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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리스를 구할 것인가?
어떻게 그리스를 구할 것인가?
  • 코스타스 라파비타스
  • 승인 2015.07.02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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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솔롱기의 페허 위에서 죽어가는 그리스>, 1963-파트릭 콜필드

 

 표면적으로 볼 때, 프로젝트는 간단하다. 다섯 달 전부터, 그리스 채권자들은 그리스를 파산하는 길에서 구해내고자 애를 썼다. 그런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야심이 드러났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대화 상대자들은 새로운 긴축조치의 조건에 따라 자신들의 지지 의사를 바꾸면서 치프라스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곧 치프라스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금융적인 차원에서 복수를 당하든가, 아니면 자신의 “파트너들”에게 양보를 해 국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고 당이 산산조각이 나는 걸 보든가 해야 한다. 그렇지만 유럽의 문제(그리스의 위기는 이 문제에서 비롯된 증후들 중 하나이다)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지속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 하나는 경쟁과 약탈의 논리 대신에 연대와 투자의 논리를 채택하며 유로존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가브리엘 콜레티스, 장 필립 로베, 로베르 살레가 변호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애초에 기형적으로 탄생한 단일 화폐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서 그 해체가 시작될 것이다. 이는 다음의 글을 작성한 코스타 스 라파비타스의 생각이다.

 

 
2010년 유로존에 재정위기가 시작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럽연합경제·통화연맹(EMU)로부터의 탈퇴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경제이론적 관점에서 그리스 문제는 단순하다. 중요한 제도적 문제들을 몽땅 안고 있는 취약한 경제가, 구조적 결함을 지닌 재정공동체에 통합한 것이다. 곧 그 취약한 경제는 내재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는 강세 통화를 채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두 가지 해결책밖에 없다. EMU가 환골탈태하든지 아니면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EMU를 탈퇴하든지 해야 한다.
유로화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임금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높이고 유럽의 주요한 채권국이 되려는 독일의 정책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을 채택해 독일은 국내경제의 수요를 줄이는 한편 해외무역으로 부를 얻고자 모색해왔다. 독일의 서민들은 대규모 수출업자와 대형 은행들에 유리한 독일정부의 정책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물론 독일정책의 반대급부는 다른 EMU 회원국들의 경쟁력 상실과 이에 따른 적자와 차입이다. 이는 EMU에 근본적인 불균형을 초래했다. 소비와 부동산투자를 촉진했던 유례없이 싼 차입이자로 말미암아 2000년대의 몇 년 동안은 이런 불균형이 숨겨져 왔다. 그러나 2007-2009년의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불균형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유로존에 총체적 위기가 일었다. 2008-2010년 사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초과하는 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로 인해 3천억 유로 이상의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게 된 그리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강세 통화가 취약한 경제를 파괴시켜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운명은 EMU가 긴축조치를 주요한 해결책으로 채택한 2010년 이후 결정되다시피 했다. 그리스 문제 해결의 답은 “6가지 조치(six pack)”와 “두 가지 회생안(two pack)”(1) 등을 통한 임금 감축, 재정지출 삭감, 세금 인상, 친시장적 개혁 및 긴축조치의 제도화일 것이다.
순전히 독일의 관점으로만 살펴보면, 긴축조치는 적자국가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키는 한편 대형 은행과 수출업자들의 이해를 보호하는 것이다. 독일 지도부는 EU에서 현재 자신들의 지배적 지위가 긴축조치를 통해 공고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EMU의 관점에서 보자면 긴축조치는 수요를 침체시키고, 경제 축소를 가져오고 그럼으로써 재정적자 국가들이 자신들의 부채를 갚을 수 있는 어떠한 전망도 주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단기적으로 EMU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그리스의 관점에서, 긴축조치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극심한 생산량 축소와 수입 붕괴를 초래하면서, 그리스는 높은 실업률과 거대한 부채를 가진 저성장의 늪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독일이 밀어붙인 긴축정책은 EMU를 실패로 이끌고 있지만, 사실은 훨씬 짧은 시간 내로 그리스를 끝장내버릴 것이다.
 
역사적 역할을 떠맡은 그리스 급진좌파연합(SYRIZA) 정부
 
지난 1월 25일 선출된 시리자 정부는 유럽연합 정책의 재앙적 결과를 오래전부터 충분히 인식해왔다. 집권 이후 5개월 동안 시리자 정부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긴축조치의 해제, 효율적인 부채경감 및 투자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거래를 협상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6월초 이에 대한 채권자들의 반응은 무자비했다. 그리스는 2015년 1%, 2016년 2%, 2017년 3%, 그리고 이어지는 해에는 3.75%의 주요한 재정흑자(2)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가혹하고 단호한 긴축조치다. 게다가 그리스 경제 회생을 위해 절실한 부채 경감이나 대규모 투자프로그램은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없을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의 미래는 암울함 그 자체일 뿐이다. 향후 5년 동안의 평균 성장률은 상당한 기복을 보이면서 연평균 약 2%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률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리스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겪고 있는 소득 붕괴로 인한 고통이 해소될 실질적인 어떤 전망도 없다. 부채를 잔뜩 짊어지고 이미 노쇠한 그리스는 청년층의 이민으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하기까지 하고 있다. 뒤이은 지정학적 취약함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그리스는 역사의 무대에서 밀려나면서 점점 시들어가고 있다.
만약 EU가 기존의 긴축정책 등을 강요하도록 밀어붙인다면, 그리스의 생존 선택지는 생산 구조 부활, 투자 활성화, 복지국가 복원을 위한 보다 광범위한 전략의 첫 조치로서,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EMU로부터 탈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리스는 유로의 덫에서 풀려날 것이며 잠재적으로 사회적 변화, 경제성장 및 소득과 수입 재분배의 길로 들어갈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는 아주 강력한 국내적 이해관계와 여타 유럽국가들과의 이해관계의 투쟁에 휘말릴 것이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요구받고 광범위한 국민들부터 지지를 요구받는 이유다.
잠재적으로 그리스를 이 길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정치세력은 현 정국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정부뿐이다. 시리자정부의 공식 입장은 오랫동안 EMU로부터 탈퇴하지 않고 급진적 변화를 달성하는 것이었지만, 채권자들의 완강한 태도는 시리자 정부 구성원들과 지지자들을 점점 더 그런 시각에 도전하도록 이끌고 있다. 만약 채권자들이 그리스를 협박하고 갈취하려 한다면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에서의 탈퇴가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노동자들과 가난한 계층 및 하위중간계급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위기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보호받아왔던 상위계층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상위계층들은 그리스 정계에 갑작스레 등장한 중도좌파정당인 포타미(Potami)와 함께 보수우파인 신민주당(New Democracy)과 중도좌파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정치적 지지자들이다. 이들 두 정당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번갈아 정권을 잡아왔다. 그리스의 지배 엘리트들은 국가를 위한 아이디어나 비전 및 플랜이 전무하다. 이들은 단순히 채권국들을 추종할 뿐이다. 유로에 내재된 사회분열이 위기 과정에서 아주 날카롭게 떠올랐으며 다가오는 시기에 분열이 결정적으로 이뤄질 것임이 입증될 것이다.
 
디폴트 선언과 유로탈퇴, 희망의 길을 향한 중요한 단계들
 
EMU에서의 탈퇴는 물론 어려울 것이지만 재정의 역사와 이론을 참조해 탈퇴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음의 조치들이 중요하다.
ⅰ) EMU의 그리스 회원권은 유럽연합을 탈퇴하지 않은 채 유예될 것이다. 법적 근거는 복잡하지 않다. 기존 조약들이 이미 유럽연합 탈퇴 규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EU)에 적용되는 것은 유추해서 부분(EMU)에 적용된다.
ⅱ) 해외 공공부채에 대한 지불이 유예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지불 유예를 의미한다. 그리스는 미래에 시장 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민간 채권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선택지를 갖고 있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을 포함해서 국제회의에 자국의 부채를 대폭 삭감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정부는 국내 기관들에 대한 자국의 모든 의무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임을 보증할 것이다.
ⅲ) 그리스 은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확립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그리스 은행은 유로체제(Euro system)(3)를 떠나더라도 유럽중앙은행 체제 내에 머무르는 형태가 될 것이다.
ⅳ) 금융시스템이 국유화되고 새로운 건강한 은행들이 탄생될 것이다. 재정위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 현재 1,000억 유로를 초과하는 문제적 사업, 주택, 소비자에 대한 대출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될 것이다.
ⅴ) 지난 2013년 키프러스에 대한 유럽연합의 통제 라인을 따라서 자본 및 금융권에 대한 통제가 확립될 것이다. 예치금에 대한 삭감조치는 없을 것이다.
ⅵ) 그리스 법이 규제한 은행 예금과 대출금은 1:1 비율로 새로운 드라크마화(그리스 화폐단위)로 전환될 것이다.
ⅶ) 새로운 드라크마화는 평가절하될 것이며 아마 첫 몇 주 내에 아주 큰 폭으로 그리고 수개월 후 액면가의 10-20% 아래에서 안정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그리스 경상수지가 광범위하게 균형을 이루며 자본 통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점이 환기될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생산량과 고용에 대한 효과는 긍정적인 반면 인플레이션 충격은 잦아질 것이다.
ⅷ) 핵심 상품, 무엇보다 석유, 식품 및 의료에 대한 취약 계층에 대한 수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상품 수요에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지만 배급카드까지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과 함께 EMU에서 탈퇴하면 특히 초기 기간 동안 이에 따른 상당한 희생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희생은 일회성 및 단기 비용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그리스가 EMU 내에 머무르는 대가로 긴축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그리스 경제의 회생
 
전체적으로 그리스 경제는 초기 조정기 동안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아마 몇 개월간 지속될 것이다. 조정이 끝날 때 그리스는 억눌렸던 국내 수요의 폭발과 함께 긴축조치의 결과로서 유휴상태에 빠졌던 (노동자, 공장 및 설비 같은) 광범위한 자원의 동원에 기반해서 상당 기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이런 회복의 기반 위에서 그리스는 서비스 부문에서 산업 및 농업 부문으로 구조적 이동을 포함해 자국 경제와 사회에 절박하게 필요했던 개혁조치들을 취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디폴트와 EMU로부터의 탈퇴는 실질적인 개혁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조치들은 화폐주권과 그 자체의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는 재정정책의 자유를 얻고 따라서 민간 투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공공투자 프로그램을 허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리스는 새로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제약을 받겠지만, 어떠한 형태의 제약도 EMU의 구속만큼 혹독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기반 위에 중소기업들이 회생할 것이며 이는 서비스 부문보다 산업 및 농업 부문에 호의적인 새로운 경제구조로의 이동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특히 대규모 금융 사건들은 항상 새로운 기회와 예기치 않았던 생산을 위한 선택지를 만들어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에서 긴축조치가 초래한 비용은 임금 노동자, 연금수급자, 빈곤 계층과 하위중산계급이 압도적으로 부담해온 반면 상위 계층은 부담할 비용이 거의 없었다. 좌파정부는 유로체제에서 벗어날 경우, 위기가 초래한 비용을 부유층이 지게 하는 반면 국가의 권력 균형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EMU에서의 탈퇴는 임금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수입 상품을 보다 비싸게 구입하게 만들겠지만 주택 등에 대한 금융권 부채의 실질 가치를 줄일 것이다. 탈퇴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고용이 확대되고, 그럼으로써 노동자들의 수입이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은 수입 재분배와 가난한 자들을 지지한다. 최종적으로 국내 시장의 회복은 중소기업에게 혜택을 줄 것이다. 탈퇴로 인한 루저(loser)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국가를 운영해 오면서 이를 파멸로 이끈 금융권과 대기업 이해관계자들이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루저들은 현재 긴급유동성지원(Emergency Liquidity Assistance)으로만 그리스에 900억 유로 이상이 물린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유럽의 공식 채권자들이 될 것이다.
그리스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그리스 경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으며 사회는 깊은 상처를 입고 있고 정치는 휘청거리고 지정학적 지위는 지난 수 십 년의 어느 때보다 더 약화되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 그리스는 지배계층이 완전히 파산되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잠재적으로 국가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한편 또한 현재의 무기력으로부터 사회를 흔들어 깨울 사회적 힘은 사회 계층의 하부에 놓여있으며 이들은 주로 급진좌파연합을 지지한다. 급진좌파연합이 현재의 그리스 정국을 장악하는 것이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
EMU에의 가입은 그리스에게 엄청난 실수였음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여전히 초기 조정기가 끝날 때 국가를 회생시킬 다른 길을 추구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럽이 강력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역기능적 금융체제로부터 스스로를 제거하는 것을 그리스가 도와줄 수 있다. 유럽은 천천히 교살되어 왔으며 제정신을 차리도록 할 충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스는 종종 국가의 규모와 균형에 맞지 않게 완벽하게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아마 지금이 바로 그 시기가 아닐까.

 

글·코스타스 라파비타스 Costas Lapavitsas

시리자당 소속 의원인 동시에 ‘좌파강령’의 회원이다.
 
번역·김희철
전 문화일보/토론토 한국일보 기자
 
 
(1) 라울 마르크 제나르, ‘유럽의 쿠데타를 위한 두 가지 조약,’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월 2012년.
(2)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 전의 예산 차액, 혹은 폴 크루그먼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한 국가가 자국의 채권자들에게 줄 수 있는 돈의 총액.”
(3) 유로시스템(euro system)은 유로존 19개국의 중앙은행과 유럽연합 28개국의 중앙은행을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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