정신을 담보해줄 지식인의 물적 토대가 사라지고 있기에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기능적 지식인들이 지식인의 짐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전문가 집단의 일원이 된 것이라고 할까요, 지식인이 사라진 그 자리에 대신 들어선 것은 전문가 집단입니다. 지식인이 자신의 이해관계의 바깥에서 사회적 발언을 한다면 전문가 집단은 주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발언합니다. 사회 불의와 불평등을 낳는 사회구조에 맞선 비판과 부정을 위한 무기였던 지식이 점차 사회 모순을 은폐하고 기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무기로 바뀐 것입니다. 더구나 ‘정부-기업 연구소-거대 언론-산업이 된 대학’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전문가 집단은 회전문식으로 자리를 주고받듯이 전문가의 권위를 주고받습니다. 그래서 지식인의 죽음은 지식이 독립적인 인간의 것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소유물이 되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지식은 오로지 경제에 복무할 뿐이라는 점을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정권의 ‘지식경제’부가 분명히 선언하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화된 세계에서 전문가 집단이 성취한 일 중 하나는 ‘일자리’의 신성불가침화를 통해 노동을 약화시킨 것입니다. 경제위기가 ‘노동 약화’를 위한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통해 절절히 알게 되었는데, 정리해고, 노동 유연성, 공기업의 사기업화, 실업, 체불 임금이 우리만의 일이 아님을 둘째 특집으로 꾸민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노동 현장’에 담긴 우크라이나와 잠비아, 중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두 개의 특집 이외에도 <르 디플로> 6월호는 유기적 지식인들인 독자들을 위한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식인의 죽음을 말했지만 지식인의 소명이 사라질 수 없습니다. <르 디플로>의 존재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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