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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안보법제 위헌논란에도 "위헌아냐"
아베, 안보법제 위헌논란에도 "위헌아냐"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6.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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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전쟁 가능국으로 만들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상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최대 중요 과제로 여겨 전력을 쏟고 있는 안보 법안 제정을 놓고 위헌 논란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안보 법안을 성립시키고 2년 뒤에 평화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계획이다.

논란은 중의원에서 여당이 추천한 참고인마저 "위헌"이라고 밝히면서 일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자민, 공명, 차세대당이 추천한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대 교수는 안보법안 중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부분에 대해 "헌법 위반이다. 기존의 정부 견해의 논리적 틀 안에서 설명(해석)하지 못해 법적 안정성을 흔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추천의 고바야시 세쓰(小林節)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교전권이 없기 때문에 군사활동에 필요한 도구와 법적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봤다. 유신당 추천의 사사 에이지(笹田栄司) 와세대 교수도 위헌으로 봤다. 이로 인해 참고인 3명이 전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앞서 일본의 헌법 연구자들 173명도 안보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안보 법안에 대해 "헌법 9조가 정한 전쟁 포기, 전력 불보유, 교전전 부인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다"며 "전쟁 법안이라고 하는 것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꼬집었다. 

위헌 논란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는 9일 안보 법안에 대해 "합헌"이라는 견해를 야당에 제시했다. 불리한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서둘러 차단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 총회에서도 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재연됐다.

자민당 중진인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郎) 전 행정개혁담당상은 "학자의 견해를 일도양단으로 버리자는 것이 바른 자세인가"라고 반문하며 "(법안 성립 뒤에) 위헌 소송이 잇따를 위험이 있다"며 당지도부를 비판했다. 니와 유야(丹羽雄哉) 전 후생상은 "국민의 이해를 잘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합헌이라고 아베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헌법 9조에서도 "자국의 존립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조치를 취할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는 1972년 정부 견해를 근거로 내세웠다.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자위를 위한 무력행사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1972년 해석에서 "소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 결론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혁신의 급속한 발전, 대량살상 무기의 위협 등 안보환경으로 변화로 인해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도 "우리나라(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직접 이 같은 입장을 설명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차 들른 독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51년 대법원에 의한 스나(砂川)사건 판결을 들어 "국가의 존립을 완수하기 위해 자위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가 권능으로서 당연할 일이다"고 주장하며, 법안 철회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스나 사건은 1951년 도쿄도 스나초 미군 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대 중 일부가 기지 내에 들어가 7명이 미일안보조약에 근거한 형사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일을 말한다. 당시 도쿄 지방법원 1심은 "미군 주둔은 위헌"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헌법은 고유의 자위권을 부정하지 않으며 △국가의 존립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헌법은 금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일본을 보호하기 위한 미군의 주둔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근거로 '자위권' '자위 조치'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에선 외국군 주둔이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 2항에 위해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는데 1심은 주둔 미군을 전력으로 간주해 위헌으로 본 반면, 대법원은 "지휘권, 관리권이 없는 외국군대는 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재판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1972년 정부 견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지난 40년 동안 유지돼 왔다고 전하며, 아베 정권이 이전 스나 판결을 끌어내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허용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헌법학자들은 잇따라 "논리에 무리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로 정치인들도 논란에 동참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9일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안보 법안의 의회 통과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민당 총재와 중의원 의장을 지내기도 했던 고노 전 장관은 "안전보장에 공을 들이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너무 빠르고 난폭하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 3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선 "일단 법안을 철회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정권이 마음대로 (헌법) 해석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큰 일이 벌어진다. (아베 정권은) 폭거를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과거사 사죄·반성을 담은 담화의 두 주역인 이들은 아베의 '우경화 행보' 전반에 걸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아베 정권이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각의(국무회의) 결정한후 일본 전역에선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는 분신 시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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