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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치 성과급’의 진실…금감원 경영유의 조치 왜?
흥국생명 ‘김치 성과급’의 진실…금감원 경영유의 조치 왜?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6.08.18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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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김치 성과급' 의혹과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흥국생명 건물 앞에 설치된 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 이것은 근로자와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하고 있다(사진=흥국생명 홈페이지 캡처).
 
김치‧와인 등 계열사 제품이 성과급 대체…‘일감몰아주기’ 비난 거세

식제품 가격측정 기준 검증 안 돼…19만원 짜리 김치에 세금까지 납부?

흥국생명 측, 성과급 아닌 복지차원 식제품 지급 주장
 
국내 대기업들의 근로자에 대한 성과급 지급 논란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성과보상금 지급 지연으로 논란을 빚은 KB국민카드에 이어 흥국생명이 ‘김치 성과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김치, 와인 등의 식제품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이 식제품들은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계열사의 생산품들이기에 ‘일감 몰아주기’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김치, 와인, 커피 등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제공했다. 성과급으로 대체된 총각김치와 더치커피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춘천 소재 골프장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며, 와인의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 씨와 딸 이현나 씨가 소유하는 와인 전문기업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흥국생명의 같은 계열사를 상대로 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사원들을 위한 성과급이 아니라, ‘지주’를 위한 성과급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성과급 논란은 비단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제품들의 가격이 시중가보다 다소 비싼 가격에 흥국생명에 거래가 된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한 총각김치로, 지난 상반기에 성과급으로 제공한 이 총각김치는 10kg에 19만5000원으로 가격이 측정됐다. 와인은 한 병에 10만원, 더치커피는 6병에 15만원으로 측정, 성과급으로 대체됐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와 노동‧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조치를 받은 바 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가 주식의 30%(비상장20%)이상을 갖고 있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해당 계열사 연간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모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올초 언론 인터뷰에서 금감원 관계자는 “김치 와인 등의 업체 선정 계약 추진 과정에서 가격 적정성을 검증하지 않거나 예정 가격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부 통제 강화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바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경영유의 조치 이후인 지난 상반기에도 이어졌고, 직원들 사이에는 ‘올 가을에도 김치를 받는다’는 얘기가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흥국생명은 지급한 식제품에 대한 세금까지 적용, 그것을 받은 직원이 세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빚으면서 한층 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흥국생명의 모기업 태광그룹 회사 개요소개 페이지.(사진=흥국생명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김치 성과급’에 대한 흥국생명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흥국생명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2013년부터 3년동안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식제품 지급은 직원복지차원에서 나눠준 것”이라며 “지난 1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식제품의 ‘가격측정’ 기준에 대한 것이며 8월9일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했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복지차원’의 식제품에 대한 세금에 대해서는 “세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회사에서 근로자에게 나가는 모든 것들에는 세금이 붙는 것이 당연하다”고 일축했다.
 
   
▲ 흥국생명 모기업인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하지만, 흥국생명의 ‘김치 성과급’이 성과급이냐 복지차원이냐를 떠나 태광그룹 계열사 제품들이 그룹 내에서 가격측정 기준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됐고, 다시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급됐다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흥국생명 측에서 성과급이 아닌 복지차원이라고 주장되고 있는 김치가, 올 가을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그 ‘나눔 실현'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흥국생명 안에서의 노사관계 갈등도 심상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흥국생명 건물 앞에는 미국의 설치미술 작가가 제작한 설치 조형물 ‘망치질하는 사람’ 세워져 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해머링 맨으로 높이 22미터에 5톤의 무게를 자랑하며 일하는 근로자와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하고 있다. ‘넘어졌다면 흙이라도 한 줌 줍고 일어나라’는 흥국생명의 모기업 태광그룹이 근로자 시선에서 회사를 세우고, 정체성을 세우려고 했던 것처럼 이번 ‘김치 성과급’ 사태도 근로자 입장에서 문제가 해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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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