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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디플로 영문판을 기대해주세요!
르디플로 영문판을 기대해주세요!
  • 성일권
  • 승인 2016.09.0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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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매달 동시 출간됩니다. 이미 영어판은 한국어판에 앞서, 지난 주 전국 서점에 배포돼 독자 여러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런던에서 <가디언>지와의 협력 속에 발행돼 왔지만, 영국이 아닌 곳에서 직접 출간되기는 한국이 처음입니다. 프랑스어 원문의 영어 번역은 흔히 말하는 옥스퍼드 고급영어를 구사하는 런던 거주 영국인 전문가들이 맡았습니다. 

한국에서 웬 영어판? 그것도 영국산이나 미국산이 아니라 프랑스산 라이센스 매체의 영어버전이라니, 의아해하실 독자님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서 르디플로 영어판 발행을 예고하자, 이에 환영하는 분들만큼이나 걱정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급담론이 야박한 한국사회에 어렵게 뿌리내린 한국어판에 자칫 영어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 많았습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영어판 발행을 결행한 것은 전략적 판단에서입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3.4%나 되는 174만 명에 달하지만, 일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중인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와 자국어에 익숙한 게 현실입니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 캐나나,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색슨계 외국인의 경우 이곳에서 영어를 써도 그다지 불편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들 외국인이 미국 등 앵글로색슨계 매체를 주로 접하는 까닭에 삶에 대한 철학과 세계관이 지극히 편향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대한민국과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적고,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와 대륙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어떤 경우엔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것처럼 서양의 동양에 대한 근거 없는 우월감, 즉 오리엔탈리즘에 젖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르디플로 한국어판이 지나치게 미국화한 한국사회에 균형 잡힌 시각과 보편적 가치관, 인문학적 소양을 고양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듯이, 영어판 역시 이곳 외국인들에게도 세계의 창으로서 같은 의미를 새기길 기대합니다. 물론 미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들에서 공부를 했거나, 영어를 잘 구사하는 분들에게도 르디플로 영어판의 가치는 단순히 영어매체 이상으로 중요할 것입니다. 텍스트의 행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어느 새 그 어느 매체에서 경험하지 못한 진한 지적 쾌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요즘 한국사회에서 르디플로의 미래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일간지이건, 주간지이건, 또는 월간지이건, 여성지이건 간에 인쇄매체 시장이 갈수록 왜소해지고, 실제로 급격한 독자 감소와 광고매출 감소로 인해 하나둘씩 종적을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자본력이 큰 대형언론사들은 갖가지 이벤트 선물을 안기며, 독자유지에 안간힘을 쓰지만 독자들의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독자들이 접근성이 편한 인터넷 매체나 SNS로 옮겨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 인쇄매체들의 기사가 독자들에게 떨림과 울림의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라고 봅니다.
 
그러나 르디플로의 경우 다릅니다. 다행스럽게도, 대형 언론사의 막강한 자본과 네트워크가 없이도 독자 여러분의 꾸준한 관심과 구독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영어판도 처음엔 존재감이 크지 않겠지만,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올리다보면 어느새 한국의 대표적인 영문 매거진의 반열에 오르리라 생각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독자님의 관심과 지지가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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