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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적은 사우디’…폐쇄적 정치 구조 벗어나야
‘사우디의 적은 사우디’…폐쇄적 정치 구조 벗어나야
  • 조도훈
  • 승인 2016.04.2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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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간) 장기 경제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우디의 개혁안이 공개되기도 전에 개혁의 걸림돌은 사우디에 내재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우디 경제가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며 정치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점이 개혁 추진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대두되고 있다.

CNBC는 이날 공개될 예정인 ‘사우디 비전 2030’ 계획안에서 규제, 예산, 정책 등의 개혁 방안이 담길 것이라고 기대하며 사우디가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이번 개혁안을 통해 지난해 3.4%에 머물렀던 사우디의 경제성장률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제조, 관광, 헬스케어, 금융 산업 등에서 6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런던 경제대학의 스테펜 헤르토그 교수는 야심차게 추진하는 개혁이 사우디 경제에 내재된 문제점들로 인해 방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르토그 교수는 사우디 경제가 직간접적으로 정부 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 전체 노동력의 3분의 2가 공공부문에서 근로하고 있어 가계 지출이 대부분이 정부가 지급하는 임금으로 인해 창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의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 임금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 규모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헤르토그 교수는 “이러한 구조로 인해 저유가로 정부 지출이 축소되자 내수 소비 지출도 감소했다”며 “민간 기업들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민간 기업들은 주로 건설, 부동산, 전기, 통신 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 산업들 중 80%의 노동력이 해외 근로자들로 구성돼 있다.
 
사우디 현지인들보다 이민자들의 임금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 사우디 국민들이 이러한 기업들에 고용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공공 부문은 높은 임금과 함께 고용 안정성까지 보장돼 사우디 국민들은 자연히 공공 부문에서 일하기를 선호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예전에 깨닫고 기술 수준이 높은 고급 인력들을 위한 민간 기업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수년간 논의해왔지만 진행 상황은 미진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의 국가 다양성 제고 계획에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IMF는 사우디 민간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민간 부문에 필요한 기술 교육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었다.
 
전문가들은 높은 정부 의존도와 함께 정치 시스템의 문제도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국립대의 초빙 교수인 마다와이 알-라시드는 “맥킨지 같은 컨설팅업체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하지만 그런 생각들도 개방된 경제 체제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라시드 교수는 사우디의 정부의 책임감과 투명성이 낮아 매우 부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정부 부패가 민간 부문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키기 위해 사우디의 타다울 증시는 이번 달부터 상장기업의 지분 소유 구조와 임원들의 정보를 공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개혁에 힘입어 올해 타다울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JP모건자산운용의 신흥국 주식 부문 대표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리차드 티더링튼은 “수년간 사우디 증시에 투자해 왔다”고 밝히며 “사우디는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돼 있는 증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는 석유에만 관련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내수 수요에 기반을 둔 은행 및 소비재 기업들이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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