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으로선 현대증권의 주가가 더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분 인수 가격이 고가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
증권가에선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추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지주사 입장에서 증권사를 두 개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인수와 합병을 위해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정밀실사를 해야 한다. 여기에 약 한두 달이 걸린다. 이후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소집, 금융위원회 승인에도 4~5개월이 걸린다. 속도를 내면 연내 합병도 가능하다.
변수는 가격이다. 인수가가 1조원으로 공식 확인되면 지분을 다소 비싸게 샀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제는 돈을 아낄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기타주주들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매끄러운 인수와 합병을 위해 이른 시일 내 KB금융의 경영진들이 주요 주주를 직접 찾아 설득에 나설 필요도 있다.
일반적인 인수·합병 단계…현대증권 주가 하락 예상
갈 길은 정해졌지만, 연내 합병을 위해선 상당한 잡음도 예상한다. 현대증권의 주가 관리 때문이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기업가치를 1대 1로 가정한다면 KB금융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61.5%에 불과하다. 현대증권의 주가가 계속 오르면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5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KB금융으로선 현대증권의 주가가 더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분 인수 가격이 고가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합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향후 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B금융은 현대증권의 주가를 떨어트려 장부가를 낮춘 뒤 남은 지분을 인수하려 할 것"이라며 "과거 굿모닝증권의 매각과정에서도 활용했던 금융기관의 일반적인 인수·합병(M&A)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KDB대우증권의 주가는 단숨에 19.3% 하락했다. 인수자인 미래에셋증권은 20.1% 올랐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에서도 피인수 기업의 주가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M&A 재료 소멸에 따른 하락일 수도 있으나, 인수자로서도 당연히 필요한 사항이다.
1일 증시에서도 KB금융은 0.94% 올랐지만, 현대증권은 3.35% 떨어졌다. 현대증권에서 기관의 블록딜로 추정하는 물량이 쏟아지면서 평소 100만주 수준에 머물던 거래량이 이날은 1000만주를 넘어섰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여러 방법을 통해 장부가 이하로 추가 매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KB금융이 KB손보의 자사주를 시가에 취득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증권의 자사주 7%를 시장 가격에 매입하면 매입평균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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