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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잡지가 아니고 신문이냐고요?”
“왜 잡지가 아니고 신문이냐고요?”
  • 안영춘 | 국제편집장
  • 승인 2009.10.06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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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디플로>가 독자들께 드리는 말씀, “이건 이렇습니다”

독자들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만족하는가. <르 디플로>의 직관으로는 답에 가 닿을 수 없는 물음이었다. 그래서 지난 8월 한국판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벌여 답을 찾아보았다.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매체 종사자로서의 직업적 윤리의식이 출발선이었다.

<르 디플로>에 대한 독자들의 만족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매우 만족한다”와 “만족하는 편이다”라는 응답이 83.6%에 이르렀다. 우리는 환호하기보다 당혹스러웠다.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요인은 없는지도 경계해야 했다. 이처럼 높은 만족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서는 있었다. <르 디플로>를 구독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심층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42.9%), ‘미국 중심 시각 탈피’(25.1%), ‘국내 언론과 다른 시각’(19.0%) 순으로 답이 이어졌다. 요약하면 ‘심층성과 다른 시각’인 셈이다. 이 조사 결과는 <르 디플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거울에 비친 한국 주류 언론의 뒤집힌 자화상으로 읽어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신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이정표이기도 했다. 물론 <르 디플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르 디플로>에 대한 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일까? ‘판형’이었다. 독자들에게 11개 항목을 제시하고 가장 불만스러운 점을 물은 결과, 33.5%가 ‘판형’을 꼽았다(복수 응답). 심지어 어떤 독자는 주관식 답변에서 “처음 받아보고 나서야 ‘잡지’가 아니라 ‘신문’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르 디플로>와 같은 판형을 ‘베를리너판’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중앙일보>가 이 판형으로 신문을 내고 있다. 월간지로는 국내에서 <르 디플로>가 유일하고, 프랑스에서도 <르 디플로> 말고 사례를 찾기 어렵지만, <르 디플로>를 종이신문으로 내는 유럽에서는 대부분 이 판형을 고수하고 있다. <르 디플로>가 월간지임에도 잡지 형식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신문 형식이 ‘저널리즘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한국의 독자들은 이 판형이 ‘휴대성’과 ‘보관성’ 모두 떨어진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르 디플로> 한국판도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가볍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내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 1년치 CD판 ‘내 손 안의 르 디플로’를 낸 것도 ‘보관성’ 개선의 일환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독자들의 두 번째 불만은 ‘번역’(17.8%, 복수 응답)이었다. <르 디플로> 한국판은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했거나 국내 통번역대학원을 마친 우수한 번역진에 의해 번역되고 있다. 그러나 번역문의 한계성과 함께, 단행본과 달리 촉박한 마감에 쫓기는 제작 여건 때문에 독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는 번역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어진 물리적 시간 안에서 더 자주 번역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며, 교열 단계도 더욱 늘리고 있음을 밝힌다.

세 번째 불만은 ‘배달’(13.6%)이었다. 특히 배달 문제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독자 불만으로는 가장 심각하다. 독자들의 항의 전화를 자주 받기 때문이다. <르 디플로> 한국판은 국내 월간지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발행된다. 프랑스판과 시차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번역과 재편집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독자들께 너른 양해를 구하며, 독자들의 체감과 달리 매달 첫 번째 목요일에 발행하는 정기성을 지키고 있다는 말씀도 드린다. 물론, 발행일을 앞당기기 위한 제작 여건 개선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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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춘 | 국제편집장
안영춘 | 국제편집장 editor1@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