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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컬’ 이어 ‘노블컬’ 열풍으로
‘무비컬’ 이어 ‘노블컬’ 열풍으로
  • 조용신|뮤지컬 평론가
  • 승인 2009.12.03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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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2009 뮤지컬 결산

2009년 한국 뮤지컬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온 실물 경기침체 영향으로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오던 매출의 신장세가 주춤해지며 고군분투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입장권통합전산망이 운영되면서 작품별 혹은 업계 전체의 매출 규모가 파악 가능한 영화계와는 달리 아직 공연계는 인터파크·티켓링크와 같은 예매 회사와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프로덕션 컴퍼니로 매출 집계가 분산돼 있고 이를 통합해서 산정하는 기관도 없어서 정확한 수치를 도출해낼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올해 뮤지컬계는 지난 수년간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꺾인 것은 물론이고 현상 유지도 힘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슈 역시 올해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었다. 2006~2007년 연예인의 뮤지컬계 대거 유입, 과거 히트곡을 짜깁기해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무대화하는 ‘무비컬’, TV 프로그램과 연계한 뮤지컬 주연 배우 공개 오디션, 샤롯데시어터 등 뮤지컬 전용극장 설립과 계획 발표같은 뜨거운 이슈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종 플루 확산과 같은 공연계의 돌발적인 악재가 등장했다. 뮤지컬 전용관이 늘어났지만 콘텐츠 발전 속도는 아직도 더디다. 하지만 지원제도 확대와 제작자와 창작자들의 노력으로 인해 점차 뮤지컬계의 외연은 커지고 있다.

작품 수 늘었지만 흥행작 적어

흥행과 부침은 올해도 계속됐다. 뮤지컬 전문월간지 <더 뮤지컬>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수는 총 147편이다. 2007년 160편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37편으로 줄어든 이후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년과 같은 초대형 히트작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매출 규모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1천 석 이상 규모의 대형 뮤지컬의 흥행은 저조했다. 지난해에 비해 서울 공연 작품 수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흥행작은 적었다. 그나마 국내 자본과 해외 창작진이 결합해 만든 작품으로 올해 2월에 개막한 <드림걸즈>가 정서의 차이로 인해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브로드웨이 현지 수준의 세련된 영상 연출을 안방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현재 이 작품은 뉴욕 할렘에 위치한 유서 깊은 아폴로 극장에서 미국 배우들이 개막 공연을 하고 있고 앞으로 미국 투어가 예정돼 있어, 미국 공연에도 지분을 가지고 참가하고 있는 국내 제작사는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다.

▲ 국내 자본과 해외 창작진이 결합해 올 2월 개막한 <드림걸즈>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여름 시즌에 나란히 개막한 <지킬 앤 하이드: 오리지널 내한공연>와 <렌트: 오리지널 투어>를 꼽을 수 있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05년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맡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래드 리틀의 인기가 흥행의 큰 동력이었다. <렌트>는 애덤 파스칼, 앤서니 랩 등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초연 배우들이 직접 내한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작품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배우 캐스팅이라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는 전통적인 스터디셀러인 <42번가> <시카고> <맘마미아> 등이 선전했다. 세 작품 모두 구매력이 높은 중년층 관객에게 검증된 콘텐츠로, 적절한 스타 마케팅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5월에는 신성우·유준상·엄기준·박건형 등 남자 인기배우들이 총출동한 체코 뮤지컬 <삼총사>가 큰 관심을 끌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오페라의 유령>, 창작뮤지컬 <영웅> 등이 선전했고, 공연 성수기인 연말 시즌을 맞아 <금발이 너무해> <웨딩싱어> 등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대작들이 한꺼번에 막을 올렸고, 일상화된 연예인 캐스팅으로 일반 대중의 관심도 커졌다.

내실 다지는 창작뮤지컬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예인들이 뮤지컬계로 대거 몰렸다. 특히 연말에 공연되는 뮤지컬들은 스타가 없는 작품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스타 마케팅이 일반화됐다. <노틀담 드 파리>와 <미녀는 괴로워>의 최성희(바다), <아이다> <시카고> <42번가>를 성공적으로 마친 옥주현 등이 뮤지컬계에서 새롭게 자리잡으면서 가수 출신 연예인들의 진출이 활발한 편이다.

비록 흥행작은 부족했지만 2009년은 뮤지컬 친화적인 극장이 대거 설립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올해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고 새롭게 개관한 공연장은 코엑스 부지 안에 새롭게 들어선 ‘코엑스아티움’, 신촌의 새로운 소극장 공간 ‘더스테이지’와 ‘아트레온’,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을 리모델링한 ‘우리금융아트홀’ 등으로 모두 전통적인 극장가인 대학로를 벗어난 곳에 건립됐다. 특히 역삼역에 위치한 엘지아트센터, 삼성역 테헤란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선 백암아트홀과 KT&G 씨어터, 잠실 롯데월드에 위치한 샤롯데 씨어터 등 기존 강남권역에 코엑스아티움과 우리금융아트홀이 새로 합세하면서 자연스럽게 강남-잠실로 이어지는 극장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초고층 건물로 계획 중인 제2롯데월드 부지에도 공연장이 2~3개 추가될 예정이어서 향후 이 지역이 전통적인 강북의 극장 구역과 관객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지난 2007년은 대형 뮤지컬 창작 붐이 거셌다. 해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뮤지컬 업계의 기대심리는 ‘뮤지컬 창작 펀드’라는 실탄까지 손에 쥐게 되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하루> <대장금> <댄싱 섀도우> <해어화> 등 대형 창작뮤지컬 네 편이 앞다투어 개막됐고 창작뮤지컬 비율도 전체의 70%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본이 모여든다고 한들 단숨에 창작 인프라의 갈증이 해소될 수는 없었다. 부족한 작품성으로 인해 거의 모든 작품은 조기 종연됐고, 이후 창작뮤지컬계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해 개막한 작품들은 대부분 2007년의 아픈 기억 이후에 본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외형보다는 내실을 찾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라이선스 작품 목록이 점점 고갈되는 현실에서 중극장 규모의 창작뮤지컬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맘마미아> <댄싱 섀도우>를 제작한 신시컴퍼니는 중극장 창작뮤지컬 <퀴즈쇼>를 연말에 개막할 예정이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를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 역시 창작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를 발표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장금>의 실패로 큰 타격을 받았던 PMC프로덕션은 이를 대폭 수정한 <대장금: 고궁 버전>을 발표했고, 창작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젊음의 행진> 등 중극장급 창작뮤지컬 비중도 높였다. <명성황후> 이후 오랜만에 대형 창작뮤지컬을 발표한 에이콤 역시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영웅>을 통해 새로운 흥행 콘텐츠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안정된 투자자와 작품 제작 능력을 겸비하며 국내 뮤지컬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제작사들이 대부분 창작뮤지컬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창작뮤지컬계의 우수한 인력 개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새 요소 걸맞은 새 콘텐츠 필요

▲ 남자 인기배우들이 총출동한 체코 뮤지컬 <삼총사>
대부분의 뮤지컬은 시, 소설, 영화, 연극, TV 드라마 등 다양한 원작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영화를 각색한 ‘무비컬’이 뮤지컬 시장을 장악하더니 올해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 다수 등장했다. 핀란드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기발한 자살여행>을 시작으로, 김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남한산성>, 정이현의 소설로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비롯해 김영하의 트렌디한 소설을 각색한 <퀴즈쇼>까지 ‘노블컬’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무대로 옮겨진 소설은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의 일부를 변화시키며 음악을 적절히 개입해서 새로운 매력을 가진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원작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새로운 요소들이 빛을 발해야 하는 것이 ‘노블컬’이 가진 장점이자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2009년은 미래의 뮤지컬 창작자를 발굴·지원하는 공공 프로젝트가 활성화됐다. 대구시가 후원하는 대구뮤지컬페스티벌과, 문화체육관광부와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후원하는 창작팩토리, CJ문화재단의 영페스티벌, 차범석 희곡상,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기관과 단체에서 창작뮤지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업화 이전의 검증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특히 상업성은 부족해도 예술적 성취도는 높은 비영리 뮤지컬이 많이 소개되는 통로로 기능한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정부 지원금이나 개인·기업 기부금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비영리 극단이나 단체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지원사업을 통해 올해도 많은 작품들이 혜택을 받았다. 제1회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지원작으로 선정된 <마이 스케어리 걸>은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 진출해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과 연기자상을 받았다. 뮤지컬의 산업적 속성은 최근 수년간 시장의 양적 팽창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됐지만 정작 무대 위의 종합예술로서 질적인 고민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2009년은 뮤지컬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으로 다사다난했던 해라고 볼 수 있다.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인해 힘겹게 지내온 시기이지만 뮤지컬이 이뤄낸 성과도 적지 않다. 한 해를 정리하는 뜻깊은 시간을 좋은 지인들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며 갖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최대 성수기인 연말로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으니 말이다.

글·조용신
창작뮤지컬 개발(R&D) 프로듀서. 뉴욕시립대 테크니컬 칼리지 기술감독 과정을 수료했으며 뮤지컬 전문 제작사 설앤컴퍼니 제작감독으로 미녀와 야수, 오페라의 유령, 아이러브유, 에비타 등을 제작했다. 현재 문화관광체육부 주최 창작팩토리 사업 뮤지컬 부문 실행위원으로 있다. 올해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워크숍을 연출했으며 저서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백년사: 뮤지컬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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