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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전국민이 경마 중독되는 그날까지 ‘렛츠런’
마사회, 전국민이 경마 중독되는 그날까지 ‘렛츠런’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6.07.2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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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 초기부터 격한 반대에 부딪쳤던 용산 화상경마장이 이번에는 건물 내 키즈카페 설치로 용산구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용산구민 반대 불구, 몰래 들어온 ‘화상경마장’…세수확보 위한 국가사업?

서울 행정법원 1심서 건물 내 ‘키즈 카페’ 설치 허용 판결
 
“아이들, 사행산업 익숙해질까 두렵다”…한탕주의 권하는 사회
 
설립 초기부터 격한 반대에 부딪쳤던 용산 화상경마장(법적 명칭 마권 장외발매소)이 이번에는 건물 내 키즈카페 설치로 용산구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14일과 18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와 용산 지역의 유치원장, 초‧중‧고교 교장단은 각각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건물 앞과 국회 정론관에서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도박장을 추방 시켜달라’고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화상경마장은 경마장이 아닌 곳에서 경주마에 돈을 걸고 베팅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문제의 용산 화상경마장은 본래 2001년 용산역에서 개장했었지만, 더 많은 고객을 수용하기 위해 2013년 10월 지금의 용산전자랜드 쪽으로 이전하게 된다. 문제는 이곳이 성심여중고와 불과 200여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며 반경 500m 이내에 유치원과 학교 등 6개 교육시설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용산 화상경마장은 주민들의 거센 저항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4년 6월 개장된다.

한국마사회는 화상경마장에 대해 말산업 활성화와 세수 확대 등을 이유로 화상경마장 개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학교보건법에서 정한 200m 밖에 위치하고 정부 승인과 건축허가까지 받았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도박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1,190억원을 들여 지상 18층, 지하 7층의 건물을 신축해 2014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마사회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6월 용산구청에 이 건물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7층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건축허가(용도변경) 신청서를 제출한다. 이에 용산구청은 다음 달인 7월에 ‘청소년 유해업소인 건물에 청소년 출입가능시설 설치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불허한다.
 
용산구청이 불허 판정을 내리자, 한국마사회는 서울행정법원에 건축허가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결국 한국마사회의 손을 들어준다. 그리고 2월 용산구청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항소를 했고,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1일 ‘화상경마장내 키즈카페 운영 철회를 위한 아동단체 공동행동 제안서’를 배포하고, 키즈카페 운영을 반대하는 용산지역 유치원장 및 초중고 교장단이 모여 화상경마도박장 폐쇄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대책위가 배포한 공동행동 제안서에는 △서울행정법원의 키즈카페 허용판결 이후, 2심 재판 시작까지 이 사안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재판부에 대한 호소 △도박 예방 △용산사례의 전국적 확산 저지를 목표로 한 제안이 담겨 있었다.
 
지난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 정방 대표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은 애초 설립부터 주민 몰래 진행됐다.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마사회 측에서 대화 제의를 했지만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과 변화를 원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정 대표는 “마사회가 농림부에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에 대해 보고할 당시, 민원 우려가 전혀 없고 지도에서 학교를 삭제 혹은 반경 350m 밖에 학교가 위치한다고 거짓 보고해 승인 받았다”며 “사업을 몰래 진행한 것도 모자라 사람을 매수해 찬성집회에 가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건당 1000원씩 하는 찬성 서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는 2013년 5월 1일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2014년 1월 22일에 노숙농성에 돌입, 현재 900일을 넘어서고 있다.
 
본지는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으로 인한 주민과의 갈등 대처와 키즈카페 운영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어 며칠에 걸쳐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국민의 문화 향상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한국마사회
 
   
▲ 한국마사회의 미션은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문화‧레저생활 향상 및 복지증진 기여다. 사진은 한국마사회 현명관 회장
한국마사회는 이익 추구가 최우선인 사기업이 아니다. 한국마사회가 내세우고 있는 미션처럼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문화‧레저생활 향상 및 복지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는 공기업이다. 말 산업을 활성화해 세수를 확보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지만, 늘어난 세수는 사실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마지막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18층짜리 화상경마장 건물을 마주하며 공부해야 하는 피해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을 신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경마로 울고 웃는 어른들을 보며 학생들은 과연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한편,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7월 2일 한국마사회의 금동천마상을 소개하는 제막식에 참가해 "경마가 국민들의 인식 속에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 잡고, 젊은층들도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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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